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유통 혁신 승부수 ‘거점도매’…업계는 격앙

김동주 기자 2026. 4. 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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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효율 vs 생존권 충돌
의약품 유통 구조 재편 논쟁 확산
대웅제약 사옥 전경./대웅제약 제공

| 서울=한스경제 김동주 기자 | 대웅제약이 추진 중인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을 둘러싸고 제약사와 유통업계 간 갈등이 전면화 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해당 모델이 의약품 품질 관리와 배송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책임형 물류 시스템'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유통업계와 약사단체는 특정 업체 중심의 구조 재편이 시장 왜곡과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블록형 거점도매는 제약사가 권역별 핵심 도매업체를 선정해 물류를 집중시키고, 이를 통해 재고 관리와 배송 품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유통 구조다. 기존 다수 도매상이 병렬적으로 참여하던 체계와 달리 일정 기준을 충족한 소수 거점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제약사는 품질 관리와 공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유통업계는 거래 기회 축소와 시장 집중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 품질·속도·예측성 강화…대웅제약, '책임형 유통 모델' 강조

대웅제약은 블록형 거점도매가 단순 물량 배분 구조가 아닌, 엄격한 물류 기준을 충족한 파트너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관리형 유통 체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온도 관리, 배송 시간, 재고 보고 등 고도화된 기준을 적용해 의약품 유통 전 과정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회사 측은 의약품 파손이나 변질, 배송 지연, 반품 절차 지연 등 기존 유통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당 모델을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전용 차량을 통한 온·습도 관리, 실시간 배송 추적이 가능한 TMS 시스템, AI 기반 수요 예측을 통한 품절 방지 등 디지털 기반 물류 혁신 요소를 적극 도입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배송 효율성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권역별 재고를 통합 관리하고 거점 간 재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1일 2회 배송, 3시간 이내 긴급 배송, 새벽 배송 등 약국 상황에 맞춘 공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반품 역시 거점에서 직접 회수해 처리하는 구조로 전환해 처리 기간을 10일 이내로 단축했다.

대웅제약은 이러한 변화가 약국의 운영 부담을 줄이고 약사가 조제와 복약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거점도매 선정 과정 역시 재무 건전성, 물류 역량, IT 시스템 등 다수의 평가 항목을 기반으로 공정하게 진행됐으며, 정기 재평가를 통해 누구에게나 참여 기회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 유통업계 "독점 구조·생존권 위협"…집단 반발 확산

한국의약품유통협회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는 해당 정책이 사실상 특정 업체에 물량을 집중시키는 구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본사 앞에서 수백 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유통 갑질 중단"을 촉구했다.

유통업계는 거점도매 체계가 확대될 경우 기존 다층적 유통망이 붕괴되고 중소 도매업체의 시장 퇴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공급 채널이 제한되면 의약품 수급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비상 상황에서 대응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서울시약사회 역시 해당 구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의약품 공급 다양성이 저하되고 약국 현장의 서비스 질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도매 유통이 의약품 공급의 핵심 축인 만큼 특정 구조로의 쏠림은 생태계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유통 구조가 안고 있던 비효율과 품질 관리 한계를 감안할 때, 일정 수준의 구조 개편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약국 현장에서 제기돼 온 배송 품질과 재고 불균형 문제를 고려하면, 대웅제약의 시도가 물류 혁신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의약품 유통 구조가 일정 부분 선진화되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리베이트 관리, 재고 운영, 유통 안전성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직거래가 가장 효율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구조적 제약이 크다"며 "그 대안으로 다수 도매상을 활용해왔지만 최근에는 리베이트 문제나 재고·품질 관리 부담이 지속되면서 기존 방식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환경에서는 미국처럼 제약사가 보다 전문화되고 규모화된 유통 역량을 갖춘 대형 도매상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유통 효율성과 관리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 과정에서 중소 도매업체의 역할 축소와 시장 파이 감소 등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약가 인하 압박 등과 맞물려 업계 내 구조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원장은 "결국 방향성 자체는 효율성과 안정성을 고려할 때 일정 부분 타당하지만,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시장 충격이 클 수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 간 조정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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