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망 10% '뇌졸중' 원인 첫 규명, 치료제 단서도 찾아

뇌혈관에 피떡(혈전)이 생겨 혈액 흐름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은 갑작스레 발생하면서도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신속히 혈전 제거제를 투여해 진행을 막는 것이 관건이지만 확실한 치료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한국 연구팀이 뇌졸중 발생시 그동안 뇌를 지키는 작용으로 여겨진 뇌속 '흉터 형성' 과정이 실제로는 뇌졸중을 악화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하고 치료제 후보까지 제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창준 기억및교세포 연구단장팀과 유승준 을지대병원 교수팀이 뇌속 별세포가 뇌졸중을 일으키는 분자 메커니즘을 밝히고 뇌졸중 발생 이후 '골든타임'을 수십시간 연장할 수 있는 유망 치료제 후보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2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공개됐다.
매년 국내에서 뇌졸중 환자 10만명이 발생하고 전체 사망자의 10%를 차지한다. 5분에 1명 꼴로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뇌졸중은 증세가 급속도로 악화되기 때문에 보통 1~4시간 내 병원에 도착해 혈류 흐름을 개선하지 않으면 사지마비 등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후유증이 발생하기 쉬운 질환이다. 사전에 발생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필수적이다. 뇌졸중은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임상에서는 주로 혈전을 제거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연구팀은 뇌속 별세포의 역할에 주목했다. 별세포는 평소 뇌를 안정적으로 유지·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뇌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세포다. 뇌혈관이 막혀 과산화수소(H2O2)가 과도하게 생성돼 농도가 높아지면 별세포는 섬유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을 생성해 신경세포를 사멸시킨다. 뇌졸중 쥐 모델 실험 결과 뇌졸중 시 과산화수소가 급증했으며 뇌졸중 발생 3일 뒤 교세포 보호막 주변이 콜라겐으로 가득차고 신경 세포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분자 메커니즘 분석을 통해 별세포가 형성하는 콜라겐 장벽이 오히려 병환을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존에는 콜라겐 생성이 병의 확산을 막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과산화수소 분해를 촉진해 콜라겐 생성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물질 KDS12025를 뇌졸중 생쥐에 투여하자 교세포 장벽과 신경세포 사멸이 거의 사라지고 저하됐던 운동 능력이 일주일 만에 정상 수준으로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KDS12025는 적혈구에 있는 색소 분자인 헴이 과산화수소와 잘 결합하도록 유도해 분해를 촉진한다. 콜라겐 생성이 활성화되는 수준까지 과산화수소 농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막는 원리다.
이 단장은 "적혈구의 과산화수소 분해 속도를 100배 정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혈뇌장벽도 잘 통과해 뇌에 전달되는 효율도 높다. 복용, 혈관주사, 복강주사 등 다양한 약물 전달 형태에서 모두 효과가 확인됐다.
이 단장은 "보호막이 긍정적 영향만 줄 것이라는 잘못된 견해로 치료제 개발이 늦어졌던 것"이라며 "그동안 수없이 실패했던 뇌졸중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라고 말했다. 별도의 혈전 제거제 투여 없이 개발된 치료제만으로 혈전 형성이 억제되는 효과도 확인됐다. KDS12025은 분자량이 적은 작은 물질로 구조가 단순해 대량생산도 용이하다.
영장류 시험도 진행했다. 원숭이 10마리에 KDS12025를 투여하자 뇌 부종이 서서히 줄고 2주 뒤에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원숭이들은 한쪽 뇌에 뇌졸중을 유발해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약물 투여 후 2주 뒤 정상 운동 능력을 회복해 해당 팔로 과일을 집는데 무리가 없었다. 약물을 뇌졸중 발생 2일 뒤에 투여해도 효과가 나타났다.
이보영 IBS 기억및교세포 연구단 연구위원은 "골든타임이 지나면 어떤 치료도 듣지 않는다"며 "약물을 투여해 보호막 생성을 억제한 것만으로도 증상 완화가 나타났고 다른 치료법으로 뇌졸중에 대응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은 피부 상처가 치유되는 상황과 매우 유사해 '뇌 흉터(brain scar)'라고도 불린다. 피부 흉터도 콜라겐 단백질이 뭉치면서 생성된다.
이재훈 기억및교세포 연구단 선임연구원은 "피부에서는 딱지가 생겨 떨어져 나가고 메워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뇌에서는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로 남는다"며 "치료제를 통해 회복된 세포들의 장기적인 반응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장 치명적인 뇌졸중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임상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 분자 메커니즘 규명은 연구팀이 제안한 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접근법을 제공한다. 이 단장은 "분자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면 아이디어가 생긴다"며 "모르면 사실상 맨땅에 헤딩"이라고 설명했다. 식이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통해 평소 혈액 내 과산화수소 농도를 줄이는 예방 차원의 접근법도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이유다.
이 단장은 "향후 치료제로 개발돼 사용된다고 하면 구급차 내에서 투여되는 형태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뇌졸중 발병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약 250만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 이 단장은 "KDS12025의 안전성을 개선한 다음 버전을 통해 기술이전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치료제가 개발되면 중국이 주요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met.2026.04.001
[이병구 기자,문혜원 인턴기자 2bottle9@donga.com,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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