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도 하고, 기분도 좋아지고” 관악구, 놀면서 예방하는 치매 ‘인기’[현장]

주영재 기자 2026. 4. 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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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별빛내린천 수변무대 일대에서 열린 치매안심노리터(老利攄)에서 참가자들이 ‘탱탱볼 던지며 박수치기 게임’을 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손 위치를 왼쪽으로 살짝 옮기고 턱 위치는 사선 방향으로 하세요. 아버님, 손은 아래로 지긋이 내려주는 힘이 있어야 해요. 집에 가서는 횟수를 조금 더 늘려서 반복하세요.”

서울 관악구 별빛내린천 수변무대 일대가 지난 15일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관악구 치매안심센터가 운영하는 ‘치매안심노리터(老利攄)’ 5주 차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뇌인지 활동과 신체 활동 등 치매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 날이었다.

관악구는 올해 남현·서원·신원·난향동을 추가해 21개 동 전체에 ‘치매안심마을’을 조성했다. 서원·신원동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매주 수요일 별빛내린천 수변무대에서 치매안심노리터를 연다.

천막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스트레칭을 하는 곳에선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동작을 따라 했다. 임정빈 강사는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게 따라 하기 쉬운 동작,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순애 할머니(80)는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지는 기분이 든다”면서 “배운 대로 집에서도 운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노인인구 비율이 19.3%로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구는 노인인구 증가에 대비해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16년 이상 직접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곳은 2023년 전국 최초로 야외 놀이형 치매 예방 프로그램인 치매안심노리터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 예방을 목적으로 하지만 보건소가 아닌 공원에서, 진료가 아닌 놀이 형태로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경하 관악구 보건소 주무관은 치매 검사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처음부터 ‘노는 것’을 앞세웠다고 했다. 이 주무관은 “예방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나 치매 아냐’ ‘치매도 아닌 사람을 잡는다’며 화내는 분들이 있어서 신체 활동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지 활동으로 유인하고, 점차 다른 보건 사업으로 연계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 역시 호기심에 들렀다가 지난달 18일 첫 주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기억력 검사도 자연스럽게 놀이 중 하게 됐다. 진행자가 말한 문장을 외워 따라 말하고, 연속 그림의 규칙을 찾아내는 식의 검사다. 이 주무관은 “우연히 이렇게 맞닥뜨려서 검사하게 되면 본인 기억력이 나이에 비해 어떤지를 처음 알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자연스레 치매 예방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가로세로 4칸에 여러 과일을 가로·세로가 겹치지 않게 채워 넣는 ‘과일스도쿠’는 주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첫 주부터 개근한 한기술 할아버지(77)가 빠른 속도로 그림을 채워놓았다. 한 할아버지는 “기억력이나 운동에 도움이 돼서 앞으로도 치매안심노리터에 계속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최병용 할아버지(80)는 자원봉사자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약 8년 이내에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 센터는 봉사자로 참여해 사람들과 만나는 활동이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최 할아버지는 “집에 있으면 무력해져서 사회 활동을 해야겠다 싶었다”며 “지난해 봉사를 시작했는데 마음이 밝아졌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관악구 보건소가 지난해 치매안심노리터 참여자를 대상으로 사전·사후 조사를 한 결과 주관적 기억력감퇴와 우울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성과는 인정을 받아 2024년 ‘제17회 치매극복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지난해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행정대상을 수상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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