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40년…“방사능 재앙에도 인간 떠나자 생명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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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26일 새벽 1시23분45초 발생했던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4호기 폭발사고가 26일로 발생 40주년을 맞았다.
이후 인간의 출입금지 구역이 된 반경 60㎞,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걸친 약 4200~4500㎢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은 애초 "수천 년 동안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과 다르게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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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 포유류 번성…조류·곤충 등은 유전자 변형

1986년 4월26일 새벽 1시23분45초, 이날 발생한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 4호기 폭발사고가 26일로 발생 40주년을 맞았다. 이후 인간의 출입금지 구역이 된 반경 60㎞,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 걸친 약 4200~4500㎢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은 애초 “수천 년 동안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과 다르게 변화했다. 방사능에 영향받은 돌연변이 등 생태종의 변화가 일어났지만, 인간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멸종 야생동물이 돌아왔다. “방사능 재앙의 상처 위에 인간의 부재가 만든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비비시(BBC)와 유로뉴스 등이 26일 전했다.
사고 원전 주변 ‘붉은 숲’에서는 강한 방사선 피폭 직후 침엽수 다수가 적갈색으로 변해 고사했고, 포유류와 수생 생물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방사능이 가장 높은 중심 지역에서는 오늘까지도 토양과 낙엽층에 고준위 오염이 남아 있고, 일부 무척추동물과 곤충 개체 수는 다른 구역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인간의 부재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도 함께 관찰된다. 늑대, 멧돼지, 노루, 사슴, 무스(엘크), 유럽들소, 스라소니, 갈색곰 등 대형 포유류가 출입금지구역 전역에 널리 분포하는 것이 확인됐다. 조류도 200종 넘게 관찰된다. 멸종위기 혹은 취약종으로 분류되는 희귀종들이다. 전 세계에서 개체가 10마리 수준으로 떨어졌던 멸종 위기종 몽고 야생말인 ‘프르제발스키 말’은 1990년대 이곳으로 도입됐는데, 그동안 개체 수가 7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자들은 “우연히 만들어진 국립공원”이 “유럽의 생물다양성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변화를 ‘야생의 기적’으로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비시나 세계핵뉴스(WNN) 등은 지적한다. 방사능의 부정적 영향은 각종 연구에서 계속 발견된다. 수컷 개구리에게서 짙은 피부색이 관찰되는 등 방사선으로부터 피부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멜라닌 증가, 즉 자연선택에 따른 ‘색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전 인근의 개들이 우크라이나의 다른 개 집단과 구별되는 독특한 유전적 집단으로 형성됐음도 드러났다.
일부 조류는 백내장 같은 눈 질환의 비율이 높고, 부리·깃털이 비정형한 형태로 나타나거나, 번식률이 낮아지고 유전적 돌연변이가 증가한 경향을 보고한 논문들도 있다. 곤충·거미 등 무척추동물과 일부 조류의 개체 수 감소, 종 다양성 저하가 관찰됐다는 보고도 있다. 방사능 농도가 높고 식생 회복이 미진한 구역에서는 여전히 생명체 밀도가 낮은 ‘공백’이 존재한다.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는 미생물과 분해자들의 활동이 둔화되면서, 낙엽층이 두껍게 쌓이고 숲의 영양 순환 속도가 늦어지기도 한다. “괴물 같은 돌연변이 생물”이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리·형태·유전자 수준에서 영향이 축적되는 양상이라고 설명된다.
방사능의 위험에도 야생이 부활했다는 사실에 대해 연구자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방사능이 무해해서가 아니라, 도로나 총, 트랙터, 산업 오염 등이 사라진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짐 스미스 영국 포츠머스대 교수는 지적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40년이 지난 현장은 방사능의 장기적인 위험성과 인간의 활동이 자연에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이 매체들은 전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체르노빌 주변에서는 파괴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째 진행 중이다.
한편, 체르노빌 사고 40주년을 맞아 세계 각국이 참사 희생자를 추모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26일 주일 기도를 집전한 뒤 체르노빌 참사가 “인류의 양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며 “(원자력을 사용하는) 모든 의사결정 단계에서 분별력과 책임감이 항상 우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이 비극의 여파를 수습하다 목숨 바친 모든 이들을 기억한다. 체르노빌 참사의 모든 희생자가 평화 속에 잠들기를 바란다”고 썼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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