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9백 살 압각수 입양 보내기

최상규 청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2026. 4. 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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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최상규 청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24일부터 26일까지 청주국가유산의 밤은 역시 깔끔했다. 청주 국가유산 야행, 벌써 11년째 청주의 밤을 브랜딩하고 있다. 올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압각수를 기념하며'압각수의 사계, 천년의 헤아림'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중앙공원의 상징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청주사람들의 마음에 이식된 압각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깊어진 의미로 다가왔다.

중앙공원 압각수(鴨脚樹)는 잎의 모양이 오리의 발(鴨脚)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은행나무의 별칭이다. 역사적 유래는 1390년 이색 등 10여명의 유학자들이 청주 옥에 갇혔을 때 큰 홍수가 났고, 이들이 압각수에 올라가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왕은 이를 "하늘이 그들의 무죄를 증명한 것"이라 여겨 석방했다는 기록이 『동국여지승람』 등에 전해진다.

그럼 청주 국가유산 야행에서 압각수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을까? 우선 야행 공연콘텐츠 전달의 핵심이 되는 주무대의 높이를 낮게 설계하여 뒷배경이 된 압각수의 위용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무대 위의 모든 프로그램이 압각수의 품 안에서 뿜어나오는 형국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청주야행의 킬러콘텐츠는 압각수를 메인 테마로 활용된 '뿌리깊은 나무 : 반려식물 입양' 프로그램으로 생각한다. 전국 어느 야행에서도 주목하지 않은 살아있는 나무를 테마로 진행된 것이다. 이번 야행의 나무 주인공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송읍 연제리 모과나무와 중앙공원의 압각수다. 각각 5백년과 9백년의 세월을 지켜온 거목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메모리얼과 농업회사법인 숲을들이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브랜드 `그린핑거스(Green Fingers)'를 통해 기획 및 운영되었다. 모과나무와 압각수의 종자를 발아시켜 화분으로 옮겨심어 '입양'하는 방식이었다. 얼마나 귀한 존재들이면 '입양'이라는 표현을 썼겠는가. 5백년과 9백년의 시간을 개인 사적의 영역으로 가져가는 놀랍고도 독특한 체험이다. 관광상품으로도 너무나 훌륭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역사성과 스토리, 생명성, 체험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지역기업의 혜안과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시민 아이디어 공모 선정작으로 '청주 역사 이야기꾼!' 프로그램. 망선루, 척화비, 조헌 전장기적비 등 중앙공원에 존재하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주목하기 힘든 유산들이다. 각각 이들 유산 앞에서 지역의 연극인들이 조헌, 인현왕후, 한명회 등으로 변신하여 각 유산들의 역사를 관람객과 이야기 나누듯 소통하였다. 표정과 눈빛, 익살 등 온몸으로 '유산의 히스토리'를 전달했다.

역사 유산 앞에서 관람객과 함께 사진도 찍으며 청주 국가유산 야행의 추억을 마음속에 남기도록 기여했다. 브랜딩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방문객들과의 접점에 있는 구성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야행과 청주의 이미지는 각인되는 것이다. 청주연극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청주 국가유산 야행이 정말 잘하는 것은 개막식, 폐막식 등 VIP 위주로 진행되는 제반 세레모니를 과감하게 없앤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야행이 시작되면 청주시장 및 주요 관계자들은 각 부스를 돌며 진행자들을 격려도 하고, 잘 진행되도록 부탁도 하며 행사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시민 눈높이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려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과 청주시 문화유산과 실무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어찌 조율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겠는가)

하반기에는 충북 지역 최초로 국가유산청 공모에 선정된 대규모 디지털 문화유산 축제 '청주 국가유산 미디어아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청주 국가유산 야행과 거의 비슷한 유산들을 거점으로 최첨단 ICT 기술로 재해석하여 선보일 예정이다. 청주의 밤이 더 풍요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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