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농협 개혁’ 해답은 중앙회 구조의 인적 분할 [왜냐면]


박진도 | 충남대 명예교수·전 대통령직속농특위원장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 1일 농협 개혁 1단계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핵심 내용은 세가지다. 첫째,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기존 1111명 조합장 직선제에서 187만 전체 조합원 직선제로 개편한다. 둘째,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도·감독 범위를 기존 중앙회와 조합에서 지주회사 및 자회사까지 확대한다. 셋째, 농협중앙회(중앙회) 내부에 있던 감사 기능을 분리하여 중앙회·조합·지주·자회사를 통합 관리하는 외부 ‘농협감사위원회’(가칭)를 신설한다.
정부의 농협 개혁안이 발표되자 중앙회는 조합장들을 앞세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해 조직적 반대 운동에 나섰고, 일부 농촌 지역구 국회의원들 또한 이에 동조하여 개혁의 불씨를 끄려고 하고 있다.
과연 정부는 중앙회의 반대를 돌파하고 1단계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개혁의 핵심이라 할 2단계 구조 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농협 개혁 논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농협 개혁 논의와 그 결말에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어 왔다. 즉, ‘중앙회장의 비리·비위→정부 감사→대통령의 질타→농협법 개정’이라는 수순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농협법은 지금까지 15차례나 개정되었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 또한 ‘임명제→조합장 직선제→대의원 간선제→부가의결권 조합장 직선제’로 변화해 왔다. 그러나 농협은 근본적으로 개혁되지 않았고, 초대 민선 회장인 한호선 회장 이후 현 강호동 회장에 이르기까지 역대 중앙회장 7명 모두가 법적 문제로 처벌을 받거나 수사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반복했다.
왜 농협은 개혁되지 않는가. 한마디로 중앙회를 정점으로 한 ‘중앙회–임직원–회원 조합 조합장–농촌 쪽 지역구 국회의원–농식품부’로 이어지는 이해관계 카르텔이 매우 공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농협 개혁 논의와 농협법 개정은 이 카르텔을 해체하는 정공법이 아니라, 농협 비리 척결이라는 지엽적인 대응에 머물렀다.
개혁이 실종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주류 언론은 평소 농업·농촌 문제에는 무관심하다가 중앙회에 문제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집중 보도를 한다. 그러나 그 보도 방식은 농협 문제의 구조적 본질에 접근하기보다 자극적인 비리 폭로에 치중하고, 결과적으로 농협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왜 그럴까.
농협은 중앙회와 지주회사, 그리고 전국 각지의 지역 농·축협을 포함하여 10만명 이상의 임직원이 종사하는 거대 조직이다. 비리와 비위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하지만, 조직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는 방식의 개혁 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는 농협을 개혁하기는커녕 조합장과 임직원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반발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렇다고 농협 개혁을 개혁 대상인 농협에 맡길 수도 없다. 중앙회의 농협개혁위원회가 내놓은 농협 개혁 권고문은 참으로 민망한 내용이다. 비대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농민 자조 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농협을 정부 산하 기관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농협은 탄생 이후 한번도 정부로부터 자율적이었던 적이 없으며, 사실상 정부 산하 기관처럼 운영되어 오지 않았는가.
농협 개혁의 본질은 중앙회를 정점으로 한 이해관계 카르텔을 해체하는 데 있다. 그 핵심 해법은 인적 분할을 통해 중앙회를 거대 사업체에서 회원 조합의 순수 연합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앙회는 경제·금융 지주에 대한 지배권을 내려놓고, 양대 지주는 중앙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신용사업연합회와 경제사업연합회 체제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중앙회는 자체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체가 아니라, 농협법 제113조의 취지에 따라 ‘회원의 공동 이익 증진’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인적 분할을 통해 중앙회가 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순수 연합 조직, 즉 ‘농협총연합회’로 전환된다면, 현재 중앙회를 둘러싼 주요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중앙회가 거대 사업체가 아닌 이상 중앙회장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할 여지도 없고, 정부의 지시·통제에 따르는 산하 기관처럼 행동할 일도 없고, 회원 조합 위에 군림하는 문제 역시 해소될 수 있다. 또한 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하더라도 협동조합이 정치 논리에 과도하게 휘둘려 부실화될 우려도 없다. 농협이 농민 조합원의 이익에 복무하는 진정한 자주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중앙회 구조의 인적 분할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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