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시총 200조 시대 열었다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2026. 4. 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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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회장(왼쪽 둘째)이 지난 3월 베트남 HD현대에코비나를 찾아 현장 설비와 안전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HD현대
HD현대가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20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조선업의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 실적 개선과 전력기기 호황이 맞물린 데다 인공지능(AI) 조선소와 한미 조선 협력,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성장 동력까지 부각하며 그룹 전반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이날 종가 기준 상장 계열사 합산 시가총액 202조3555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 그룹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24년 만이다.

시총 상승을 이끈 것은 조선과 전력기기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핵심 계열사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과거 조선, 정유 중심의 중후장대 산업으로 평가받던 HD현대는 이제 조선, 전력 인프라, AI, 방산, 친환경 에너지를 아우르는 기술과 솔루션 중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9조9332억원, 영업이익 3조90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7.2%, 영업이익은 172.3% 증가했다. LNG 운반선과 친환경 연료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인도 물량이 늘고 생산성 개선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단순히 수주 물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고선가 선박이 매출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공정 효율화까지 더해지면서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도 기업가치 재평가의 주요 계기로 꼽힌다. 양사는 지난해 합병을 마무리하고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합병을 통해 대형 상선과 특수선, 중형선 건조 역량을 한 회사 안에 묶으면서 생산 효율성과 시장 대응력을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 재건과 해군 전력 보강 필요성이 커지면서 한국 조선사와의 협력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상선 분야에서는 ECO와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전력기기 부문은 조선과 함께 그룹 시총 상승을 밀어 올린 또 다른 축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 4조795억원, 영업이익 995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2.8%, 영업이익은 48.8% 늘었다. 2021년 이후 5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이 있다. AI 산업 확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고압 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매출 1조6149억원, 수주 21억78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대비 매출은 379%, 수주는 458%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을 단순한 전력기기 업체가 아니라 북미 전력망 재편의 핵심 공급망에 진입한 기업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노후 전력망 교체, 재생에너지 연계,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변압기는 납기가 길고 진입장벽이 높은 품목인 만큼 검증된 생산능력과 현지 거점을 갖춘 업체의 협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AI 전환도 HD현대 재평가의 중요한 축이다. HD현대는 2030년 완성을 목표로 미래 첨단 조선소, 이른바 FO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AI, 빅데이터를 조선소 전반에 적용해 설계와 생산, 공정 운영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FOS가 구축되면 생산성은 30% 향상되고 선박 건조 기간도 30%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는 SMR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HD현대는 차세대 원자로 혁신기업 테라파워에 투자한 데 이어 소듐냉각고속로용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또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 설립에 참여하고 국제원자력기구와 해상 원자력 배치·운영을 위한 글로벌 표준 수립도 추진하고 있다.

그룹 내 다른 사업도 중장기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건설기계 부문은 ‘HD건설기계’ 출범을 계기로 건설장비, 엔진, 애프터마켓(AM) 등 전반에서 균형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실제 HD건설기계는 이날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1907억원을 달성해 컨센서스를 웃돌며 합병 시너지 효과를 증명했다. 에너지 부문 역시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원가 경쟁력 회복과 고부가 제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조선과 전력기기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가시화한 가운데 AI 조선소와 한·미 조선 협력, SMR 등 미래 성장 축까지 더해지며 성장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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