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29] 성모의 죽음은 왜 초라한가

17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1571~1610)가 그린 ‘성모의 죽음’이다. 1601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스칼라 교회 내 가족 예배당을 위해 주문을 받았다.
성경에는 성모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신 2세기 무렵부터 널리 퍼진 전승에 의하면, 성모가 기적처럼 모여든 예수의 사도들 사이에서 평화롭고 고귀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그림은 압도적으로 크다. 성모를 둘러싼 인물들이 모두 실제 크기에 가깝다. 슬픔에 젖은 채 몸을 웅크리고 앉은 막달라 마리아가 바로 옆에 있는 것 같다. 관람자는 자연스레 그 앞의 빈 공간 쪽에 서게 된다. 그러고 보면 바로 눈앞에 퉁퉁 부은 성모의 맨발이 들어온다. 빨간 옷은 가슴께에서 벌어져 있고, 그 위로 새까만 손톱이 눈에 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뒤에서 후광이 희미하게 빛나지만, 그렇다고 이 죽음의 순간이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카라바조는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한 예수와 성모를 티 없이 깨끗하고 고상한 모습으로 그리는 일이야말로 위선이라고 믿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육체의 죽음과 남루한 성인들의 눈물을 담은 그의 그림은 찬탄과 지탄을 동시에 받았다.
교회에서는 이 그림을 거부했다. 카라바조가 익사한 매춘부를 모델로 성모를 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곧 만토바의 곤차가 공작이 구입했고, 이후 영국 왕 찰스 1세,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손을 거쳐 루브르 박물관에 안착했다. 성모의 초라한 죽음은 처음에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이후로는 내내 귀한 대접을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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