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직장생활이 무너졌다"…부당해고 주장한 직원의 결말 [김대영의 노무스쿨]

김대영 2026. 4. 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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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으면 무기계약직인데…8년만에 해고했다가 생긴 일
8년간 근로계약 갱신한 기간제 직원
하루아침에 '해고'…"사업 종료" 이유
기간제법, 무기계약직 전환 예외 규정
사업 지속될 경우 '예외사유' 적용 불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년간 별 탈 없이 이어지던 직장생활이 회사의 계약종료 통보 한 장으로 무너졌다. 수도권에 있는 한 사회복지재단에서 일했던 A씨는 재단 본부와 처음 근로계약을 맺고 산하 제1센터를 맡는 센터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첫 계약만으로도 계약 기간은 2년을 넘겼고 이후 제2~3센터 센터장을 차례로 맡으면서 계속 근무했다. 

8년간 '조용한 평화'…계약 종료 통보에 '와르르'

A씨는 일하는 동안 재단과 별다른 갈등을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은 계속 갱신됐고 시설 간 이동도 감수했다. 그는 이 기간 "이미 무기계약 근로자가 된 것 아니냐"는 식의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 기간제 계약이 반복 갱신되는 '조용한 평화'가 이어진 이유다. 

하지만 사용자가 계약 종료를 언급한 순간 상황은 하루아침에 반전됐다. 재단 측은 A씨에게 "제3센터와 지자체 사이 위·수탁 계약이 종료됐다. 근로계약도 자동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실제 상황은 달랐다. 제3센터는 이미 10여년간 지자체와 위수탁 계약을 반복 갱신해 온 사업장이었다. A씨에게 근로계약 종료 통보가 이뤄질 당시에도 위수탁 연장 계약이 이미 체결된 상태였다. 해당 연장 계약의 행정사무를 재단에 보고하고 결재받은 인물이 다름 아닌 A씨였다. 

A씨는 노동위원회로 향했다. 쟁점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한 '예외 사유'였다. 기간제법은 원칙적으로 사용기간이 2년을 넘으면 무기계약 전환 효과가 발생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엔 예외적으로 2년을 초과해도 무기계약 전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회사 측은 제3센터 운영이 지자체 위수탁 계약에 종속된 한시적 사업인 만큼 A씨도 사업 기간에 맞춰 고용된 기간제 근로자라고 주장했다. 8년을 일했다 해도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원래 제3센터로 채용된 인원이 아니었다. 최초 근로계약은 제1센터 센터장으로 체결했고 이후 배치전환을 통해 제2센터와 제3센터로 이동했다. 근로관계가 특정 위수탁 사업의 존속 여부와 묶여 있지 않았던 구조다.  

A씨가 8년간 여러 센터를 거치면서 근무해온 사실도 '한시적 사업'을 위해 종사한 형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재단의 상시 업무에 지속적으로 종사한 근로관계로 받아들여졌다. 

노동위 "재단 업무 한시적 사업 아냐…해고 부당"

재단은 노동위 단계에서 해고 통보 당시엔 언급되지 않았던 사유들을 뒤늦게 꺼내 들었다. 재단 측은 A씨가 중간에 퇴사한 적 있어 근로관계가 단절됐던 데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관리자였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이 사건은 반복 갱신된 위수탁 사업이 기간제법상 예외에 해당하는지, 2년 넘게 근무한 데 따른 무기계약 전환 효과를 당사자 합의나 관행·계약서 문구로 뒤집을 수 있는지, 해고 당시 제시되지 않은 사유를 사후에 꺼내 해고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한꺼번에 다투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노동위 판단은 분명했다. 먼저 A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총 사용기간은 최초 입사 시점부터 계산해야 하고, 이미 2년을 훨씬 초과해 오래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됐다고 판단했다. 

재단이 주장한 '한시적 사업'에 따른 기간제법상 예외사유는 A씨의 근로관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나왔다. 해고 사유의 정당성도 인정되지 않았다. 이미 제3센터와 지자체의 위수탁 연장 계약이 체결돼 있었던 만큼 회사가 든 '위수탁 계약 종료'는 정당한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기간제 계약, 장기간 반복 갱신 땐 법적 리스크↑

노동실무 연구모임 흥미로운연구소에 따르면 A씨 사례는 기간제 근로계약 기간의 '조용한 평화'가 장기간 이어진 사업장일수록 계약 종료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계약서 형식이 '기간제'라고 해도 사용자가 원하는 시점에 일방적으로 '계약만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위수탁 사업=한시적 사업=무기계약직 전환 예외'라는 식의 단순한 도식은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수년간 반복 갱신된 사업, 종료 시점이 객관적으로 예정되지 않은 사업이라면 예외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초과 사용'에 따른 무기계약 전환은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그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효과가 사라지진 않는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대표노무사(흥미로운연구소장)는 "평소엔 유연하게 작동하던 기간제의 외관이 종료 시점엔 해고 통보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돌변한다"며 "기간제법이 '2년 초과 시 무기계약 전환'을 강행규정으로 둔 이유가 바로 이 비대칭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간제법이 정한 '사업 완료 또는 특정 업무 완성에 필요한 기간'의 예외는 말 그대로 종료 시점이 객관적으로 예정된 사업에만 적용되는 예외"라며 "수년·수십여년에 걸쳐 반복 갱신되는 위수탁 사업을 두고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한시적'이라 주장하는 것은 예외 조항의 취지를 뒤집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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