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차 가해·증거 누락"…약물 성폭행 피해자,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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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성폭행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2차 가해와 증거 누락이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27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약물 성폭행 피해자 A 씨는 이날 인권위에 자신의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이 2차 가해를 저질렀고, 중요한 증거를 누락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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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후 6개월간 강제수사 미실시" 주장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약물 성폭행 피해자가 수사 과정에서 2차 가해와 증거 누락이 있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도 한국 형사사법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소개됐다.

진정서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2020년 9월 19일 피해자가 독립된 장소에서 디지털 포렌식 탐색 절차를 진행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남성 수사관과 성범죄 피의자들이 드나드는 개방된 사무실에서 절차를 강행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피해자는 사무실 한복판에서 11시간 동안 피해 영상물 440건을 시청해야 했고, 극심한 수치심에 오열하는 딸을 지켜보던 피해자의 부친은 차량 트렁크에서 우산을 꺼내 모니터를 가렸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수사 과정의 부당한 처우가 담긴 제2회 피해자 진술 영상녹화 CD가 수사기록에서 누락됐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해당 CD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관련 재판의 증거목록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포 수사 지연 문제도 제기됐다. 피해자는 최초 신고(2020년 7월 31일) 시점부터 영상 유포 피해를 진술했으나 수개월간 강제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사이 피의자가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서초경찰서는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가해자가 수사에 협조적이라 자진 제출을 요청했는데 교통사고로 노트북이 파손됐다고 해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수사팀 교체 후 신고 6개월 만인 2021년 2월에야 압수수색이 이뤄졌으나 이미 증거가 인멸된 뒤였고 유포 행위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약물 수사 방기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자 측은 피의자 모발에서 대마 양성반응이 확인됐음에도 GHB 등 강간약물에 대한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최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여성의당이 공동 주최한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대응을 위한 형사사법제도 개선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에서도 다뤄졌다.
피해자에 따르면 2020년 당시 남자친구였던 피의자의 휴대폰에서 불법촬영 사진을 발견해 신고했고 이후 포렌식 과정에서 피해자가 약물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상태에서 성착취를 당하는 영상 440건이 복구됐다. 국가기관 전문의들이 영상 속 피해자가 중추신경억제제에 의한 의학적 혼미 수준의 의식 상태에 있다는 공통된 감정 소견을 제출했음에도 검찰은 2024년 3월 모든 성범죄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석지헌 (cak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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