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상생'…한국 경제 지속가능한 성장판 열쇠 아세요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2026. 4. 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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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협력사 제조 지능화 돕고 현장 원료수급 직접 챙기는 '생태계 완결형 지원' 앞장
한주형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상생 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과거의 상생 경영이 단순한 자금 지원이나 시혜성 나눔에 그쳤다면 이제는 협력사의 제조 지능화를 돕고 현장의 원료 수급을 직접 챙기는 '생태계 완결형 지원'으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이 상생에 속도를 내는 것은 협력사의 제조 역량이 곧 자사의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과 실무형 인재 양성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3.0'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중소기업 현장에 이식하고 있다.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투입해 600개 중소기업의 고도화를 지원하며 특히 인구 소멸 위험 지역 기업을 우선 선정해 지역 자생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삼성의 솔루션을 도입한 식품기업 (주)백제와 농기계 부품사 위제스 등은 생산성이 각각 33%, 52% 향상되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의 'SSAFY 2.0'은 교육 시간의 60%를 AI 역량 강화에 배정하며 누적 1만명의 청년 인재를 배출해 2355개 기업에 실전형 인력을 수혈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인도 푸네 생산법인의 스마트 공정 노하우를 협력사 대표들과 공유하는 한편 30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운영하며 협력사의 제조 역량 강화를 돕는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재활용(PCR) 제품 확대와 폐식용유 기반의 바이오 원료(HVO) 내재화를 통해 산업 생태계의 녹색 전환을 지원하며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제조 기술력은 지역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안전망으로도 쓰인다. 기아는 전용 PBV인 '더 기아 PV5 WAV'를 활용해 휠체어 이용 승객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한편 행정안전부와 협력해 인구 감소 지역 고령층을 대상으로 신선식품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2분기 경북 의성군을 시작으로 확대될 이 서비스는 이동형 냉장·냉동고를 탑재한 차량을 활용해 지방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실용적 모델이다.

현장 중심의 공익 활동도 활발하다. 현대모비스는 수도권 소방서와 협업해 소화전 시인성을 개선하는 도색 봉사를 진행하며 화재 초기 진압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또 충북 진천 미호강 일대에서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미호종개' 서식지 보호 등 대규모 생태계 보전 프로젝트를 전개 중이다. 금호석유화학그룹 역시 여수 가사리 생태공원 인근에 멸종위기종 철새를 위한 습지(무논)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농민이 직접 먹이 공급 주체로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서식지 보전과 탄소 저장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원료 수급과 금융 등 산업 혈맥을 지키는 협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GS그룹은 여수산단 내 주요 기업들과 '여수 CCUS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며 탄소 관리 공동 인프라를 정립 중이다. GS칼텍스는 국내 최초 바이오 항공유(SAF) 수출과 선박유 제조를 통해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 있으며, GS건설은 스마트 제어 기술을 결합한 에너지 절약형 조명을 개발해 제로 에너지 건축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는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수급 불안에 대응해 수액백의 핵심 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 건설 현장 필수 자재인 콘크리트 혼화제 원료 산화에틸렌유도체(EOA) 공급을 선제적으로 확대했다. 포스코 또한 금융 지원 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해 중소 철강 거래사가 대외 변동성의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저리 대출과 우대 보증을 통한 수출 방벽을 세웠다.

궁극적인 동반성장은 기술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유할 때 완성된다. 효성은 역대 최대인 160억원의 상생기금을 출연해 협력사의 설비 지원과 안전 역량 강화에 사용하며 누적 출연액 400억원을 돌파했다. 효성벤처스는 1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며 딥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해 미래 협력 파트너를 키우고 있다. HS효성은 장애·비장애 통합 연주단 '가온 솔로이스츠'를 통해 장애 예술인의 전문 예술 활동과 자율적 자립을 지원하며 인식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성과 공유의 파격적 행보도 잇따른다. 한화오션은 사내 협력사 근로자 1만5000명에게 직영 직원과 동일한 기본급 4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원·하청 보상 격차를 허물었다.

대기업들의 상생 모델은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우리 제조업 전반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국가적 난제인 지방 소멸과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자원과 중소기업의 유연성이 결합한 'K상생'이 향후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판을 열어줄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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