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차세대 먹거리는 '데이터센터'

[파이낸셜뉴스] 상선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K-조선이 군함·무인함정 등 방산(특수선) 일감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데이터센터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단순히 선박을 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전력·냉각·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해상(海上) 데이터센터'와 '데이터센터 전력설비'로 사업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조선업의 다음 전장이 바다 위 선박을 넘어, 바다 위 서버(데이터)와 전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FDC는 데이터센터를 육지가 아닌 강·바다 위에 띄우는 방식이다. 육상 데이터센터가 부지 확보→전력 인입→냉각 설비라는 3대 제약에 막히는 반면, 해상은 상대적으로 부지 제약이 적고 해수 기반 냉각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FDC 개념에 대해 미국선급(ABS)과 영국선급(LR)으로부터 50㎿급 개념설계 인증(AiP)을 획득하며 상용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소의 표준화된 건조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납기를 단축할 수 있고, 자체 발전시스템 탑재 가능성도 열어 육상 전력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전력·자동화 기업 ABB와 FDC 전력시스템 공동 개발에 착수했고, 미국 현지 개발 파트너와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운용·인허가까지 감안한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FDC는 조선이 강점을 가진 표준화·모듈화·대형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데이터센터에 이식하는 모델"이라며 "해양플랜트·FPSO에서 축적한 설비 통합 경험이 있는 조선소일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FDC가 실제 사업이 되려면 선급 인증을 넘어 전력계통 연계, 인허가, 해상 안전기준, 통신망, 보안 등 복합 규제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무중단 운전이 필수인 만큼 전력 품질이 사업의 '생명줄'로 꼽힌다. 송전망 증설이 더딘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중심이 아니라 '전력원 인근'으로 이동하는 흐름(자가발전·분산전원)이 강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선업이 보유한 엔진·발전 기술이 데이터센터 인프라로 전이될 여지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서버보다 전력이 먼저"라며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에서 다져온 발전·전력계통 통합 역량을 활용하면 데이터센터 가치사슬에서 전력 패키지 공급자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해상 구조물 특성상 태풍·파랑·염분 부식 등 내환경 설계가 필요하고, 서버 장비 신뢰성과 유지보수 체계, 해상 보안(물리·사이버), 보험·책임 소재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 입장에서는 '해상에 떠 있는 인프라가 육상 대비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실익이 있는가'가 최종 판단 기준이 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조선업은 운송수단 제조업에서 글로벌 인프라 공급업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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