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인스타도 안 된다"… 中 시진핑 4연임 앞두고 '우회접속'까지 차단 조짐

이혜미 2026. 4. 27. 12: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3> '만리방화벽' 더 높게 쌓는 中
[칸칸 차이나]
불법이지만 일상… 묵인돼 온 '우회 접속' 흔들
단순 단속 넘어 벌금·법안까지… 통제 수단 확대
4연임 당대회 앞두고 해외 정보 접근 고삐 죄나
최근 중국 내에서 해외 인터넷망에 우회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이 먹통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한 베이징 시민이 도로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요즘 가상사설망(VPN)들이 다 문제인 것 같은데 저만 그런가요?"

"○○VPN, 정말 속터집니다."

지난 19일, 베이징 교민들이 모인 한 익명 대화방. 이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업체 불문 VPN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사용하는 VPN 업체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 기업 주재원들 다수가 "4월 즈음부터 VPN이 불안정해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VPN은 해외 인터넷망에 우회 접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대부분 차단해 놓은 중국에서는 사실상 외부 정보를 접하기 위한 '생활 필수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카카오톡은 물론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 같은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할 수 없고 구글이나 유튜브, 네이버처럼 외부 정보를 탐색할 수 있는 경로도 막힌다.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뿐 아니라, 해외 정보에 대한 수요가 있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VPN 사용은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는 30대 여성 천모씨는 "불법인 건 알지만 농촌에 사는 고령층이 아니고서야 VPN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가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상 필요뿐 아니라 최신 학술 정보 접근, 해외 콘텐츠 소비 등 다양한 이유로 VPN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단기 방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중국 입국 전 VPN 설치'는 사실상 필수 준비물로 통한다.

베이징 교민들이 모인 한 익명 대화방에서 교민들이 VPN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불법이지만 일상... '회색지대'였던 VPN

중국은 '만리방화벽'이라는 인터넷 통제 체계를 통해 해외 인터넷과 중국 내부 인터넷을 물리적으로 구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매달 적게는 1만 원, 많게는 수십만 원에 이르기까지 개인이 '사비'를 들여 불법인 VPN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 왜일까. 그건 중국이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악명 높은 인터넷 통제 체계를 갖춰 해외 인터넷과 중국 내부 인터넷을 물리적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96년 '컴퓨터 정보 네트워크 국제 연결 관리 잠정 규정'을 제정하며 해외 인터넷 접속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는 유튜브,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해외 플랫폼 접근을 차단하면서 통제 체계를 본격화했다. 현 규정상 중국 내에서 해외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국가가 지정한 통신망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개인이나 기관이 임의로 다른 경로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도 국경이 있다"는 원칙 아래 외부 정보 유입을 관리해왔지만, 현실에서는 VPN을 통한 우회 접속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일정 부분 묵인되는 '회색 지대'로 남아 있다.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단속은 선택적으로 이뤄졌고, 실제 처벌 사례도 드물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제로 받아들여져 왔다.

지난 3월 중국 후베이성 어저우시 공안당국은 VPN을 이용해 틱톡과 X에 접속한 혐의로 한 남성에게 경고와 벌금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공지했다. 중국 후베이성 어저우시 공안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이런 균형에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VPN 프로그램 사용을 이유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공개되면서다. 지난달 11일 후베이성 어저우시 공안당국은 VPN을 이용해 틱톡과 X에 접속한 혐의로 쉬모씨에게 경고와 함께 벌금 200위안(약 4만3,000원)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유는 '승인되지 않은 국제 인터넷 접속'이었다.

처음 이 소식이 알려졌을 때 중국 네티즌들은 "어느 바보가 VPN을 사용하다 벌금을 무느냐"며 비웃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VPN 사용이 일상화돼 있었고, 동시에 처벌 가능성은 낮다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VPN 접속 장애가 보다 광범위하게 감지되면서다. 최근 스레드 등 VPN을 통해서만 접속 가능한 SNS에서는 중국어 이용자들이 접속 불안정과 단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 한 베이징 교민은 자신이 사용하는 VPN이 먹통이 되는 바람에 또 다른 VPN을 새로 결제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 해당 VPN 서비스는 공지를 띄워 "불가항력적 요인의 영향으로 일부 사용자의 네트워크가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달 8일부터 정비 작업을 진행한 뒤,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그간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불가항력적인 요인'은 당국의 압력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수사로 사용된다.

