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인공위성을 활용한 국가유산의 보존

"이번 설에는 궁궐에 가서 수문장 교대의식을 볼까?"
"이번 BTS의 컴백 무대는 광화문에서 열린대"
"올여름 휴가는 경주에 가서 불국사랑 석굴암을 보고 왔어요."
요즘 우리의 이야기에는 국가유산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한양도성과 궁궐, 조선왕릉, 수원 화성, 안동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여수 진남관, 제주의 화산섬과 용암동굴.국가유산은 우리 선조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역사 교과서이자, 휴가철에 찾는 특별한 여행지이며, 전 세계에 K-컬처를 알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국가유산은 긴 시간의 층위를 간직한 만큼 그 가치가 높지만, 동시에 오래된 만큼 망가지기 쉽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국가유산을 잘 지키고 관리해야 한다.
국가유산을 지키는 첫걸음은 '잘 관찰하는 것'이다. 아주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작은 균열도 있고, 한발 물러서서 주변 환경까지 함께 보아야 드러나는 문제도 있다. 나무 한 그루의 건강을 알려면 잎과 줄기도 살펴야 하지만, 숲 전체의 모습도 함께 봐야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다양한 과학기술이 활용된다. 오래된 목조건축물이 조금이라도 기울거나 내려앉지는 않았는지, 레이저 측량 장비로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변화까지 측정한다. 석탑이나 불상처럼 돌로 만든 유산은 같은 자리를 정해 두고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 바람과 비 같은 환경 변화로 손상이 생기는지 확인한다. 사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균열은 자외선이나 적외선을 사용하는 특수 카메라로 찾아낸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초음파로 몸속을 들여다보듯, 국가유산도 물리적인 손상이 생기지 않는 특수 장비로 속 상태를 살핀다. 건물의 지붕이나 탑 꼭대기처럼 높은 곳은 드론으로 관찰하고, 땅속에 묻힌 흔적은 지하 탐사 장비로 확인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누리호'의 4차 발사 성공과 함께 큐브형 차세대중형위성이 지구를 관측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국가유산을 관찰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전광역시의 '대전샛-1호'를 포함하여 초소형 군집위성 등 15기의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의 5차 발사가 추가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인공위성에서 수집하는 정보는 시간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방대해질 것이다.
이미 위성정보는 항공기 운항 관리, 항만 물류, 불법 건축물 탐지, 빙하 변화 관측, 군사활동 정보수집, 해수면 변화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아직 국가유산 보존·관리 분야에서 위성 활용이 본격화하지는 않았으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예컨대 위성정보는 태풍이나 홍수, 산불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 상황을 한눈에 살피는 데 특히 유용하다. 드론이나 항공사진은 특정 지역만 볼 수 있지만, 위성은 넓은 지역을 같은 기준으로 관측할 수 있다. 위성에 탑재된 레이더 센서를 활용하면 땅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어, 재난 이후 국가유산 주변의 변화와 자연환경 피해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많은 지뢰가 깔려있어 사람의 출입이 어렵고, 정전협정에 의해 비행활동이 제한된 비무장지대처럼 직접 조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인공위성은 중요한 조사도구가 된다. 이곳에는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근대도시 파주 장단면, 임진강 유역의 구석기 유물산포지, 70여 년 이상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은 마을과 묵혀져 다양한 생물의 보고가 된 과거의 논경작지 등 다양한 문화·자연유산이 있다. 위성 관측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그 위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역할은 개발에 따른 변화 감시다. 도로와 건물 공사가 국가유산의 경관이나 가치를 해치지는 않는지, 위성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아볼 수 있다. 몇 해 전 왕릉 주변 아파트 건설로 큰 논란이 있었던 사례처럼, 사회적 갈등이 커지기 전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처럼, 하늘 높이 떠 있는 인공위성은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이다. 국가유산을 더 잘 지키기 위해 그 눈을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 사이로 조용히 빛나는 인공위성이 오늘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지성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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