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벽 깬 인간 마라톤…생리학적 종착지까지 다다를까

김세훈 기자 2026. 4. 2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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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의 세바스티안 사웨가 26일 영국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레이스에서 우승한 뒤 자신이 세운 서브2 기록을 적은 레이싱화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아래 작은사진은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AFP연합뉴스
런던마라톤서 인류 첫 ‘서브2’
1시간59분30초로 결승선 끊은 사웨
241㎞ 고강도 훈련에 당일 빵·꿀 섭취
아디다스 초경량 레이싱화도 한몫
과학자들이 계산한 이론적 한계는
1시간57분58초…이제 화두는
어디까지 빨라지는가에

인류 마라톤의 마지막 성역으로 여겨졌던 ‘2시간 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이제 질문은 달라졌다.‘2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어디까지 더 빨라질 수 있는가’다.

사바스티안 사웨(31·케냐)는 지난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레이스에서 42.195㎞를 1시간59분30초에 완주하며 우승했다. 공식 마라톤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서브2(2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한 역사적 기록이다. 종전 세계기록은 202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마라톤에서 고(故) 켈빈 킵툼이 세운 2시간00분35초였다. 사웨는 이를 무려 1분5초 앞당겼다.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가 1시간59분41초로 2위를 차지하며 사웨에 이어 두 번째 공식 서브2 주자가 됐다.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도 2시간00분28초로 3위에 올랐다. 세 선수 모두 종전 세계기록보다 빨랐다.

한 대회에서 상위 3명이 모두 기존 세계기록을 넘어선 것은 마라톤 역사상 처음이다. 이는 개인의 돌파가 아니라 종목 전체의 진화를 의미한다. 사웨는 경기 후 “기록은 얼마나 준비했는지, 얼마나 자기 통제를 했는지에 달려 있다”며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다음 단계로 옮겨간다. 인간은 어디까지 더 빨라질 수 있을까. 미국 운동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는 1991년 발표한 연구에서 인간 마라톤의 이론적 한계를 1시간57분58초로 계산했다. 이 계산은 최대산소섭취량(VO₂ max), 젖산역치, 러닝 효율성 등 세 가지 생리학적 요소에 기반한다.엘리트 마라토너들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체중 1kg당 분당 70~85㎖ 수준의 산소를 활용한다. 일반인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최대 능력의 85~90% 수준을 거의 2시간 가까이 유지한다. 마라토너들에게는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해 얼마나 적은 에너지를 쓰는가도 중요하다. 30㎞ 이후 체온 상승, 근육 미세 손상, 글리코겐 고갈이라는 생리적 한계가 동시에 시작된다. 이를 이른바 ‘벽(hitting the wall)’이라로 부른다. 마라톤의 기록 경쟁은 결국 이 벽을 얼마나 늦게 만나는가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42.195㎞를 1시간59분30초에 달렸다는 것은 평균 시속 21.2㎞, 1㎞당 2분49.9초 페이스다. 만약 1시간58분00초를 기록하려면 평균 페이스를 1㎞당 2분47.8초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세계 정상급 마라톤에서 1㎞당 2초 단축은 엄청나게 힘들다.

사웨는 최근 6주 동안 주당 평균 200㎞ 이상, 많게는 241㎞까지 달리는 고강도 훈련으로 심폐지구력과 후반 페이스 유지 능력을 극대화했다. 레이스 당일 아침에는 빵과 꿀만 섭취해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로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을 최대화했고, 경기 중에는 고농도 탄수화물 젤을 꾸준히 보급해 30㎞ 이후 찾아오는 ‘벽’을 최대한 늦췄다. 여기에 아디다스의 초경량 레이싱화가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추진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 사웨는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을 앞두고 세계육상청렴기구에 자발적으로 추가 도핑 검사를 요청했고, 예고 없는 검사 25차례를 받기도 했다.

이번 런던 마라톤은 그의 네 번째 풀코스 마라톤이었다. 경험이 축적될수록 레이스 운영과 에너지 배분은 더 정교해질 수 있다. 즉, 기록 단축의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훈련 과학, 회복 기술, 영양 전략, 장비 혁신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더라도 향후 5~10년 안에 도달 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2시간 돌파는 끝이 아니라 인간 한계 1시간58분대를 향한 시작인 셈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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