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Note] 약점에 대면시키는 것…‘직면’ 필수불가결한 고통이 있다면?

2026. 4. 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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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는 올해 13살이 된 반려동물이 있다. 사람 나이로 보면 최소 60~70대는 될 노견이다. 꾸준히 다니던 동물병원이 있지만, 최근 사정상 다른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다른 시각에서 이 녀석의 건강 상태에 대해 체크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수의사와의 면담을 기다렸다.
(일러스트 프리픽)
지긋한 나이의 수의사는 녀석의 상태를 보더니, 마주앉은 필자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이제 노령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7~8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그때까지 편안히 지내게 해주는 게 우선이에요.” 몰랐던 사실이 아니다. 게다가 올해 들어 부쩍 잘 못듣고 활동량이 줄어, 늘 머리로 상기하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남의 입으로 정확히 들으니 순간 마음이 철렁했다. 사방팔방 어디에도 도망갈 데 없이, 살짝 비껴남도 없이 그냥 정면으로 총알이 꽂힌 느낌이었다.

수의사의 말은 노견 케어 방법에 대한 조언으로 이어졌다. 여러 개의 예방 접종을 선택적으로 줄이기, 간간이 호흡 수 체크하기, 체온 보호하기 등등. 5분은 족히 되었을 그 시간 동안 의사의 눈과 말을 피할 수 없었듯, 앞으로 나의 반려견은 점점 나이들 것이고 ‘그것을 나는 끝내 목도’하게 된다는 사실은 역시 피할 수 없는 거다.

‘직면(confrontation)’. 곧을 직(直), 얼굴 면(面)이라 하여 문제를 똑바로 보게 한다는 뜻이다. 심리학에서는 ‘어려웠던 상황, 현실, 불일치, 모순된 상황 등에 직접적으로 대면시키는 행위’, 쉽게 말해 ‘약점에 대면시키는 것’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특히 상담에서 직면은 매우 중요한 기법 중 하나로, 주로 다음 같은 경우에 활용된다(-Corey, 1990).

첫째, 스스로 깨닫지 못하지만 말이나 행동에 불일치가 클 때(ex: 늘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고 투덜대는데 알고 보니 지각, 업무 실수가 잦은 직장인), 둘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할 때(ex: 상대는 그냥 못 본 것뿐인데 자신을 보고도 외면했다고 받아들임), 셋째, 어떤 주제를 회피할 때(ex: 연인의 폭력적 성향을 사랑이라 믿고 외면함). 이럴 때 직면은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면서 자신 또는 세상에 대한 왜곡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직면의 순간, 나아갈 동력이 되다
굉장히 중요한, 그리고 유용한 상담 기법이지만 직면은 필수적으로 고통을 수반한다. 대체로는 몰랐던 것이 아닌데도 너무 아프다. 여러 두려움에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고통이 더 큰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내담자들은 직면에 처하면 울거나, 화를 내거나, 때론 상담을 요리조리 피하거나 아예 중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가 달이 될 순 없듯, 참이 거짓이 될 순 없듯, 결국 우린 언젠간 진실 앞에 마주서게 된다. 그리고 선택해야 한다. 받아들이고 해결하여 홀가분하게 앞으로 나아가거나, 내 것이 아니라고 피하면서 내내 심연 속에서 불안해하거나.

그날 이후 필자는, 종종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내 강아지의 미끈하고 따뜻한 몸뚱어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천천히 눈을 감곤 한다. 그리곤 이 녀석의 호흡 수를 체크한다. 하나, 둘, 셋…. 그렇게 의사가 말한 안정적인 호흡 수가 체크되면, 괜히 이름도 불러보고 뽀뽀도 하며 사랑을 전해보는 거다.

[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참 괜찮은 나』 외 다수 저서)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7호(26.04.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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