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 美 AI 자본 규제 대가는 "물 새는 배 막으려다 항로 접는 꼴"

김성하 기자 2026. 4. 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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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마누스' 인수가 쏘아 올린 공
20여 년간 이어져 온 성장 공식 깨져
자금 조달·엑시트 경로 '전반'을 통제
"마누스 경로 앞으로 더이상 없을 것"
중국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부 승인 없이 미국 자본을 유치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챗GPT 생성 이미지

중국이 자국 첨단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자본을 사실상 막아서는 강수를 뒀다. 표면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묶어 외부로부터 방어하려는 조치로 읽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본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로 방어선을 끌어올린 대신 글로벌 투자 접근성과 성장 경로를 동시에 좁히는 비용을 떠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27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를 포함한 중국 규제당국은 최근 여러 민간 기술 기업에 정부의 명시적 승인 없이는 미국 투자를 거부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베이징 소재 AI 기업 문샷 AI(Moonshot AI)와 상하이 기반 스타트업 스텝펀이 대상에 포함됐으며 조치는 바이트댄스까지 확산됐다. 미국 투자자의 구주 매각 역시 사전 허가 없이는 제한되는 구조다.

메타 '마누스' 인수 촉발
AI 자본 통제 전면화

이번 조치의 직접적 도화선은 메타의 마누스(Manus) 인수다. 중국인 엔지니어들이 세운 AI 에이전트 기업 마누스가 약 20억 달러에 메타에 넘어가자 중국 당국은 경영진을 소집하고 출국 금지까지 검토하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마누스가 이미 2025년 중반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베이징과 우한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법인만 싱가포르로 옮기는 이른바 '싱가포르 워싱(Singapore washing)' 구조 탓에 중국 당국의 직접 차단에는 법적 한계가 있었다.

해외 구조 차단 나선 中
홍콩 상장까지 규제 확대
홍콩거래소 건물 외부에 설치된 전광판 /AFP=연합뉴스

이번 후속 조치는 바로 이 구조적 허점을 겨냥한다. 미국 자본 유입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동시에 해외 법인을 통한 홍콩 레드칩 상장까지 제한하는 조치가 병행됐다. 레드칩은 중국 회사가 해외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법인을 홍콩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식이다.

홍콩 증시는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이 높은 중국 기업들의 대표적 해외 자금 조달 창구다. 당국의 이번 조치는 해외 법인 설립 이후 홍콩 상장이나 미국 벤처캐피털(VC) 유치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온 기존 자금 조달·엑시트 경로 전반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 논리는 'AI 기술은 국가 전략 자산'이라는 인식이다. 중국 고위 관계자들은 초기 단계 기술의 해외 유출을 '어린 작물 판매(卖青苗·selling young crops)'로 표현하며 경계 신호를 보내왔다. 마누스 사태는 특정 거래를 사후 제동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자본 흐름 자체를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구조로 방어선을 끌어올린 셈이다.

자금 조달 구조 흔들려
스타트업 성장 경로 차단

문제는 산업적 비용이다. 문샷 AI는 기업가치 180억 달러를 기준으로 최대 10억 달러 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며 스텝펀 역시 홍콩에서 약 5억 달러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자본이 차단될 경우 이들 기업은 자금 조달 구조 자체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 온 성장 공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세쿼이아, 타이거글로벌 등 실리콘밸리 자본이 알리바바와 바이두, 바이트댄스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구조가 사실상 해체되는 전환점이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에포크타임스에 "당국이 설문 형태로 AI 기업들의 외국 자본 수혈 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고 전해 실제 단속 범위는 보도된 것보다 넓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 AI·반도체·양자 분야에 대한 자국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시행해 왔다. 다만 이번 조치를 단순한 '맞대응'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형식상으로는 중국의 조치와 대칭 구조를 이루는 듯 보이지만 실제 효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규제가 대중 투자를 제한하는 '외생 변수'라면 중국의 조치는 자국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자본 자체를 통제하는 '내생 변수'에 가깝다. 투자 대안이 일부 남아 있는 미국 규제와 달리 중국의 경우 기업이 활용 가능한 자금 옵션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로 피해는 고스란히 자국 기업이 떠안게 된다.

기술 보호 vs 성장 축소
중국 AI의 구조적 딜레마
중국 문샷AI /문샷AI 공식 사이트 캡처

중국의 이번 조치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방어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 자본과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좁힌다는 점에서 산업적 비용도 적지 않다. 결국 중국은 AI를 더 이상 민간 기업의 성장 산업이 아닌 국가가 통제해야 할 전략 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셈이다.

문샷 AI와 스텝펀처럼 대규모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에 이번 조치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스푸트니크 등 일부 외신이 이번 조치를 두고 '중국 AI 생태계의 글로벌 고립 리스크'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을 겨냥한 맞대응이 결과적으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제약하는 역설, 이것이 이번 조치가 내포한 구조적 딜레마다.

웨인 슝 아리고 벤처 파트너스 경영파트너는 "현재 중국 AI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미국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글로벌 확장과 높은 기업가치를 원하는 창업자들은 여전히 미국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서 이점을 찾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이후 마누스가 택했던 경로는 앞으로 더 이상 선택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에는 중국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한 뒤 해외 구조로 전환하는 방식 대신 초기부터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창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레드칩 상장 = 중국 기업이 해외에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해당 법인을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방식. 외국 자본 유치와 글로벌 시장 진출의 주요 통로로 활용된다.

싱가포르 워싱 = 중국 기업이 본사를 싱가포르 등 해외로 이전해 규제나 투자 제한을 우회하는 구조. 기술 개발은 중국 내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엑시트 = 벤처투자에서 투자자가 지분 매각이나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