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쏘아올린 자강론… 아·태 군비 지출 확 늘었다
권역 내 6810억弗… 8.1% 급증
9년새 61% 늘린 日, 세계 10위
‘中과 갈등’ 대만도 14% 증액
인도 2년째 5위… 한국은 13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청구서’와 동맹 방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비 지출이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안보 우산이 더는 공짜가 아니라는 공포가 아시아 우방국들의 ‘자강 본능’을 자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눈에 띄는 대목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증가세다. 이 지역의 군사비 지출은 총 6810억달러로 전년 대비 8.1% 급증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일본의 군비 지출은 전년 대비 9.7% 증가한 622억달러로 집계돼 전년과 같은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이는 GDP의 1.4%에 해당하는 액수로 1958년 이후 최고치이다. 2016년에 비해서는 61%나 증가했다. 일본의 군사비 지출은 “중국, 북한 관련 안보 우려에 따라 순항미사일, 정보·감시·정찰 자산 등 장거리 타격 및 반격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됐다”고 SIPRI는 설명했다.

대만 역시 큰 규모의 군비 증강을 이어갔다. 대만의 지난해 군사비 지출은 전년 대비 14% 급증한 18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88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군의 군사훈련이 더욱 정교해지고 범위가 넓어지면서, 대만 정부는 GDP의 2.1%를 국방에 쏟아붓는 결단을 내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향해 “GDP의 10%를 국방비로 써야 한다”고 압박하자, 대만 정부는 2030년까지 목표치를 5.0%로 상향 조정하며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액은 478억달러로 전년 대비 2.6% 늘어 세계 13위를 기록했다. SIPRI는 미사일 방어와 선제타격, 보복능력 등 3축 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군비 증강의 핵심 동력으로 ‘트럼프 요인’을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세게 압박하고, 유사시 미군 지원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면서 아시아 동맹국들이 스스로 무장을 강화하는 선택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 내 최대 지출국인 중국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3360억달러를 군비로 할당했다. SIPRI는 중국의 군비 지출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2035년 군 현대화 완성’ 목표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군 부패 척결 작업으로 고위급 장성들이 대거 숙청됐지만 군비 지출 시스템은 흔들림 없이 증가세를 이어갔다. 인도 역시 파키스탄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 속에 전년 대비 8.9% 증가한 921억달러를 지출하며 세계 5위 지출국 자리를 지켰다.
반면 세계 최대 군사 대국인 미국의 지출은 9540억달러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추가 국방부 예산 배정이 없었기 때문으로, 미 의회가 승인한 2026년 예산안이 이미 1조달러를 넘어선 것을 고려하면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SIPRI는 “전 세계적인 전쟁과 불확실성, 지정학적 격변 속에 각국이 대규모 군비 확장에 나서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2026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도쿄=이우중·유태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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