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공급 감소 불보듯…국민연금 ‘구원투수론’ 힘 실리나 [시그널]
주담대 규제 등 부동산 정책 변화에
과세 부담도 늘어…해외운용사 외면
1분기 서울 임대차 월세 비중 70%
김성주 이사장 민간임대 투자 ‘군불’
수익률 높이고 공급도 늘릴 수 있어
佛·네덜란드 등 유럽시장 벤치마킹
이 기사는 2026년 4월 27일 16:58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한국의 주택 구조가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운용사들이 사업 계획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배경은 과세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담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고 투기과열지역 확대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야 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오피스·물류센터·호텔 등에 이어 민간임대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글로벌 운용사들은 관련 계획을 철회하거나 중단했다. 글로벌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부동산 정책이 바뀌고 있고 추가로 변화할 가능성이 커 투자 계획을 잠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지난해까지 국내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해왔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청년들은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각종 전세사기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높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월세 중심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거래는 늘고 가격은 오르는 상황이다.
월세 중심의 구조 전환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서울의 주택 임대차계약 10건 중 7건이 월세인 것으로 나타나 월세 비중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40%대였던 데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주택 시장 특징과 금융시스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월세 거래 증가는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 부각, 전세자금대출 관련 규제 강화 등으로 월세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국내 시행사(디벨로퍼) 엠지알브이(MGRV)와 손잡고 서울시 동대문구·성동구·영등포구·중구 4곳에 기업형 임대주택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총 1500가구 규모로 사업비는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글로벌 IB 모건스탠리도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에 진출했으며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합작법인을 설립해 임대주택 시장에 진출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높은 주거 안정성을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글로벌 운용사의 자본력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주택 관리, 코리빙(Co-living) 등 차별화된 맞춤형 특화 서비스가 제공돼 임차인들의 만족도도 큰 편으로 알려졌다. 개인 임대사업자가 아닌 기업이 운영하므로 시설 관리, 보안, 커뮤니티 시설 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매·임대 목적으로 취득하는 사업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사실상 0%로 제한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경색됐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지역으로 확대한 정책이 직격탄이 됐다. 법인은 공고일(기존 공고 조정지역은 2020년 6월 17일) 이후에 사업자 등록을 신청한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지역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모두 합산해 종부세가 부과된다는 의미다. 또 취득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취득세율이 아닌 최고 12%의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점도 부담이다. 김주현 아이본세무회계 세무사는 “매입형 구조는 취득·보유·운용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세금이 사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투자가 민간임대주택 활성화로 이어질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운용사들이 기존에 투자한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투자 회수 전략 자체가 꼬이게 됐고 시장에서는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취임 일성부터 공공주택 건설에 연기금 활용 등 민간임대주택 투자를 강조해왔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를 통해 “국민연금은 심각한 주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야한다”며 “내 집 마련 후로 결혼을 미룬 청년들과 보금자리를 원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데 국내 임대주택에서도 일정 부분 수익률을 가져오면서 월세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이사장은 국내 임대주택 시장에 투자해 연간 6~7%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내 채권의 지난해 수익률은 0.84%, 해외 채권은 3.77%로 집계됐다. 대체투자가 8.0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채권 투자 자금을 임대주택 시장에 투자할 경우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주택 공급을 이뤄낼 수 있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민간임대주택 투자를 위해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을 방문하기도 했다. 임대주택 공급 방안 등을 구체화하고 유럽 주택 시장을 벤치마킹해 국내에 적용하기 위한 차원이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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