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웨는 ‘97g’ 러닝화 없었으면 마라톤 2시간 벽 못 넘었을까?

홍석재 기자 2026. 4. 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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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런던마라톤에서 우승한 사바스티안 사웨(케냐)가 자신의 러닝화에 적힌 세계 신기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59.30 WR SUB2.’

인간이 넘을 수 없을 것처럼 여겨졌던 마라톤 42.195㎞ ‘2시간의 벽’, 이른바 ‘서브 2’를 달성한 사바스티안 사웨(30·케냐).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각) 런던마라톤 대회 직후 운동화에 손글씨로 1시간59분30초라는 숫자, 세계 기록을 의미하는 ‘WR’, 그리고 2시간 이하 기록을 뜻하는 ‘SUB2’라고 직접 적었다. 이어 두 손으로 러닝화를 소중하게 든 채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웨는 신기록 달성 뒤 “세계 기록 경신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라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와준 (러닝화의) 혁신이 구실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아디다스 재팬은 누리집에 공지를 통해 “자사 소속 선수인 사웨와 요미프 케젤차(29·에티오피아)가 런던라마톤에서 2시간 벽을 깨트리며 달리기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사웨는 1시간59분30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케젤차는 데뷔전에서 1시간59분41초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 입장에선 이번 대회 여자부 경기에서 티지스트 아세파(29·에티오피아)가 역시 여성 선수로는 세계 최초인 2시간15분31초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해 겹경사가 났다.

사웨의 코치는 영국 언론 ‘가디언’에 “사웨는 단순히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정말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며 “신발과 적절한 영양 보충이 마라톤을 새 시대에 접어들게 했다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마라톤 선수들은 옷과 신발 등 단순한 장비를 쓴다. 하지만 이들이 착용한 러닝화와 유니폼에는 스포츠 과학이 집적돼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면 러닝화 판매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총력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낸 사웨, 케젤차, 아세파는 모두 아디다스가 지난해 4월 내놓은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3’(Adizero Adios Pro Evo 3) 제품을 신고 뛰었다. 발 크기 270㎜ 기준 신발 한쪽 무게가 달걀 2개 수준인 97g에 불과하다. 아디다스 쪽은 탄소 소재를 활용하고, 맞춤 설계를 통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반발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여러 선수들이 아디다스의 같은 시리즈 전작 신발을 신고 지난 1년여간 세계 신기록 3개, 6개 국제 메이저 마라톤대회 우승, 7개국의 신기록 작성, 5개 코스 신기록, 1개 올림픽 기록 등 화려한 성적을 낸 바 있다. 일반 판매가 90만원 선으로, 이번 대회 직전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정 판매가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러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2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는 일본 스포츠브랜드 아식스 러닝화를 신은 선수들이 상위권을 싹쓸이하다 시피했다. 남자부 우승자 존 코리르가 아식스의 ‘메타 스피드 스카이’ 프로토 타입을 신고 2시간1분52초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2위 알폰스 펠릭스 심부를 비롯해 남자부 상위 10위에 아식스 신발을 신은 선수가 5명이나 포진했다. 아디다스는 1명, 또다른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나이키는 하위권에 2명만 자사 소속 선수 이름을 올렸다.

달리기 전문 온라인 잡지인 ‘런’은 “아식스가 ‘슈퍼 슈즈 전쟁’의 선두 주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나이키 역시 (알파플라이 제품 등이) 마라톤용 신발로 확실히 자리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닝화 분야에선 전통적 글로벌 강자 외에도 호카, 푸마, 뉴발란스, 엑스텝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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