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확대로 힘 세진 운용사 … 거수기 탈피, 주총 영향력 커진다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6. 4. 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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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확대를 발판으로 존재감을 키운 자산운용사들은 그간 의결권 행사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율 자체는 91.6%에 달하지만, 반대율은 6.8%에 그쳐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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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스튜어드십코드 압박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
美 블랙록 등 빅3 운용사들
개인투자자에 의결권 나눠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확대를 발판으로 존재감을 키운 자산운용사들은 그간 의결권 행사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내실화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향후 운용사들이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주요 안건의 향방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300여 개 기관투자자가 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 운영에 그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율 자체는 91.6%에 달하지만, 반대율은 6.8%에 그쳐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반대율(20.8%)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금융당국은 최근 운용사들을 상대로 수탁자 책임 강화를 요구하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주문하고 있다. 핵심 안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는 '묻지 마 찬성'이나 기계적 의결권 행사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투자자 이익 보호를 위한 자산운용사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며 "중요한 안건에 깊은 검토 없이 그대로 찬성하거나, 부의 안건에 일괄적으로 찬성 또는 행사하지 않은 사례가 상당수라는 점은 운용업계가 자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ETF를 통해 막대한 지분을 쥐게 된 운용사들이 실제 주총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할 경우 기업 지배구조와 의사 결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미국에서 한 발 앞서 나타났다. 세계 최대 ETF 시장을 보유한 미국에서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빅3' 운용사가 S&P500 기업 대부분에서 주요 주주로 자리 잡으며 기업 경영과 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의결권 행사 주체를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확대됐다. 운용사가 고객 자금을 기반으로 특정 가치관을 기업에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미국 운용사들은 의결권을 투자자에게 일부 돌려주는 '보팅 초이스(Voting Choice)'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운용사가 일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대신, 투자자가 사전에 설정된 옵션을 선택해 자신의 투자 성향과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가장 앞서 나가는 곳은 블랙록이다. 블랙록은 2022년 보팅 초이스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 300만명 이상의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참여 범위를 넓혀 왔다. 투자자들은 블랙록의 기본 방침을 따르거나 외부 전문기관의 다양한 투표 가이드라인 중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뱅가드도 '인베스터 초이스'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경영진 권고안 지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우선, 수익성 중심 등 다양한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수익률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선택지를 별도로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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