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서 커밍아웃 성소수자, 한국인 평균보다 ‘행복도’ 높다

남지현 기자 2026. 4. 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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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자신의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밝힌(커밍아웃) 경험이 있는 성소수자들이 그렇지 않은 성소수자는 물론이고, 전체 한국인 평균보다 높은 주관적 행복도를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청년 성소수자 인권단체 '다움'이 발간을 앞두고 있는 '성소수자의 노동권 및 차별에 관한 연구 2025' 보고서를 한겨레가 입수해보니, 일터에서 커밍아웃한 경험이 있는 성소수자의 주관적 행복도가 평균 6.33점(10점 만점)으로 미경험자(5.67점)보다 0.66점 높고, 유엔이 발간한 2025년 세계행복보고서에 집계된 한국 평균(6.04점)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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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및 우정국로 (을지로입구역-종각역)일대에서 열린 26회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소수자연대풍물패 ‘장풍\'이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일터에서 자신의 성별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을 밝힌(커밍아웃) 경험이 있는 성소수자들이 그렇지 않은 성소수자는 물론이고, 전체 한국인 평균보다 높은 주관적 행복도를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청년 성소수자 인권단체 ‘다움’이 발간을 앞두고 있는 ‘성소수자의 노동권 및 차별에 관한 연구 2025’ 보고서를 한겨레가 입수해보니, 일터에서 커밍아웃한 경험이 있는 성소수자의 주관적 행복도가 평균 6.33점(10점 만점)으로 미경험자(5.67점)보다 0.66점 높고, 유엔이 발간한 2025년 세계행복보고서에 집계된 한국 평균(6.04점)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다움이 지난해 4월10일∼30일 약 3주 간 성소수자 26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23명의 초점집단면접(FGI)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커밍아웃이 가능한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경에 있는 이들의 경험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정체성을 숨기는 부담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갈 때 행복감이 증가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런 결과는 한편으로 성소수자들이 구직 과정과 일터에서 겪는 차별이 얼마나 만연하고, 심각한지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정체성이 노출되기 쉬운 트랜스젠더의 경우 지원 서류 제출 단계에서부터 주민등록번호와 외모 불일치로 서류 제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트랜스 여성의 경우 21%, 트랜스 남성은 35%가 이런 경험이 있다고 했고, 채용거부나 취소를 경험한 이들도 트랜스 여성 27%, 트랜스 남성 15%로 적지 않았다.

구직 단계에서 이 같은 장벽 탓에 트랜스젠더 상당수는 고용 안정성이 낮은 저소득 일자리에 머물렀다.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성별 정체성을 남여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지 않는 경우) 정규직 비율은 56.1%에 그쳤다. 시스젠더(법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경우)는 이 비율이 72.5%였다. 월 200만원 미만 저소득 비율도 트랜스젠더·논바이너리는 30.6%로 시스젠더(14.6%)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결국 성소수자들은 구직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날 위험이 적거나, 드러나더라도 차별받을 위험이 적은 일터를 찾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때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외모 표현이 자유로운 직장”을 고려했다는 이들은 전체의 47%(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여성이 많은 직장(26%), 객관적 자격 중시 직업(26%), 혼자서 일하는 직업(26%)을 선택한다는 이들이 이어서 많았다. 또, 응답자의 58%는 면접에서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거짓 답변을 했다고 답했다.

취업 후에도 성소수자들 대다수(84%)는 일상적으로 정체성을 숨기기 위한 행동을 한다고 했다. 직장 내 따돌림(69%)이나 일자리 상실 및 소득 감소(62%), 업무 배제(58%) 등을 우려해서다. 성소수자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이나 차별적 농담 등 미세공격을 경험한 이들이 74%에 이르는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피부로 느낀 탓이다.

성소수자들은 가장 바라는 일터 변화로 커밍아웃 가능한 분위기(60%)와 차별금지 조항 명시(56%)를 꼽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성소수자는 노동자로서 기본권과 성소수자로서 존재권 사이에서 이중적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가족구성권 보장 등 제도적 기반 마련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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