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황금빛을 닮은 구릿빛 매혹, 'Z세대 장미'가 된 젠데이아
'더 드라마', '듄: 파트 3'... 젠데이아
젠데이아(콜먼이라는 성이 붙지만, 그녀는 자신의 활동명에서 성을 ‘뗐다’)를 여배우 열전에 등장시키는 건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1996년생, 서른 살에 불과하다는 것 때문은 결코 아니다. 그녀의 최신작이 국내에 소개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화제작 <더 드라마>는 개봉 일정이 상반기 중으로만 나와 있다. 수입사는 확실하다. 워터홀 컴퍼니이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를 수입했던 회사다. 무엇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2020)을 수입해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냈던 회사이다. 그럼에도 상반기 개봉이라는 말은 개봉 여부가 하반기로 넘어갔다는 얘기이다. 극장 상황에 따라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워너 브라더스 배급의 <듄: 파트 3>도 연말 개봉 예정이다. 아직 멀었다. 특히 <듄: 파트 3>의 개봉이 늦은 것이 ‘여배우 열전’에 있어 결정적으로 너무 이른 듯한 감을 준다. 그러나 어찌 보면 젠데이아만큼 현재 할리우드에서 ‘핫’한 여배우는 없다.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어느새 10편이 넘어간다. 모자람이 없다. 무엇보다 다소 예상외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는 <듄> 시리즈 같은 대작, <스파이더맨>과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로 할리우드의 신성이 됐고 어쩌면 반짝스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줬지만 <맬컴과 마리>, <챌린저스> 같은 영화에서 스스로가 개성파 연기자임을, 그 DNA가 남다르다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준 상태다.

국내 미개봉작인 <더 드라마>는 지난 4월 3일 개봉 이후 미국 내 유명 비평 및 흥행 예측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82%를 유지하고 있어 ‘급’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리뷰가 80개 이상, 특히 뉴욕타임스나 할리우드 리포트, 인디 와이어 같은 유력지에 잇따라 실리고 있다. 3천만 달러짜리 저예산 급 영화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미 4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세계적으로 총 1억 달러(1,479억3천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라는 얘기다. 노르웨이 감독 크리스토페르 보르글리가 연출했고 난해한 영화를 즐겨 만드는 아리 에스터 감독이 제작을, 독립 예술영화 배급사로 유명한 A24가 배급을 맡았다. 하여 ‘궁금하다 궁금해’이다. ‘안물안궁’과는 정반대로,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상대역 배우는 로버트 패틴슨이다. 패틴슨이 최근에 나온 비슷한 유의 영화로 <다이 마이 러브>가 있는데, 해외의 어떤 ‘영화 고관여층’ 인사에 따르면 이번 영화 <더 드라마>에서 패틴슨의 연기가 훨씬 더 밀도감이 높은데 ‘그건 순전히 상대역 여배우가 달랐던 탓’이라고도 진단했다. 두 작품을 비교해 놓고 보니 <다이 마이 러브>의 제니퍼 로렌스보다 이번의 젠데이아가 패틴슨의 신경질적이고 조잡하며 소심하기 이를 데 없는 연기를 끌어내는 데 훨씬 더 압도적인 연기 호흡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여 다시 한번 ‘궁금하다 궁금해’이다.

결혼을 앞둔 엠마(젠데이아)와 찰리(로버트 패틴슨) 커플은 서로에게 솔직하고 담대해야 한다는 의미와 의지로 절친 둘과 함께 넷이서 일종의 고백 타임을 가진다. 그동안 살면서 자신이 벌인 최악의 행동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숨겨 놓았던 자신만의 비밀을 고백한다는 것이었지만 늘 그렇듯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모든 비밀을 다 꺼내 놓는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진실한 사랑은 어쩌면 자기만의 비밀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할 수 있는 법이다. 연인은 진실과 거짓 사이, 그 심리의 중간선을 위태롭지만 잘 타며 살아가는 관계이다. 영화 <더 드라마>는 그러지 못했을 때 연인의 관계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젠데이아는 여기서 실로 충격적인 과거(보다 정확하게는 충격적인 범죄의 욕망)를 지닌 여성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두움을 꺼내 놓은 남녀는 결국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게 되는 법이다. 상대가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을 아는 나를 상대가 그것마저 알고 있고 또 그것마저 아는 상대를 내가 또다시 그것마저 아는 식이다. 이런 식이라면 둘의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이어진다. 이건 대니 드비토 감독, 마이클 더글러스, 캐서린 터너 주연의 <장미의 전쟁>(1989)의 Z세대 판 영화이다. 그리하여 또다시! 영화 <더 드라마>는 ‘궁금하다 궁금해’이다.

