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처럼 ‘슈퍼팩’ 왜 안되나, 법인 후원을 둘러싼 논쟁들

2010년 발생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쪼개기 후원금 사건으로 정치인 여럿이 처벌받자 당시 정치권에선 자성 대신 오히려 법인·단체 자금 기부를 과거처럼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불법 의원 구하기”란 비판에 부딪혀 이 시도는 실패했지만, 법인·단체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쪼개기 후원을 한 기업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KT는 2014~2017년간 회사 자금 4억3800만원을 정치인들에게 쪼개기 후원했다가 기소됐다. KT는 이 사건 2심 재판에서 “법인·단체 자금 기부를 원천 차단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재판부에 해당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단체 자금의 기부금지 조항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인한 정경유착을 막고, 정당의 정치자금 조달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입법 목적성이 인정된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KT는 2023년 3월 헌법재판소에 정치자금법 45조2항5호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조항은 법인·단체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은 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다. KT 측 변호인은 27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법인의 후원을 원천 금지하는 것은 위헌성이 있다고 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며 “제도를 보완해 부작용을 막는 방식의 입법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을 2023년 4월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3년째 심리 중이다.
이에 앞서 헌재는 2010년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 정치자금법 31조2항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이 조항은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통한 정치활동이 민주적 의사형성 과정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공정을 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기업이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제한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미국의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과 같은 장치를 도입해 법인·단체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법인·단체 자금의 정치자금 기부 합법화는 ‘1인1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진 자가 입법과 정부 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왜곡된 구조를 만들 수 있어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한때 슈퍼팩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했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재정적 비대칭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그 부작용을 우려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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