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선수가 ‘101타석 타율 0.110’ 굴욕의 2군행… 답은 김재환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 경력을 건 결정을 하며 SSG와 2년 총액 22억 원(보장 16억 원·인센티브 6억 원)에 계약한 김재환(38)은 2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상이 있다는 구단의 발표는 없었다. 꼭 부상이 아니더라도 2군에 갈 만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김재환은 26일까지 시즌 24경기에서 101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110, 2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462라는 당황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SSG는 김재환이 살아나기를 기다리며 꾸준하게 기회를 줬지만, 오히려 최근 10경기 타율이 0.097까지 처지는 상황에서 더 ‘기우제’를 지낼 수는 없었다. 차라리 2군으로 보내 문제를 교정한 뒤, 다시 1군에 올라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할 법도 했다.
김재환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거포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에서 경력 대부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통산 278홈런을 기록 중이다. 여전히 ‘파괴적인 스윙’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30대 후반, 이제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습 타격 때의 타구 속도와 비거리는 젊은 선수들이 따라잡기 버거운 수준으로 뛰어나다.
비록 전성기에서는 내려오고 있음이 분명했지만, SSG는 구장 규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인천에서는 한 시즌 20홈런 이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베팅했다. 김재환 또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며 현역을 더 오래 이어 가기 위해서는 홈런 파워를 보여주기 용이하며 자리가 있는 팀인 SSG가 친정팀 두산보다 더 적합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의기투합은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재환의 타격 성적은 왜 이렇게까지 떨어진 것일까. 여러 이유가 제시되지만, 어쩌면 답은 김재환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법하다. 김재환은 스프링캠프 당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시즌을 보면 공통적으로 볼넷이 많았다”고 했었다. 볼넷이 많다는 게 일반적인 의미에서 나쁘지 않게 보이지만, 그만큼 공을 오래 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재환은 앞에서 강하게 공을 맞혀야 하는 거포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재환은 올해 볼넷이 많다. 김재환의 시즌 볼넷 비율은 17.8%로 이는 개인 경력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전체적인 스윙 비율, 초구에 방망이가 나오는 비율, 존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타격 비율 등이 모두 경력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신 루킹 스트라이크는 경력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타격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공을 끝까지 보고 더 신중하게 치려고 하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보통 이런 특성은 콘택트 히터들에게서 나온다. 김재환이 가야 할 길은 아니었다.
선수도, 이숭용 감독도 이를 알고 있었다. 타격 메커니즘이 문제였다면 진작 2군에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메커니즘이나 밸런스의 문제가 아닌,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타석에서 위축되고 너무 신중한 게 문제였다. 한 번의 계기에 모든 게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정작 홈런 코스로 들어오는 실투를 죄다 놓치고 있었다. 이 감독은 “실투를 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격시 실투에 무의식적으로 방망이가 나가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가 않다”고 아쉬워했다.

타이밍이 늦다 보니 한가운데 패스트볼 실투에도 헛스윙이 나왔고, 당연히 타구가 정확하게 맞지 않으니 타구 속도 또한 떨어지고 공이 뜨지 않았다. 올해 김재환의 평균 타구 속도는 전성기에 비해 10㎞가 떨어졌다. 설사 볼넷을 골라도 아슬아슬한 흐름이 이어지곤 했다. 정작 투수들은 여전히 김재환의 파워를 두려해 워 적극적인 승부를 피해가곤 했지만 김재환 스스로가 자신의 불안감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김재환의 부진은 김재환에게만 피해가 가는 게 아니었다. 김재환이 지명타자 자리를 차지하다보니 다른 선수들이 계속 수비에 나가야 했다. 최정, 기예르모 에레디아, 한유섬 모두 지명타자로 한 번씩 쉬어가는 타이밍이 있어야 했는데 특히 최정은 사실상 수비 혹사를 당하는 수준이었다. 당초 이숭용 감독은 다른 선수가 지명타자로 나가야 할 때는 김재환을 좌익수로 투입하기보다는 아예 선발에서 빼는 그림을 구상했으나 정작 김재환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미련을 가졌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2군행이 조금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고명준이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재환이 일주일 정도 더 기회를 얻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지금은 메커니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2군 투수들을 상대로 자신감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성적 부담이 없는 곳에서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고, 당긴 포인트에서 장타가 나오고, 그렇게 감을 찾는다면 다시 1군에 올려 쓰면 된다. 김재환은 반드시 살려 써야 하는 선수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2군행이 남은 시즌의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