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칼럼] 전세 시장을 바라보는 3가지 낯선 시선

아파트 매매가격의 등락을 주시하던 시장의 시선이 최근 전세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서울에선 3월 중순 이후 주간 단위 통계에서도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수천 가구 대단지에서조차 전세 매물을 찾아보기 힘든 품귀 현상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전세시장의 이 같은 동요는 향후 집값의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시금석이 될 것인가. 전세시장의 본질을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 팩트를 통해 그 답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전세시장 불안의 핵심은 ‘가격’보다 ‘매물 실종’이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2년 1월을 100으로 보았을 때 지난 3월 기준 97.3이다.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고점 대비 2.7%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7.5%)과 지방 5개 광역시(-11.3%) 역시 고점 회복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통계만 놓고 보면 지금 상황을 전 고점을 향한 완만한 회복 과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또 다른 신호를 보낸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의 조사 결과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44% 급감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늘어난 데다 주택구입자의 실거주 의무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유통 매물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통계의 착시다. 시세 통계는 과거의 숫자를 집계하는 후행적 지표다. 변화의 전조는 가격이 아니라 수급의 균열에서 시작된다. 통계 수치만 믿고 시장을 방심하는 것은 자칫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격’이 될 수 있다. 지금은 후행하는 시세보다 현장의 매물 실종이 가져올 휘발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
둘째,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일부 매수 전환 수요가 발생하고 있으나 매매가를 본격적으로 밀어 올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통상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면 매매가격을 자극한다는 통설이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의 전세가 비율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 KB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3월 현재 50.2%에 불과하다. 7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10년 전(2016년) 상황과는 판이하다. 다만 최근 젊은 세대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강북권은 상황이 다르다. 중량구나 금천구 등은 이미 60%를 웃돌고 있다. 경기도(66.7%)나 인천(68.5%) 등 수도권도 높은 수준이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아닐지라도 국지적으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중저가 주택시장에서 시작된 전세가격 자극이 앞으로 서울 고가지역으로 번져나갈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매매시장이 안정되더라도 전세시장은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이 발생할 수 있다. 전세가율이 높다면 매매가격 하락이 전세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세가율이 낮아 그럴 가능성이 낮다.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전세가격이 홀로 상승하는 ‘엇박자’가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매매시장은 안정되겠지만, 그 부담이 세입자에
게 전가되면서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 가구 수 대비 주택 수가 모자라 공급자의 힘이 센 서울지역에선 특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행 관계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서로의 힘을 깎아 먹거나 반대로 밀어내는 ‘역방향의 시소게임’을 벌인다.
지금 전세제도는 역사적 소멸 과정에 있다. 가파른 월세화 흐름 속에 전세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에 아주 작은 수급 변수만으로도 크게 요동칠 수 있는 구조다. 매매시장만 안정된다고 서민들의 삶이 평온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정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주거 안정일 수 있다.
후행적인 통계 수치보다 현장의 전세 매물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시의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표상의 숫자보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제도 변화의 진통이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적 세심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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