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육성 UN후손 장학사업…보훈 패러다임 미래형 전환”

- 장순흥 허남식 총장·도용복 구정회 회장 등
- 지역 학계·공공·민간 참여 협업조직 구성
- 지정기부제도 도입 등 장학사업 구체화
- ‘디지털 아카이브’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
- ‘국제평화도시 부산’ 도약할 청사진 밝혀
부산에서 지난 10일 유엔후손지원재단이 출범했다. 6·25전쟁 종전 75주년을 맞아 참전용사 중심의 기존 보훈 체계를 유엔후손으로 확장해 숭고한 희생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로 공공과 학계 민간이 힘을 모았다. 재단 공동대표에 장순흥 부산외국어대학교 총장과 도용복 사라토가 회장이 이름을 올렸고 이학춘 동아대학교 명예교수가 사무총장, 최집렬 엘시티 고문이 상임이사를 맡는다. 허남식 신라대 총장, 구정회 부산적십자사 회장, 조금세 국민통합위부산협회장이 고문으로 참여한다. 지난 24일 재단의 장순흥 총재와 조금세 고문, 이학춘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이 국제신문을 찾아 향후 운영방향과 주요 사업, 미래비전 등을 이야기했다.
“재단의 출발점은 보훈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제까진 참전용사를 중심으로 한 ‘기념의 보훈’이었다면 이제 후손까지 확장된 ‘미래형 보훈’으로 나아가야 한다. 약 1600만 명에 이르는 유엔후손을 단순한 보훈 대상이 아닌 대한민국의 글로벌 인적자원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한국전쟁에서의 UN참전국 희생에 대한 보은으로 정부 차원에서 매년 100만 달러 규모의 UN후손 장학금을 예산에 편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 총재는 재단 출범 배경으로 ‘보훈 패러다임의 전환’을 꼽았다. 전 세계 1600만 명의 유엔후손을 대한민국과 연결된 글로벌 인적 자산으로 보고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한 축으로 키우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조 고문은 세계 유일 유엔군 묘지인 부산 유엔기념공원의 가치 확장에 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원이 추모 공간을 넘어 국제교류와 평화교육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단 출범 당시 언급된 ‘유엔문화원 거리’ 조성과 연계해 기록·교육·문화·관광·국제교류가 결합된 플랫폼을 구축하고 부산을 국제평화도시이자 글로벌 보훈 중심도시로 발전시키는 기반을 닦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재단이 내세운 핵심 사업은 세 가지다. 첫째는 ‘유엔후손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이다. 한국전쟁 참전 유엔군과 그 가족의 기록을 개인·가족 단위 서사로 복원해 저장하는 작업이다. 사진과 편지, 구술 기록 등 다양한 자료를 국가별·인물별로 체계화해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 즉 ‘가족 전쟁박물관형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것. 이학춘 사무총장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사라질 기록”이라며 “아카이브는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글로벌 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는 장학사업이다. 이 사무총장은 ‘1+1 UN후손지원제도(1장학회 1유엔후손 지원)’를 핵심 실행 전략으로 제시했다. 국내 5000여 장학회·재단은 정관 변경만으로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은 ESG 사회공헌과 연계한 정기 기부를 통해 기부금 영수증 발급과 세제 혜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교회 사찰 등 종교단체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해 민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지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유니세프의 지정기부제도(DDF)를 도입해 기부자가 특정국가 UN후손을 지원하는 구조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기부의 투명성과 참여 동기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스포츠·한류 스타 등 셀럽은 팬덤 기반의 DDF형 장학회를 설립해 글로벌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기부재단(UNDeSF) 설립을 통해 세제 혜택을 활용하는 방안도 병행된다. 공기업과 중소·중견기업에는 ESG 사회공헌사업으로 참여를 제안할 생각이다. 실제 민간 참여도 시작됐다. 최금식 SB선보 회장은 매년 3, 4명의 유엔군 후손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기업 후원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셋째는 교육 플랫폼 구축이다. 장 총재는 UN후손 유학생 유치를 단순한 국제교류가 아닌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보완할 전략적 인재 확보 방안으로 규정했다. UN후손 유학생은 역사적 연대 위에 형성된 신뢰에 기반한 인재로,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국내에 정착시키는 것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외대는 ‘UN후손유학생 허브센터’를 중심으로 입국 전 사전교육부터 입학 이후 학습 취업 정착까지 연계하는 전주기 인재양성 시스템을 마련한다. 대학 내에는 ▷글로벌 마케팅 및 수출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K-수출전사 프로그램’ ▷다국어 기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AI 부트캠프’ ▷취업과 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다문화사회통합센터’가 운영되며 이를 통해 유학생을 통합 관리하는 구조를 갖춘다. 부산외대는 UN참전국가대학 및 국내대학과 ‘UN후손교육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기술교육은 동의과학대학교 진학을 지원하는 등 UN후손의 교육선택권을 보장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재단 측은 “단순 학위 중심 교육을 넘어 직무역량, 산업연계, 사회통합까지 포함하는 국가형 인재 모델”이라며 “벌써 좋은 강안병원 구정회 회장은 UN후손이 부산에 오면 의료지원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문화적 확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아카이브에 축적된 수많은 가족 서사와 기억은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문화콘텐츠로 재구성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세계적 공감과 감동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록 보존을 넘어 스토리 기반 교육 콘텐츠로 발전해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역사와 가치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조 고문의 설명이다. 조 고문은 “UN후손 아카이브의 궁극적 가치는 기록을 넘어 감동의 확산에 있다”며 “이러한 콘텐츠 확산은 유엔기념공원을 단순한 추모 공간이 아닌, 전 세계 UN후손이 방문하는 ‘성지순례지’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고 이는 부산을 국제평화도시로 도약시키는 문화적 기반이 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사업은 공공과 학계·민간이 함께 추진한다. 보훈·외교·교육이 결합된 사업 특성상 정부의 정책 지원과 공신력이 필요하고 대학은 교육과 인재 양성을 담당하며, 민간은 재원과 실행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각국 정부는 물론 참전용사 단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국제사업으로 외교 채널과 민간 네트워크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과제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현재는 유엔후손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해 장학사업 확대에 제약이 있다. 동시에 참전 1세대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그들은 “아카이브 구축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시간과의 경쟁”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우선 추진되어야 할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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