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칼텍 출신 ‘이달의 교사’는 어쩌다 총을 들었나… 다시 불 붙은 ‘온라인 급진화’ 경고

유진우 기자 2026. 4. 2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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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안정 직업 피의자 잇따라 등장
조직 명령 아닌 ‘커뮤니티 급진화’ 주목
디스코드, 정치폭력 수사 단골 대상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가한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에서 무장 침입을 시도한 용의자 콜 토머스 앨런(31)은 미국 국적 고학력자로, 확실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테러범에 대한 고정 관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평범해 보이는 30대 미국인 남성은 산탄총과 권총, 칼을 들고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장 50야드(45m) 앞 비밀경호국(SS) 보안검색대를 향해 돌진했다. 그가 검거된 이후 안정된 직업과 이력을 가진 개인이 어디서 분노를 키우고, 어떤 공간에서 폭력 실행을 정당화했는지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다시 격렬한 논쟁이 시작됐다.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서 총격 사건 용의자 콜 토마스 앨런 거주지를 점검하는 FBI 요원.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앨런을 “외로운 늑대이자, 이상한 놈(lone wolf whack job)”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미 보수 매체 폭스뉴스 디지털 선임 조사 에디터 아스라 노마니는 25일(현지시각) 현지 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람이 이 청년을 외로운 늑대로 표현했지만, 우리가 발견한 것은 그가 지난 10년간 어떤 특정 생태계 안에서 작동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이라며 “이 공격은 (일개인의) 고립된 행위가 아니라 더 넓어진 급진화 패턴을 반영한다”고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사건 직후 그의 전자기기와 소셜미디어, 가족에게 보낸 장문의 글을 압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미 CBS 뉴스에 따르면 앨런의 소셜미디어에서는 반(反)트럼프, 반기독교 성향 표현이 다수 확보됐다. 그가 캘리포니아주 노 킹스(No Kings) 시위에 참석한 사실, 2020년 출범한 예술가 중심 사회운동 단체 ‘와이드 어웨이크스(The Wide Awakes)’에 속해 있었다는 가족 진술도 나왔다. 노 킹스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 국정 운영을 제왕적이라고 보는 진영이 ‘미국에 왕은 없다’는 기치로 지난해부터 시작한 반트럼프 캠페인이다. 앨런은 가족에게 보낸 글에서 자신을 ‘친절한 연방 암살자(Friendly Federal Assassin)’라고 칭했다.

수사 당국은 평범한 교사이자 게임 개발자였던 30대가 어디서 이런 정체성을 만들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CBS 뉴스에 따르면 앨런의 누나는 비밀경호국과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 조사에서 “동생이 권총 두 자루와 산탄총을 캘리포니아 총포상에서 합법 구매한 뒤 부모 집에 몰래 보관했고, 부모는 이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누나는 또 “동생이 사격장에 정기적으로 다니며 사격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가족 누구도 그의 무장과 훈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수사가 그의 디지털 흔적에 집중되는 배경이다. 호주 시드니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서구권에서 발생한 치명적 테러 공격 중 93%가 단독 행위자(lone actor)에 의해 벌어졌다. 미들베리국제대학원 테러·극단주의·대테러센터(CTEC)도 올해 2월 보고서에서 “인터넷이 급진화를 가속하고, 단독 행위자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결하며, 병참적 지원까지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디스코드 로고. /연합뉴스

미 수사당국이 이번 총격사건 같은 단독 행위자 사건마다 가장 먼저 살피는 공간 중 하나가 디스코드(Discord)다. 디스코드는 원래 게이머들이 게임 중 음성·문자 채팅을 위해 쓰던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서버’라는 폐쇄형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 여러 채널을 나눠 텍스트와 음성, 영상, 파일을 주고받는다. 게임 길드, 학교 동아리, 개발자 모임, 팬 커뮤니티 등 정상적 용도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과 네이버 카페, 게임 음성채팅을 합친 공간에 가깝다.

수사기관은 디스코드 같은 폐쇄형 커뮤니티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런 커뮤니티는 공개 소셜미디어와 달리 초대 링크를 받은 사람끼리만 서버에 모인다. 외부 검색에 잘 잡히지 않고, 음성 대화와 파일 공유, 밈, 게임 화면이 뒤섞여 흘러간다. 디스코드는 자체 ‘폭력극단주의 정책 설명문’에서 극단주의 조직과 활동, 모집, 선전, 폭력 정당화를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플랫폼이 이런 정책을 별도로 만든 것 자체가 거대 커뮤니티 인프라가 직면한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위치에 섰다는 의미다.

테러리즘과 기술의 관계를 연구하는 국제싱크탱크 지넷(GNET)은 보고서에서 “게임 환경이 대다수 이용자에게는 긍정적 공간”이라고 전제하면서 “바로 그 평범함 안에 극단주의 행위자가 숨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 커뮤니티가 외로운 개인에게 느슨한 소속감, 내부 농담, 적대 대상, 영웅 서사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처음에는 밈과 냉소적 정치 농담으로 시작했다가 특정 집단을 악마화하는 콘텐츠, 폭력 영상, 모방 범죄 서사로 이동하는 경로가 반복적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패턴은 최근 미국 정치폭력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앨런에 앞서 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슨 살해 사건 피의자였던 루이지 맨지오네 역시 아이비리그인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출신 고학력자였다. 그는 자신의 건강 문제와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분노, 독서 목록, 장문의 글을 다량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다만 일각에서는 디스코드나 게임 커뮤니티 한 곳을 정치폭력 원인으로 지목하는 시각에 신중론을 내놨다. 단독 행위자 연구 권위자인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 바트 슈어만 교수는 “‘외로운 늑대’라는 표현이 시사하는 것만큼, 단독 행위자가 본인이 교활하거나, 능숙하거나 완전히 고립돼 있지는 않다”며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더 넓은 극단주의 운동과 연결돼 있고 거기서 영감을 끌어온다”고 했다. 특정 플랫폼이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 전반이 단독 행위자에게 정체성과 행동 모델을 공급한다는 의미다.

앨런은 27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폭력 범죄 중 화기 사용, 위험한 무기를 이용한 연방 요원 폭행 등 2개 혐의로 기소되 예정이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같은 날 NBC ‘미트 더 프레스’에서 “추가 기소 여부는 그의 동기, 의도, 사전 계획을 우리가 어디까지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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