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더하기] 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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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흐른다.
하이네의 시처럼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부드럽고 윤기 있는 신록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어쩌면 아카시아 꽃도 이미 피어났을지 모르겠다.
자연에 기대어 살던 시절, 어머니는 봄 밭에서 냉이 달래와 돌나물을 캤고 고사리와 참나물을 채취하여 가마솥에 삶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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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흐른다. 하이네의 시처럼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부드럽고 윤기 있는 신록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난 라일락 꽃은 이미 하얗게 바랬다. 어쩌면 아카시아 꽃도 이미 피어났을지 모르겠다.
요즘의 개화는 시기가 불분명하다. 번호표를 주어 대기 줄을 서게 해야 할까. 이런 무질서는 사실 인간이 만든 부메랑이니 자연과 환경을 탓할 수도 없다. 자연도 인간처럼 이유 없고 속수무책인 속도와의 전쟁을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종달새와 꾀꼬리는 개척교회 목사님처럼 강단 있고,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처럼 미려하다.
전국에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불어나고 미술도 각종 아트페어와 전시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곧 '화랑미술제 in 수원'도 열린다. 수도권이지만 늘 등잔 밑처럼 주요 전시가 서울서 열려 비중 있는 전시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지역 미술 환경에 이런 지명도 있는 대규모 아트페어가 열리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지역 작가에게 별도의 공간을 내 주어 참여기회까지 준다니 매우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올해부터는 공개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여 지역 작가들의 참여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니 바람직한 일이다. 수원문화재단이 바로 서야 권위를 상실하지 않고 좋은 작가를 길러내는 가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년 작가와 일반 작가라는 단락을 두었지만 사실상 나이 제한도 없고 미협이나 민미협 같은 미술 공동체의 추천으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공정하기도 하다.
추천이란 애매하다. 사실 그동안 작품 내용보다 협회 임원의 관계항으로 추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요즘의 정치에서 행해지는 당 대표의 공천과 같은 미술 행정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사람과의 관계란 늘 인지상정이란 이해 교류가 있기 마련이지만 개인적 사심이 작용한 불공정한 행태는 분야를 막론하고 저급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공과 사를 구별 않는 기득권 오남용은 단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수원문화재단의 각종 사업이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정당하고 참신하게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
못다 이룬 꿈처럼, 허무한 춘몽처럼 꽃비가 내린다. 꽃 대궐에 차린 봄 잔치가 끝나더니 신록이 대지를 장악한다. 진달래 먹고 버들피리 불던 시절이 아지랑이처럼 아련하다. 하굣길엔 찔레순을 잘라 먹기도 했다. 딱총을 만들어 팽나무 열매를 장전하여 쏘기도 했고 새총과 물총까지, 그 시절엔 전쟁놀이를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학교 앞 구멍가게엔 기성품 딱총에 화약까지 팔기도 했고, 주머니칼은 맥가이버 칼처럼 가장 중요한 소지품이었다. 아마도 반공을 구호로 하던 6.25 전쟁 이후여서 일 것이다.
자연에 기대어 살던 시절, 어머니는 봄 밭에서 냉이 달래와 돌나물을 캤고 고사리와 참나물을 채취하여 가마솥에 삶으셨다. 구수한 나물 냄새는 온 마당에 퍼졌다. 무엇보다 쑥 부꾸미는 더할 나위 없는 간식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모든 식재료가 자연의 산물이었다. 바야흐로 농가월령가는 잠농과 영농에 바쁜 시기라고 노래한다. 제철 채소들을 거름 주어 가꿔야 하고, 모판도 잘 관리해야 한다. 들일에 바빠 집에 들어올 틈이 없어 적막한 사립문을 녹음 속에 닫았도다'라고 4월령은 노래한다. 도시의 봄도 새 단장을 하며 할 일이 늘어나고 분주해지는 지점이다.
이해균 해움미술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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