중국의 한 VPN 서비스가 "불가항력적인 요인의 영향으로 일부 사용자의 네트워크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지를 띄우면서 "이달 8일부터 정비 작업을 진행한 뒤,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그간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교민 제공

中, 해외 인터넷 접속 정조준하나?

외부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순 단속'을 넘어 정부 차원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 기반을 둔 반중 성향 매체와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은 이달 들어 잇따라 중국 당국의 내부 문건이라며 유포된 통지문을 토대로 "중국공산당이 해외 사이트 접속을 엄격히 제한하기 시작했다"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다만 이 문건의 진위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RFA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규제·검열 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과 3대 국유 이동통신사는 최근 국경 간 네트워크 연결 관리 강화를 논의하고 있으며 핵심 의제로 '국경 간 데이터 전용선' 점검이 포함돼 있다. VPN이 개인 단위의 우회 접속 수단이라면, 국경 간 데이터 전용선은 기업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국제 연결 회선이다. 다만 두 방식 모두 해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통로라는 점에서, 최근 당국의 관리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은 현재 국경 간 데이터 전용선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섰으며, 관련 책임자에게 자료를 지참해 회의에 참석하고 기한 내에 피드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실 조치도 한층 강경해지고 있다. 장쑤성 쑤저우의 한 기업은 '국경 간 접속 행위 특별 정비' 통지문을 받았는데,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즉시 네트워크를 차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산시성 일부 기업은 '해외 트래픽 전면 차단 및 우회 접속 업무 엄격 금지'라는 통지문이 전달됐다고도 한다.


VPN 자체보다 생태계 차단… 법·기술 동시에 조인다

법·제도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2월 중국 공안부는 '네트워크 범죄 방지법'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네트워크 범죄를 예방하고 보안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외에도 승인받지 않은 국제 인터넷 연결과 이를 지원하는 행위를 주요 단속 대상으로 제시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 법안의 특징은 VPN 사용 자체를 직접 금지하기보다, 서버·결제·기술 지원 등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를 겨냥한다는 점이다. 불법 수익의 최대 20배에 달하는 벌금과 출국 제한 조치까지 가능해지면서 관련 사업 환경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기존에는 속도 저하나 간헐적 차단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VPN 연결 자체를 실시간으로 식별해 차단하는 방식으로 고도화됐다는 분석도 업계에서 나온다. 일반적으로 VPN은 특정한 데이터 전송 패턴을 보이는데,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이 이러한 트래픽 특성을 분석해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알리쿤 울루얄 연구원은 "이 법안은 디지털 및 물리적 공간을 제한하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방면의 노력을 반영하며, 국가 안보 기관이 국경을 넘어 사회 통제를 확대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온라인 익명성을 더욱 약화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정보 접근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진핑 4연임 결정 앞두고 여론 단속?

2022년 10월 1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의 고가도로 쓰퉁차오에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인민 영수가 아니라 선거가 필요하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내용은 중국 내 온라인에서는 즉시 검열돼 삭제됐지만, 해외 기반 SNS를 통해 널리 확산됐다. 트위터 캡처

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하고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보 통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강화하려는 흐름과 맞물려 이번 조치를 해석하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에 더해 중국은 주요 정치 행사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시기를 앞두고 인터넷 통제 수위를 높여온 만큼 '내부 정치적 요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 하반기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21차 당대회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4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적 분기점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 안정과 여론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해외 정보 접촉 경로를 사전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2022년 제20차 당대회를 앞두고도 베이징 쓰퉁차오에서 시 주석과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현수막 시위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 검열이 대폭 강화됐고, 일부 VPN 접속이 제한된 바 있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 정책은 외부에서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나 적용 범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VPN 자체가 불법과 묵인 사이에 놓인 회색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감지되는 변화가 어디까지 의도된 흐름인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개인을 넘어 기업 네트워크와 데이터 인프라까지 관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인터넷 통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징후는 분명하다. 그것이 일시적인 보강인지, 새로운 성벽을 쌓는 과정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벽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