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방사선 치료 후 나타난 구강건조증···‘이 치료법’ 쓰니 죽은 침샘 되살아났다

김태훈 기자 2026. 4. 27.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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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으로 침을 분비하는 침샘은 여러 부위에 걸쳐 존재하는데,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로 침샘이 파괴되면 부작용으로 구강건조증이 나타나기 쉽다. 보건복지부 제공

얼굴·머리 주변에 생긴 두경부암에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면 침샘 조직이 파괴돼 부작용으로 구강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생체재료와 줄기세포를 결합한 융합 치료 시스템으로 침샘을 재생시켜 원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권성근 교수, 융합의학과 정지홍 교수 연구팀은 ‘줄기세포 스페로이드 탑재 항산화 하이브리드 단백질 전달체’를 개발해 효과를 입증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스’(Bioactive Materials)에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방사선 치료의 결과로 체내에서 급증한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하이브리드 단백질 전달체’에 더해, 기존 2차원 배양 줄기세포보다 혈관내피성장인자를 더 많이 분비하는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를 결합해 치료 효과를 향상시켰다.

코, 구강, 인두, 후두 등에 생기는 두경부암에 방사선 치료를 하면 주변 침샘 조직의 수분과 반응해 독성물질인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된다. 이 때문에 침샘이 파괴되는 난치성 구강건조증이 발생하면 음식을 씹어 삼키고 소화하는 기능과 말하는 기능 등이 크게 저하돼 환자의 삶의 질도 곤두박질친다.

현재까지는 인공 타액이나 침 자극제 등 일시적인 증상 완화제만으로 대처할 뿐 근본적인 조직 재생 방법은 없는 상태다. 대안으로 제시된 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강한 산화스트레스 환경 탓에 세포가 살아남기 어렵고 조직에 잘 고정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시도된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천연 항산화 효소인 글루타치온을 젤라틴 단백질과 결합한 뒤 무해한 블루라이트로 굳혀 항산화 하이브리드 전달체를 만들었다. 이어 그 내부에 지름 0.3㎜로 둥글게 뭉친 3차원 줄기세포 덩어리를 탑재했다. 세포를 뭉쳐 중심부의 산소가 부족해지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신호 물질을 더 강하게 뿜어내는 생존 특성을 치료제 설계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이 융합 치료 시스템을 방사선으로 침샘이 망가진 실험동물(쥐)에 주사한 뒤 6주간 관찰하며 효과를 검증했다.

실험 결과, 전달체가 강한 산화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는 초기 작용과 함께 줄기세포가 후기로 갈수록 새 혈관을 생성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6주 만에 파괴된 침샘 조직이 재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개발된 전달체는 체내에서 금방 분해되는 기존 글루타치온 항산화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활성산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억제했다. 실제로 극심한 산화스트레스 환경에 놓인 침샘 세포에 전달체를 투여하자 폭증하던 활성산소가 정상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으며, 7일간 지켜본 결과 세포 사멸 인자 역시 일반 수준(2.6%)과 거의 비슷한 4% 미만으로 강력하게 억제됐다.

이와 함께 전달체 내부에 탑재된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는 혈관내피성장인자를 다량 뿜어내며 새 혈관을 만들어 손상된 조직에 재생 세포와 영양분을 공급했다. 전달체 없이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만 투입했을 때보다 5배 이상 높은 혈관 생성 능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주사 6주 차가 되면 파괴됐던 침샘 조직이 재생됐고, 실제 쥐의 침 분비량과 정상적인 침 성분까지 성공적으로 회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에서 인공 타액을 주입할 필요 없이 스스로 다시 침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기능 복구가 이루어진 것이다.

권성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일시적 증상 완화에 그쳤던 구강건조증 치료의 한계를 넘어, 파괴된 침샘 조직의 근본적인 재생을 이뤄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개발된 융합 치료 시스템은 산화스트레스 억제 및 혈관신생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차세대 임상용 치료제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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