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공장, 데이터센터로 바꾼다…AI 전력전쟁 뛰어든 조·석·철

안시욱/신정은 2026. 4. 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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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OE 시대' 열리자 굴뚝기업도 출사표
데이터전력 수요 16% 늘 때
글로벌 발전량 2.8% 증가 그쳐

HD건설기계는 올해 하반기 전북 군산에 새 엔진 공장을 연다. 굴착기와 산업용 차량·선박 등 엔진을 제조하는 이 회사는 내년부터 새 공장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초대형 엔진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사인 메사와 이락이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기존 데이터센터 발전 방식으로 주목받는 가스터빈 가격이 오르고 납기가 길어져 엔진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 굴뚝 기업이 찾은 새로운 기회

27일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면서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이른바 ‘굴뚝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전통 제조업이 보유한 유휴 부지와 발전 인프라, 플랜트 운영 역량이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불황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철강·석유화학업계는 유휴 전력 인프라를 데이터센터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기계·조선업계는 AI용 발전 설비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통 제조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AI 인프라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BYOE(bring your own energy·자체 전력망 확보)’ 기조가 있다. 산업 발전 속도에 비해 에너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지자 기업 자체적인 전력 인프라 구축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지난해 485테라와트시(TWh)로 1년 전(416TWh)보다 16.6% 급증했다. 반면 세계 발전량은 3만1260TWh에서 3만2132TWh로 약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에서는 전력 인프라 부족 탓에 올해 예정된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40%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망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불황에 빠진 철강업계도 이를 기회로 삼고 나섰다. 동국제강은 인천과 충남 당진 등 제철소 유휴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임대하는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철소 인근에 구축된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로 전기를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철근 수요 둔화에 따라 인천 제강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 인천 철근 제강공장과 소형 압연공장을 폐쇄한 현대제철도 유휴 부지를 데이터센터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력 인프라를 갖춘 땅’이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면서 과거 비효율 자산으로 여겨지던 노후 공장 부지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산업구조 재편 계기 될 수도

화학·에너지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OCI홀딩스는 태양광 소재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미국 텍사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진출을 선언했다. SGC에너지는 군산 등지의 열병합발전소를 활용한 전력 공급 모델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력 생산과 공급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이들의 사업 구조는 BYOE 시대에 최적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조선업계 행보도 눈에 띈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 22일 선박용으로 개발한 엔진을 데이터센터용 발전 설비로 전환해 미국 AEG에 공급한 게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한화엔진 역시 생산 설비 확충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중속 엔진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에너지와 인프라,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신사업 진출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안시욱/신정은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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