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봇 직원’ 때문에… 年 2.4명꼴 목숨 잃었다 [심층기획-AI, 공존의 조건]
韓 제조업 보급 밀도 6.7배 ↑
최근 11년 26명 산재로 사망
오동작 로봇에 끼이고 눌리고… “작업자 부주의도 문제”
재해 60% 방호 미설치 등 원인
사람을 박스로 착각해 집거나
부품 교체 도중에 갑자기 작동
“인간, 공장 밖에서 관리만 해야”
수리 사고 80% ‘정지’ 안 한 탓
편리함 이면 주의력 분산 초래
“현장에선 2인1조 점검 등 필수
로봇 투입으로 결국 산재 줄 것”
지난 11년간 연평균 2.4명이 산업용 로봇으로 산업재해를 당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밀도를 기준으로 한 ‘로봇발(發) 산재’도 여타 국가 대비 높은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국내 제조업의 로봇 밀도는 타 선진국 대비 높은 편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1012대로 조사 대상 국가 평균인 151대보다 6.7배나 높다.

한국 산업현장에 보급된 로봇을 종류별로 보면 2023년 기준 고정용 93.0%, 자율이동로봇(AMR) 4.5%, 협동로봇 1.5%, 이동형 조작로봇 1.0%이다. 고정용이 대부분이지만 향후 현대차의 ‘아틀라스’처럼 사람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는 빠르게 확산할 전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한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4년 3820만달러(약 564억4000만원)에서 2035년 1억9595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4족 보행 로봇 시장은 2024년 35억달러에서 2033년 102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로봇 산재를 둘러싼 시각은 복합적이다. 작업장에 투입되는 사람이 줄어 인명 피해도 감소할 것이라는 견해와 로봇과 함께 일하는 상황이 늘어 위험도 늘어난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국산 피지컬AI ‘카이로스’ 2대를 지난해 12월 투입한 자동차 핸들 제조기업 DH오토리드의 김대식 상무는 “로봇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 얼마나 체계적으로 안전을 설계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라며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면서도 산업용 로봇의 안전 센서 등에 특히 신경 썼고, 현재까지 로봇발 산재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공장 고도화 단계인 레벨4를 인증받았다.
이석근 DH오토리드 대표도 30년 전 대리 직급일 당시 작업자가 왼손을 크게 다치는 일을 목격한 뒤론 자동화의 필요성을 더 절감한다. 그는 “프레스 공정에서 중년 여성이 가까이 붙어 일을 하다 사고가 났고, 병원에 모시고 가던 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로봇과 자동화가 확산하면 그럴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산업용 로봇 사용으로 산재가 발생하긴 했지만 작업자의 부주의에서 비롯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업자가 연속해서 생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안전장치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다”며 “로봇 장비 수리 시 2인1조 점검 등을 지키면 문제가 없고, 장기적으로 로봇 투입으로 산재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업체 공장에는 32대의 스마트 절삭 장비인 머시닝센터(MCT)가 가동되고 있다.
반면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협동로봇과 함께 일하는 상황을 “세상에서 제일 위험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무인공장 확대를 주장하며 “공장에 로봇이 걸어다닌다는 건 산업안전 측면에서 말도 안 되게 위험한 것이고, 10㎏을 들어 올리는 로봇의 전체 중량은 적어도 2000㎏인데 그 로봇이 사람을 스친다고 생각해 보라”고 했다. 이어 “로봇과 함께 일하는 건 산업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무인화한 공장에서 사람은 공장 밖에서 관리만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부연했다.

산업현장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법 제도는 이를 반영하기엔 미비한 실정이다.
산업용 로봇 사용을 규정한 법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23조로 사업주가 위험 방지를 위해 높이 1.8m 이상의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울타리 설치가 어려운 구간은 안전 매트 등 감응형 방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기준에 맞게 로봇 사용 환경을 마련했는지를 전문기관에 검증받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협동로봇 작업장 안전인증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2018년부터 도입하고 있는 제도인데 법적 근거의 불명확성, 산업계의 참여 유인 부족 등이 문제로 꼽힌다.
임성수 경희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인증제도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하위 고시 등에 명확한 조항으로 규정하고, 인증 취득 기업에 행정적·경제적 인센티브 체계를 병행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재해의 상당수는 작업자와 로봇 사이의 물리적 접촉 또는 협착에 따른 것”이라며 “특히 방호 장치의 미설치 또는 오동작이 원인이 되는 사고가 전체 로봇 재해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했다. 실제 노동부 자료를 파악한 결과 산업용 로봇발 사망 사고의 약 90%는 ‘끼임’ 유형이었고, 가장 흔한 사고가 로봇 팔과 주변 구조물 사이 끼임이었다. 사고의 약 60%는 수리·검사·준비 등 비정형 작업 중 일어났고, 그중 약 83%가 로봇을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다가 발생했다.
박달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피지컬AI가 보편화하면 산재가 줄어들 수 있으나 그 과도기에서 위험 요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자동차 자동변속기 확산으로 교통사고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사실에 이를 비유했다. 수동변속기 대비 자동이 편리하지만, 편리한 만큼 주의력을 분산시켜 사고가 늘어난 것인데 제조 공장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첨단기술 활용으로 미래엔 산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그 시점을 알긴 어렵다”며 “과도기에서는 로봇 오작동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제도나 가이드라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지민·김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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