[이통장이 간다] 9. 속초 대포동 13통 화채마을 신상구 통장
규제·소통 부재 쇠퇴 기로
‘화채마을’로 이름 변경
운영위 출범, 주민 신뢰 확보
도시재생 예비사업 선정
담장 낮추기·지붕 개량 호응
국토부 공모 강원 1위 선정
일자리 창출·수익 모델 구축
화채락 센터 착공 앞둬
주민주도 자립형 마을 지향
낮아진 담장에 열린 마음… 도시재생 1번지로 변신
설악산 자락 아래 40여 년의 기나긴 침묵을 깨고 희망의 찬가를 부르는 마을이 있다. 속초시 대포동 13통. 일명 ‘화채마을’이다. 1978년 설악산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주민들의 정착지였던 이곳은 오랜 기간 각종 규제에 묶여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금 화채마을은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전국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서 마을을 이끌고 있는 신상구(56) 화채마을 통장을 만나 마을 재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 ‘땅콩집’과 높은 담장… 강제 이주촌의 닫힌 문을 두드리다

“화채마을은 1978년 설악산 소공원에서 비룡폭포 일원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정부에 의해 강제 이주되며 형성된 집단 주거단지입니다. 당시 정부가 한 지붕 아래 두 가구가 살 수 있도록 정확히 반으로 나눈 ‘땅콩집’ 150여 채를 지어 이주시켰죠.”

변화의 씨앗은 2012년 뿌려졌다. 설악동 민박마을 등 촌스러운 이름 대신 제대로 된 마을 이름을 찾기 위해 당시 청년회 사무국장이었던 신 통장을 비롯한 30~40대 청년 13명이 어르신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 꼴찌에서 1등으로… 담장을 낮추고 마음을 열다
화채마을의 본격적인 도약은 ‘우리동네살리기’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시작됐다. 초기 속초시 자체 용역에서는 영랑, 청호, 중앙동에 밀려 4등에 머물렀지만, 신 통장과 지역 반장들은 시장을 찾아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며 끈질기게 설득했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주민들의 열정이 넘쳤습니다. 2021년 도시재생 예비사업에 선정된 후 4개월간 도시재생대학을 운영하고 기초부터 천천히 준비했죠. 가장 공들인 부분은 ‘담장 낮추기’였습니다. 오래되고 낡은 담을 낮추고 지붕을 개량하니 갑갑했던 마을이 넓고 훤해졌습니다.”

■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자립형 마을을 꿈꾸며
국비 45억원을 포함해 총 95억여원이 투입되는 화채마을 도시재생사업은 2026년까지 이어진다. 핵심은 900여평 부지에 3층 규모로 지어지는 ‘화채락센터’다.
이곳에는 카페, 주민생활체육시설, 작은도서관, 한 달 살기 공간(설악스테이) 등이 들어선다. 184동의 노후주택을 정비하는 ‘화채이락’과 아름다운 정원과 쉼터를 조성하는 ‘화채삼락’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설악화채마을 사회적 협동조합이 속초시 최초로 국토부 설립 인가를 취득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무인 빨래방, 한 달 살기 펜션, 마을 카페 등을 직접 운영하며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마을 수익 모델을 구축하게 된다. 현재 하천부지에 작게 조성된 펫 놀이터 역시 향후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카페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다.
“사업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이 지치기도 했지만, 곧 착공할 화채락센터 건립 소식에 다시 들떠 계십니다. 하지만 진짜 걱정은 내년 사업 종료 이후입니다. 도시재생은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찾아 주민 주도로 이끌어가야 하니까요. 시설을 얼마나 잘 운영해서 일자리를 늘리고 마을을 발전시킬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무겁습니다.”
신상구 통장의 어깨는 무겁지만,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다. 무력했던 강제 이주촌의 설움을 벗고, 이름처럼 ‘화목하고 빛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화채마을. 스스로 일어선 주민들의 위대한 여정은 이제 전국 도시재생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박주석 기자 jooseo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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