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태우지 않고 ‘대중교통’이라 불릴 자격 있습니까
지난 4월 21일, Moon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3년 전, Moon이 지역의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며 버스를 세우고 쇠사슬로 버스와 자신의 몸을 묶어 버스의 운행을 방해하는 등의 피해를 주었다는 이유다.
지난 주에 Moon과 함께 국선 변호인 면담을 하러 갔다. 변호인은 의견서에 “버스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승객들이 탑승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문구를 넣어도 되는지 물었다. Moon은 “죄송하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수십 년째 버스를 타지 못한 것은 누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하는가?”하고 물었다. 삼십 분이 채 되지 않는 면담 후, 변호인은 Moon을 설득하기보다, 판사를 설득하기로 입장을 바꾸었다. 활동지원인인 내게도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나의 의견서를 일부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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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Moon은 저상버스 요구를 위한 시위에 동참했다. 올해 4월 21일, Moon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정에 섰다. 법정에서 Moon은 AAC(보완대체의사소통)로 진술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장애는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장애를 이유로 권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잘못입니까. 이동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범죄입니까.” 사진 속 버스 출입구에 Moon의 모습이 보인다. 끌려나가지 않기 위해 쇠사슬로 버스와 자신의 연결했다. 이 시위 이후 세종시 저상버스 도입률이 8%에서 2023년 기준 46.4%로 올라섰다. (사진 제공-Moon) |
존경하는 판사님께
저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보건복지부가 정한 활동지원사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장실습을 이수한 장애인 활동지원사입니다. 저는 3년째 Moon의 옆에서 Moon의 삶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Moon이 대표로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리프트가 장착된 관광버스를 타고 중증장애인들이 자립여행을 가는 모습을 보고 센터 후원회원이 되었고, Moon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Moon의 활동지원도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에 관심을 갖고 장애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습니다.
저는 좋은 장애활동지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3년 차인 저는 그 바램을 접었습니다. 저는 Moon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기 일쑤입니다. 제가 잘 안다고 안내한 길에 턱이 있어 되돌아오기 일쑤고, 제가 소개한 가게들은 휠체어가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노선을 찾아도 저상버스가 아니라서 Moon은 탈 수 없습니다.
Moon이 먹고 싶은 메뉴가 있어도, 경사로가 있는 음식점으로 갑니다. Moon은 용변을 제어할 수 있지만 제가 기저귀를 입도록 권합니다. 장애인화장실이 아예 없는 건물도 있고, 있다 해도 잠겨 있기 일쑤라 화장실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콜택시가 잡힐 가능성이 없는 일정은 포기하게 종용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Moon에게 저는 장애인 콜택시를 타라고 합니다. 장애인 콜택시도 한 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버스정류장에 무한정 서 있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도입된 버스 도착 안내 서비스는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Moon은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타려고 하지만, 이동수단이 없을 때 저는 Moon에게 수동휠체어를 권합니다.
활동지원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시키며, 장애를 가족에게 떠넘기지 않기 위한 제도”이지만, 저는 장애인이 자립하지 않는 쪽으로, 삶의 질을 포기하는 쪽으로, 장애로 인한 불편을 개인과 가족에게 떠넘기는 방향으로 활동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법과 제도는 장애인차별을 금지하고,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증진하라고 하는데도, 버스 타는 일 같은 가장 기초적인 일들이 장애인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때, 장애인과 장애활동지원사는 사회에서 함께 배제되고 고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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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이 끝난 후 Moon이 향한 곳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무효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국토교통부 앞.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이 조류 조사가 부실하게 이루어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수립된 것에 문제 제기하며, 국토부를 상대로 기본계획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Moon은 말한다. “재난 앞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장애인이예요. 생명안전과 환경 이슈에 장애인들이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Moon은 누구보다 법을 지키고, 법을 보완하고, 법의 준수를 촉진하는 사람이다. (사진 제공-호미) |
하지만 저는 Moon을 지켜보며 조금씩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Moon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법과 질서를 지키고, 법을 보완하고, 공공과 민간이 법을 준수할 것을 촉진해왔습니다.
Moon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지역의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스포츠 교실을 열고, 장애인 동료상담을 합니다. 버스를 처음 타보는 장애인과 함께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버스 탑승이 익숙할 때까지 지원하고, 통장이 없는 장애인과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듭니다. 시설 장애인을 초대해서 영화제도 엽니다. 센터 회원들과 버스 모니터링을 하며, 지역의 교통약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살피고 해결해갑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책 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 내에서 일상적으로 장애인식 개선활동을 합니다.
Moon이 그동안 제기한 민원만도 수십 가지입니다. 민원 뿐 아니라, 직접 행정기관이나 시의원을 찾아가고 모니터링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버스정류장에 있던 턱들이 없어지고, 버스 탑승을 방해했던 화단이 재배치되고, 장애인 콜택시 야간 운행이 생겼습니다. 2021년도에 8%이던 저상버스 도입률이 Moon의 시위 이후 2023년 기준 46.4%로 획기적으로 늘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제4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의 목표인 저상버스 62% 도입률에 가까워지게 된 것입니다. 중증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도록 시를 설득해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조례도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법이 정한 활동입니다. Moon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앞장서서 지키고, 보완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Moon의 활동은 2008년, 우리나라도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내용과도 일치합니다.
Moon이 버스를 멈춘 것은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이윤 때문에 법을 어기고 있는 버스회사와 이를 묵인하고 있는 행정에 법을 지키라고 촉구한 것입니다. 자신의 몸에 쇠사슬을 두르면서까지요.
25년간 집에만 있다가 처음 사회에 나와 ‘은행 업무도, 버스도 탈 줄 몰랐던’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과 좌절을 겪은 Moon은 스물다섯 살 때 “중중장애인들의 삶을 살만하게 만드는 일을 하겠다”고한 다짐을 30년째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3년 전, 항암치료를 받았던 1년을 뺀 전 기간 동안 말입니다.
moon의 활동은 단지 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동이 불편해집니다. 오늘 저상버스가 없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모두의 문제입니다. 장애인의 시민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장애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문이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 말이라고 믿습니다. 헌법이 누군가는 태우지 않으면서도 ‘대중교통’이라고 버젓이 불리고 있는 계단버스가 아니길 간절히 바랍니다.
판사님의 판결이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차별을 묵인해 온 우리 사회를 전환시키는 판결이 되기를,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판결이 되기를, 그래서 저도 좋은 활동지원사가 되고 싶은 바람을 다시 가질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필자 소개] 호미. 장애활동지원사이며 동화 집필 노동자. 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활동서비스 이용인’ Moon을 돌보고 Moon으로부터 돌봄을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합니다. 일하고 사랑하며, 투쟁하고 놀며 새로운 몸으로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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