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완벽한 나의 장례식

도서관 서가에는 수만 명의 인생이 담긴 책들이 꽂혀 있다. 사서로서 그 책을 마주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든다. '내 인생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어떤 문장으로 채워질까?' 최근 서점 베스트 셀러 코너에서 눈에 띄던 조현선 작가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찬찬히 생각해본다.
소설의 무대는 종합병원 장례식장 근처의 고요한 매점이다. 새벽 두 시,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조금 특별하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거나 그림자가 없는 그들은 매점 물건 대신 '전하지 못한 간절한 바람'을 주문한다.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미안함, 혹은 꼭 한번 보여주고 싶었던 진심의 조각들이다.
이 기묘한 소설적 상상은 문득 우리 기억 속의 오래된 이별 하나를 소환한다.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다. 암 선고를 받은 엄마 '인희'가 가족들과 작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은 죽음이 단순히 한 생명의 소멸이 아님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인희가 가족들에게 남긴 것은 으리으리한 유산이 아니라, 자신이 없어도 굴러갈 일상의 질서와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의 주인공 나희가 망자의 부탁을 들어주며 그들이 '마침표'를 다음어 준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은 이별>의 가족들은 엄마의 부재를 통해 비로소 '함께함'의 가치를 배운다. 두 책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이의 장례식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 남겨질 이들을 위해 당신이 준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배려는 무엇인가?"
사서로서 도서관 현장의 업무를 추진하며, 나는 종종 문학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한다. 조현선과 노희경, 두 작가가 그려낸 이별의 풍경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선 '공감'의 연습이다. 타인의 죽음을 간접 체험하며 현재의 삶을 역설적으로 사랑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문학교육의 시작점이 아닐까. 특히 <나의 완벽한 장례식>에서 나희가 망자의 주문을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은, 헝클어진 타인의 삶을 단정하게 빗겨주는 '돌봄'의 가치와 이어져 있다. 이는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주문받고, 그 마음을 배달할 수 있는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서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책은 죽음을 다루지만 차갑거나 서늘하지 않다. 오히려 망자들이 남긴 주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오해와 화해,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모습은 한 편의 따뜻한 동화 같다.
소설 속 주인공 나희가 타인의 마지막을 돕는 과정은 결국 자신의 지난날을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 일 것이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행위 자체가 우리 스스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이다. 완벽한 장례식은 화려한 절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온전히 닿았을 때 완성된다. 작가는 새벽 매점이라는 환상적인 공간을 빌려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곁에 있는 이에게 충분히 진심을 전했나요?"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책이 완벽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다정한 매점'같은 공간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오늘도 내 곁의 소중한 이들에게 전할 다정한 문장 하나를 마음속으로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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