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8부 능선 지나는 ‘국가 치매 R&D’...“후속 사업 공백 막아야”

이석호 기자 2026. 4.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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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때 ‘치매 극복 가능하냐’는 질문 많아...예산 축소 아쉬워“
"치매 R&D로 발병 시점 5년 늦춘다" 목표...2020년 출범
아델·큐어버스, 2건 계약에 기술이전 규모 2조 원 '훌쩍'
올해 신규 과제 5건 선정...2029년 2기 후속 사업 착수
사진=디멘시아뉴스

"초고령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 치매 연구개발(R&D) 지속 방안을 마련해야 할 중요한 시점입니다. 우리나라가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후속 사업 추진이 절실합니다."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KDRC) 단장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서울에서 열린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2단계 우수성과 공유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2020년 출범한 이 사업은 1·2단계를 거쳐 올해 마지막 3단계(2026~2028년)로 접어들며 2028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사실상 8부 능선에 들어선 셈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추진된 2단계 연구 성과가 종합 점검됐다. 기술이전 계약액 2조 300억 원, 논문 505편, 특허 200건 이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11건 등의 양·질적 성과가 이날 보고됐다.

◆ "예타 때 '치매 극복 가능하냐'는 질문 많아...예산 축소 아쉬워"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 / 디멘시아뉴스

정은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축사에서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시절을 떠올리며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당시 과기부에서 발표를 하는데 '치매가 극복 가능한 과제인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예산이 축소되는 과정을 거친 데 대해 "늘 아쉬움이 남는 사업"며 "차질 없는 후속 사업 추진을 통해 연구자들이 끝까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예산 지원에 신경 쓰겠다"고 약속했다.

정재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첨단바이오기술과 사무관은 "사업 이후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중 국내 비중이 3~4%에서 8% 이상으로 확대됐다"며 "10%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묵 단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기초연구부터 임상,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연구 성과가 논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단계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 3단계 과제 선정을 마무리하면서 내년부터 사업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브리징(bridging) 사업과 2기 후속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KDRC) 단장 / 디멘시아뉴스

◆ "치매 R&D로 발병 시점 5년 늦춘다" 목표...2020년 출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은 치매 발병 시점을 5년 늦춘다는 목표 아래 ▲원인 규명 및 발병 기전 연구 ▲예측·진단 기술 개발 ▲예방·치료 기술 개발 ▲글로벌 공동 연구 등 4대 축으로 진행된다. 사업 초기부터 과기정통부와 복지부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시작됐으나, 글로벌 공동 연구(2024~2028년)의 경우에는 복지부 단독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출범 당시 치료제가 사실상 없는 영역에서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사업 예산도 당초 1조 원 이상 규모로 기획됐지만, 예타를 거치며 점차 축소돼 최종 1,987억 원(국고 1,694억 원, 민간 293억 원)으로 확정됐다. 연구 기간이 9년에 걸친 점을 고려하면 연간 투입 예산은 약 200억 원 정도로,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업단에 따르면, 국내 치매 분야 국가 R&D 투자 규모는 암 등 주요 질환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투자액은 3,466억 원으로, 미국(약 5조 7,000억 원)의 16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사업단은 제한된 재정 여건 속에서도 데이터 기반 연구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협력을 통해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 60개 병원에서 수집한 8,500바이알의 인체 유래 자원을 기반으로 임상·영상 데이터를 통합한 'TRR(기초·임상연구 레지스트리)'과 'DPK(치매연구정보 통합·연계시스템)'을 구축해 연구자들에게 개방했다. 아울러 영국 DPUK, 미국 DIAN 등과 협력 체계를 갖추며 국제 공동연구의 발판도 마련했다.

◆ 아델·큐어버스, 2건 계약에 기술이전 규모 2조 원 '훌쩍'

가장 주목할 성과는 기술이전 분야다. 두 건의 계약만으로 2조 원을 훌쩍 넘어서는 쾌거를 올렸다. 아델은 타우 단백질 표적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 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에 1조 5,300억 원 규모로 이전했다.

