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마라톤 2시간 벽 깨려면? 100m 17초, 420번 달려야
사웨 신었던 아디다스 신발...무게가 겨우 97g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인류가 끝내 넘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던 마라톤 ‘2시간의 벽’이 공식 무대에서 무너졌다. 케냐의 사바스찬 사웨가 42.195㎞를 2시간 안에 완주하는 데 성공하며 새 역사를 썼다.
사웨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1시간59분30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종전 세계기록인 켈빈 키프텀(케냐)의 2시간0분35초를 1분 이상 앞당긴 수치다.
사웨의 기록을 100m 달리기로 나누면 평균 17초로 달려야 한다. 이를 420번 넘게 반복한 것이다. 보통 학생의 전력 질주 수준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42㎞ 내내 유지해야 가능한 기록이다.

이날 레이스는 철저히 계산된 페이스 운영과 후반 폭발력이 결합된 ‘완벽한 레이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웨는 하프 지점을 1시간0분29초에 통과하며 세계기록 페이스를 유지했다. 이후 30㎞ 지점까지 안정적으로 흐름을 이어간 뒤, 오히려 후반에 속도를 끌어올렸다. 30~35㎞ 구간을 13분54초에 달렸는데 35~40㎞ 구간은13분42초에 주파했다. 일반적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간에서 속도를 높이는 ‘네거티브 스플릿’을 완벽하게 구현한 셈이다.
승부는 41㎞ 부근에서 갈렸다. 사웨는 끝까지 따라붙던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를 따돌린 뒤 마지막 2㎞를 단거리 선수처럼 질주했다. 결승선에 들어오는 순간 기록계는 1시간59분30초를 가리켰다. 같은 레이스에서 케젤차도 1시간59분41초를 기록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한 대회에서 두 명의 ‘서브2’ 달성자가 나왔다.
현장에는 약 80만 명의 관중이 몰려 대기록 탄생을 지켜봤다. 사웨는 경기 후 “관중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이 기록은 나 혼자가 아닌 모두가 만든 결과”라며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록은 마라톤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 배경에는 장비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 사웨가 착용한 러닝화는 무게가 약 97g에 불과한 초경량 제품이다. 카본 플레이트와 고반발 소재를 적용해 추진력을 극대화했다. 과거 150~200g 안팎이었던 비교하면 신발 한 켤레의 무게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장비 발전이 기록 단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영양 보급 방식 역시 달라졌다. 사웨는 경기 중 탄수화물 젤을 활용해 체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보충했다. 꾸준한 영양 보충을 통해 그냥 버티는 수준이 아니라, 후반에 오히려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여기에 데이터 기반 훈련 시스템이 더해 선수의 컨디션과 페이스 조절이 정밀해졌다.
훈련 강도 또한 극한에 가까웠다. 사웨는 대회 전 수주 동안 주당 200㎞ 이상을 달렸고, 최고 240㎞를 넘기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하루 평균 30㎞ 이상을 달린 셈이다. 육체적 한계에 근접한 훈련이 기록의 토대가 됐다.
도핑 문제에 대한 대응도 눈에 띈다. 최근 케냐 장거리 선수들을 둘러싼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웨는 스스로 검사를 요청하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대회 전 수개월 동안 수십 차례의 혈액·소변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하려는 시도였다.
사웨는 이번 세계신기록으로 상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됐다. 일단 대회 우승 상금이 5만5000달러(약 8085만 원)다. 여기에 세계 기록 갱신 보너스가 12만5000달러(약 1억8376만 원), 코스 레코드 갱신 보너스가 2만5000달러(약 3675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아디다스 등 스폰서로부터 받는 보너스가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나 된다. 다 합치면 20억 원 가까운 돈을 챙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본다. 사웨의 개인코치인 베럴 델리는 “베를린이나 시카고처럼 더 빠른 코스라면 1시간59분 이하 기록도 가능하다”며 “사웨는 아직 최대 능력까지 이르지 않았다. 겨우 이번에 네 번째 풀코스다”고 말했다.
육상 역사에서 인간의 한계는 반복적으로 무너져 왔다. 100m에서 ‘10초의 벽’, 1마일에서 ‘4분의 벽’이 깨진 이후 기록은 급격히 단축됐다. 마라톤 역시 같은 흐름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한 번 깨진 장벽은 더 이상 장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웨의 질주는 인간이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인 동시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사건이었다. 이제는 ‘2시간을 깰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는가’로 목표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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