젠데이아는 흑백 혼혈이다.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고 엄마는 독일계 미국인으로 백인이다. 젠데이아의 피부색은 아주 검지 않다. 그녀는 까무잡잡한 미인이다. 백인 여성이 태닝으로 피부를 검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의 외모이다. 그녀가 종종 컬러리즘에 따른 차별적 시선을 받는 이유다. 백인과 흑인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레이시즘, 곧 인종차별주의와는 별도로 컬러리즘은 유색인종 사이에서 검은 피부색의 농도에 따라 차별적 시선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젠데이아는 종종 미국 백인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acceptable)의 흑인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사회심리학이다. <인어공주>(2023)가 그랬다. 인어공주 역으로 흑인 여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었다. 처음엔 젠데이아가 유력한 주연 후보였다. 영화는, 피부색이 덜 어두운 여배우보다 더 어두운, 진짜 흑인으로 보이는 여배우를 캐스팅해 할리우드의 인종 다양성 노력에 한 걸음 더 나아 갔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꼭 그렇게 PC(정치적 올바름) 주의를 기계적으로 지켜야 했느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 점이야말로 국내에서 <인어공주>의 흥행이 망한 이유이다.
젠데이아 자신도 스스로가 혼혈 여배우로서 ‘기묘한 특혜’를 받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에 올라 있는 <맬컴과 마리>에서 젠데이아의 상대역 배우는 존 데이비드 워싱턴(댄젤 워싱턴의 아들)이다. 젠데이아가 컬러리즘에 대한 생각과 이를 극복하려는 인식이 남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제작자 명단에 젠데이아가 이름을 올린 <맬컴과 마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단 2주 만에 촬영한 초저예산 작품으로, 팬데믹 기간이었던 만큼 2021년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독점)로 공개됐던 작품이다. 이 영화 <맬컴과 마리>야말로 <더 드라마>의 미니 버전일지 모른다. <더 드라마>가 궁금한 사람들은 <맬컴과 마리>를 먼저 보면서 기다리면 된다.

이건 분명 컬러리즘적 발언일 수 있지만 젠데이아는 흑백이 섞인 피부가 ‘탱글탱글’하고 건강한 섹시미를 지녔음을 부각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여배우이다. <듄> 시리즈에서 그녀는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맨의 일원으로 나온다. 프레맨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막에서 수분을 유지하는 특수복 스틸슈트을 입고 살아간다. 젠데이아는 머리에 (히잡처럼) 스카프를 두르고 몸을 드러내지 않고 다니지만, 살짝살짝 비치는 그녀의 검은 피부는 사막의 황금색에 맞춰 빛을 발한다. 나중에 연인이 되는 주인공 폴(티모시 샬라메)과 입맞춤을 할 때는 그의 창백한 피부와 천상으로 어울리는 모습을 선보인다. 흑백의 결합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한다. 젠데이아는 가장 아름다운 신세대 흑인 여배우이다.
그녀의 당돌한 섹시미가 유감없이 발휘된 영화는 테니스 영화 <챌린저스>다. 그녀가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 라켓으로 스매싱을 먹일 때 찰랑거리는 치마 아래 구릿빛 다리는 관객들의 시선을 휘어잡았다. 젊고 건강한 여성이 지닌 매력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사람들에게 자신도 언제가 있었던, 아니면 언젠가는 다가올 인생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했다. 젊을 때는 후회 없이 사랑하는 게 옳다는 것을, 젠데이아는 자신의 육체적 찬란함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 표현해냈다. 이 영화에서 젠데이아, 곧 영화 속 타시는 두 남자 패트릭(조쉬 오코너)과 마이크(아트 도널드슨)를 쥐락펴락한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여성이 주도하는 두 남자와의 정신적, 육체적 관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적어도 그 같은 욕망만큼은 꿈꿀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젠데이아는 미래를 살기보다 현실을 즐기며 사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배우이다. 그래서 더욱 주목하게 되는 연기자이다. 그녀가 동 세대를 어떻게 이끌고 또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아마 그녀의 영화들에 답이 있을 것이다. <더 드라마>와 <듄: 파트 3>, 다시 한번 ‘궁금하다 궁금해’의 반복이다. 빨리 보고 싶게 만든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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