윤승용 아델 대표는 이날 "작은 회사는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남들이 모두 아밀로이드를 개발할 때 우리는 타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타우 안에서도 어떤 에피토프(epitope)를 타깃할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아밀로이드 치료제 성공·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전략을 짰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뇌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당시 국내에 갓 시작된 뇌 은행(brain bank)과 식약처, 해외 기관에서 조직을 얻었는데, 사업단이 TRR을 구축해 국내 연구자들이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된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개발된 타우 항체는 미국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이 확인됐다"며 "사노피가 1b 단계부터 가져가 후속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승용 아델 대표 / 디멘시아뉴스

큐어버스는 Nrf2 활성화 기전 기반 치료제 후보물질을 이탈리아 뇌질환 전문 제약사인 안젤리니 파마에 총 5,00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유럽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라며 "후속 임상에서도 좋은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초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잇따랐다. 연세대 김성우 교수팀은 알츠하이머 환자 뇌 조직에서만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를 정밀 분석하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특히 뇌 신경세포 생성이 일어나는 영역인 '치아이랑(dentate gyrus)'에서 텔로머레이즈(telomerase) 활성이 현저히 저하된 사실을 규명했다. 김 교수는 "기존에는 가족성 알츠하이머 위주의 연구가 진행됐지만, 태어난 후 획득된 돌연변이가 새로운 병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조한상 교수팀은 인간 뇌를 모사한 3차원 '생체조직칩' 플랫폼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플랫폼은 면역세포와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현재까지 국내 바이오텍 4곳과 14건의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서비스를 완료했으며, 추가 계약이 진행 중이다.
(왼쪽부터)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 조한상 성균관대 교수, 묵인희 KDRC 단장, 윤승용 아델 대표, 김성우 연세대 교수, 김동현 뉴로핏 공동대표 / 디멘시아뉴스

뉴로핏은 MRI 영상 기반 치매 진단 소프트웨어 '아쿠아(AQUA)' 제품군을 개발했다. 김동현 뉴로핏 공동대표는 "아밀로이드, 타우, 신경퇴행, 혈관성 병리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조기 진단과 치료 효과 모니터링을 지원한다"며 "특히 항아밀로이드 치료제 투약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인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툴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 올해 신규 과제 5건 선정...2029년 2기 후속 사업 착수

한편 사업단은 올해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 신규 과제로 총 5건을 이달 최종 선정했다. 선정 과제는 '치매 위험요인 탐색 및 기전규명' 분야 4건과 '치매 치료제 개발 임상' 분야 1건이다.

울산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연구 책임자 손아름)은 '다중 척도 구조 매핑 및 합성 펩타이드 기반 알츠하이머병 신규 위험 요인 규명' 과제를 수행한다. 서울아산병원 박홍주 교수팀(이비인후과)은 난청과 청각 재활 여부에 따른 인지장애 환자의 뇌 내 네트워크 계층적 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

숙명여대 박수철 교수팀(생명시스템학부)은 뇌척수액 흐름과 뇌혈관 청소 기전에 기반한 알츠하이머 치료 표적 발굴에 나선다. 한국뇌연구원 김형준 박사팀은 동물 모델의 공간전사체와 임상 단백체 융합 분석을 통해 전두측두엽 치매의 TDP-43 병리 기전을 규명할 계획이다.

치매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는 큐어버스 연구팀이 선정됐다. 큐어버스는 '교세포 조절 기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연구와 장기 비임상시험 완료를 통한 임상 2a상 IND 승인' 과제를 수행한다.

또한 사업단은 과기정통부·복지부와 2026~2030년 2단계 브리징 사업인 치매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차세대 치매 연구 및 기술개발'과 '차세대 맞춤형 진단, 치료 및 예방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

추진 과제는 ▲치매 위험 예측·조기진단 기반기술 개발 및 실용화 ▲신개념 치매 치료 원천기술 개발 및 실용화 ▲치매 약효·안전성 정밀 평가 플랫폼 구축 ▲치매 비약물 치료기술 개발 및 실용화 ▲K-치매 아틀라스 기반 AI 모델 개발 등이다. 202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2기 후속 사업에 착수하겠다는 목표로 사전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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