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공공기관 2차 이전, 나주 20만 자족도시는 미래 산업에 달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전남·광주 통합시장 후보인 민형배 국회의원이 나주 혁신도시를 '기관만 있는 도시'에서 '원도심과 함께 성장하는 20만 정주도시'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도시 구조 전환의 지렛대로 삼아 상권과 일자리, 주거가 살아나는 자족형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실적으로 20만 인구 달성이 쉽지 않더라도, 지역의 미래를 위해 큰 꿈을 꾸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구상이 정교한 실천 전략을 입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본격화하고 있고, 광주·전남의 통합이 결정되면서 지역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다만 전남·광주 지역은 에너지·환경·농어업·공항 관련 기관 유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이것이 1차 이전의 틀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냉정히 짚어봐야 한다. 또한 모든 기대를 한 바구니에 담을 수는 없겠지만, 광주의 핵심 전략인 인공지능(AI)과 호남의 정체성인 문화·예술이 이번 논의의 중심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우선 광주가 인공지능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미래 산업의 부가가치와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2차 이전 기관의 면면은 더욱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단순한 기능적 분산이 아니라, 에너지에 기반한 인공지능과 데이터 등 첨단 산업과 연계되어 혁신 거점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2차 이전이어야 한다. 산업의 틀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20만 도시'를 위한 성장 동력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는 호남인의 자랑이자 미래를 여는 핵심 동력이다. 광주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버티고 있고, 나주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는 대한민국 문화 산업의 두 기둥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이 거점들을 점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유관 기관의 추가 집적을 통해 '문화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공연을 보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 호남의 문화적 자산이 산업적 부가가치로 치환될 때 비로소 호남의 K-컬처가 완성될 것이다.
더욱이 1차 이전 때와 달리 지금의 혁신도시에는 이미 4만 명의 시민이 터전을 잡고 있다. 따라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은 20년 전보다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전 기관과 종사자, 그리고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입장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는 계획은 자칫 지역 내 갈등과 반발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최근 일부 혁신도시에서 불거진 정주 인프라 부족에 따른 종사자들의 불만과 원도심과의 괴리 현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통합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2차 이전은 자칫 통합 시정 운영에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나주의 에너지 기반 전략은 현재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등의 자원을 활용해 에너지를 지역 경제와 연결하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여기에 더해 혁신도시를 진정한 '캠퍼스형 혁신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연구, 주거, 여가가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생태계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정주 여건 개선은 단순한 아파트 공급이 아니라, 고차원적 교육과 전문 의료, 수준 높은 문화가 어우러진 질적 성장이 핵심이다. 이들이 상호작용하고 순환해야 나주와 혁신도시로 사람이 몰릴 수 있고 후보가 제안한 지역 상권이 살아나는 자족형 성장구조가 가능할 수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은 광주·전남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이번만큼은 기관 유치라는 숫자 뒤에 숨지 말고, 어떤 미래 산업을 통해 지역의 체질을 바꿀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준비된 지역만이 추가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맞이할 자격이 있으며, 그 준비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 살고 싶은 미래 지향적 산업 생태계' 조성에 있다. 통합시가 구상하고 있는 나주 20만 자족도시 구상이 현실적인 정교함과 미래 지향적 안목을 갖춰 혁신도시의 성공 모델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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