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쉴래" 비흡연자들의 반란…담배 없이 재 턴다 [트렌드+]
온라인서 '담타 감성' 공유
'경험 장벽' 없앤 소셜 실험

"담배 안 피우는 사람들만 손해죠."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대기업 부장은 담배를 끊으면서 짧게는 5분, 길게는 20분 가까이 바람을 쐬던 시간이 사라졌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담배를 피울 땐 몰랐는데 확실히 사무실에만 있으려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커피만 타서 나가기엔 어색하다"고 토로했다.
그가 금연의 고충을 토로하는 사이 다른 한편에선 비흡연자들이 모인 느슨한 연대체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온라인 담타(담배 타임·흡연시간)' 사이트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온라인 담타'는 말 그래도 온라인상에서 비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때 느끼는 감성을 공유하는 행위를 뜻한다.
'온라인 담타' 검색량 급증…비흡연자들 관심↑
27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담타' 검색어가 처음 포착된 시기는 불과 약 한 달 전이다. 지난달 18일 온라인 담타 검색량은 15를 나타냈고 하루 뒤 28로 뛰었다. 네이버는 특정 기간 내 검색량이 가장 많은 날을 '100'으로 보고 상대적인 수치를 표시한다.
같은 달 24일 검색량은 76을 기록하면서 급증했다. 이후 검색량이 정점(100)을 찍은 날은 지난 12일. 열흘 뒤인 이달 22일에도 99를 기록하면서 온라인 담타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확인한 검색량도 네이버와 유사한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달 22~29일 온라인 담타 검색량은 100을 찍은 뒤 같은 달 말부터 전날까지 80~90대를 기록하고 있다. '담타 사이트', '온라인 담타 사이트' 등의 검색어는 5000% 이상 검색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담타 사이트에 접속하면 곧바로 담배 모양의 이미지가 표시된다. 화면을 누르면 '담타' 즉, 가상 흡연이 시작되는 방식이다. 담뱃잎이 들어있는 하얀 부분을 누르면 재를 털 수 있다. 불이 붙어 있는 부분 근처엔 온라인 담타를 즐기고 있는 사용자들이 쓴 잡담들이 나타났다 연기처럼 사라진다. 담배 필터를 2초간 누르면 링 모양의 '도너츠' 연기를 만들 수도 있다. 담배를 다 태우면 '4분58초'와 같이 흡연 시간도 나타난다.
이날 오전 온라인 담타 창엔 "컨펌을 앞두고 있어 긴장된다, 이제 제 차례"라거나 "집에 가고 싶다", "오늘 날씨 좋은데 이런 날 회사 있는 게 아깝다", "선임님 사고방식이 너무 경제적"이라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담타' 흡연자 전유물서 비흡연자 놀이터로 변화
온라인 담타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담배 없이도 '담타 감성'을 나눌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복수의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이 이어졌다. 흡연자들은 '담타'를 '잠깐의 휴식'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비흡연자들은 이를 '근무 중 일탈'로 받아들였다.
실제 근무 중 담타는 근로시간 논쟁으로도 불거졌다. 흡연을 이유로 길게는 20분 가까이 자리를 비우는 직장인들의 사례를 들며 담타를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것.
하지만 그간 법원 판례와 행정해석 등을 종합하면 근로자가 업무 도중 흡연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포함돼서다.
온라인 담타는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비흡연자들의 '맞대응'으로 볼 수 있다. 흡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직장생활의 애환을 털어놓는 시간을 소셜 공간에서 가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 온라인 담타인 셈이다.

'경험 장벽' 없앤 소셜 실험…"빠른 연결감 원해"
각종 커뮤니티엔 온라인 담타에 만족하는 후기가 올라와 있다. 소셜 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가 지난 1월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커뮤니티·블로그·인스타그램을 대상으로 '온라인 담타'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이달 커뮤니티 내 언급량이 1100% 증가했다. 커뮤니테에선 "비흡연자인데 스트레스가 풀린다"거나 "건강한 담타 즐길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는 등의 반응이 눈에 띈다.
온라인 담타 사이트는 '야구장' 카테고리를 추가하는 등 관심사에 따른 커뮤니티 공간을 새롭게 추가했다. 온라인 담타 사용자들은 "개발자 감다살('감 다 살았네'의 줄임말)"이라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썸트렌드는 "(온라인 담타는) 흡연자의 전유물이었던 '담타'를 비흡연자도 함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으로 재해석했다"며 "스트레스 해소와 실시간 소통 욕구가 결합된 신형 소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험 장벽'을 없애는 커뮤니티가 더 빠르게 확산된다"며 "'경험이 없는 사람도 진입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확산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진보래 중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커뮤니케이션은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외로움을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며 "위험한 자극은 원하지만 실제 위험은 피하고 짧고 안전한 상호작용을 통해 빠르게 연결감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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