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선하고 꼿꼿했던 박완서 선생…본받고 싶은 분”

장재선 전임기자 2026. 4. 27. 11: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모란의 계절! 원로 수녀들이 아난티코브 이터널저니에 왔어요."

이해인(81) 수녀 시인이 SNS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지난 22일, 부산 베네딕도 수녀회 원로들과 함께 기장군 휴양단지에 있는 '이터널저니(Eternal Journey)' 북 카페에 가서 찍은 사진도 보내왔다.

자신이 청소년 시절에 의사와 작가의 길에서 무얼 선택할지 고민할 때, 해인 수녀가 시인의 길을 함께 가는 것이 큰 영감을 줬다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타계 15주기 ‘박완서 아카이브’ 관람
“투병때 ‘떠나면 안돼’ 하시더니
먼저 가셔서 얼마나 울었던지”
박작가와의 교유·소회 등 밝혀
‘해인의 바다’ 북콘서트 참석도
이해인 수녀가 지난 17일 서울대 ‘박완서 아카이브’를 찾아 방명록에 글을 쓰고 있다. 서울대 제공

“모란의 계절! 원로 수녀들이 아난티코브 이터널저니에 왔어요.”

이해인(81) 수녀 시인이 SNS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부산에 잘 내려가셨느냐”라는 물음에 “잘 내려왔어요”라고 답한 후였다. 지난 22일, 부산 베네딕도 수녀회 원로들과 함께 기장군 휴양단지에 있는 ‘이터널저니(Eternal Journey)’ 북 카페에 가서 찍은 사진도 보내왔다. 카페가 마련한 해인 수녀의 책 코너를 사진 속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9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 올라와 있었다. 수녀회로부터 휴가를 얻어 주로 동생 집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 기간 시집 ‘민들레의 영토’ 50주년 기념판과 산문집 ‘해인의 바다’(이상 가톨릭출판사 발행) 북 콘서트에 참석했다. “제가 이제 할머니이니 사람들 모이는 행사가 힘들어요(웃음). 그래도 저를 보러들 오신다니 기꺼이 함께했어요.”

11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북 콘서트에는 500여 명의 청중이 객석을 꽉 메웠다. 이 청중은 콘서트가 끝난 후 SNS에 참석 소감을 앞다퉈 올렸다. 그중 의사 겸 작가인 윤홍군(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의 저자)은 “자꾸만 창피하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고 적었다. 자신이 청소년 시절에 의사와 작가의 길에서 무얼 선택할지 고민할 때, 해인 수녀가 시인의 길을 함께 가는 것이 큰 영감을 줬다는 것이다. 그 소년이 중년이 되어 노년의 수녀 시인을 만나니 저절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저도 그분 말씀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제 독자분들은 그렇게 오래된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은 저에게 지금도 손편지를 많이 해요. 이런 시대에도 그렇게 해 주시니 저도 시간 나는 대로 답장을 해 주려고 하지요.”

해인 수녀는 부산에 내려가기 직전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에 머물던 17일에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박완서 아카이브’에 들렀다.

“저는 ‘꽃삽’에서 선생님의 추천 글을 받고 엄청 기뻐했던 해인 수녀입니다! 2011년 1월 22일 천상 여정에 드실 때까지 사랑을 많이 받은 클라우디아 수녀가 여기에 글을 남기니… 슬픕니다. 늘 기억하는 기쁨을 봉헌하며.”

이렇게 방명록에 쓴 것처럼 그와 박완서(1931∼2011) 작가는 오랜 시간 육친처럼 가깝게 지냈다. 그가 1988년 ‘여성동아’ 대상을 받을 때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 박 작가였다. 그해에 세계성체대회를 준비했던 해인 수녀가 대회 홍보물에 박 작가의 글을 받은 것이 계기가 돼 오래 교우했다. “소설을 통해 대단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만나보면 여리여리하시잖아요. 가정생활에도 충실하시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하셨지요. 참 신비로운 분이셨어요.”

박완서(왼쪽) 작가와 이해인 수녀가 2009년 성나자로 마을에서 함께한 모습. 책 ‘이해인의 말’ 중

박 작가는 해인 수녀가 암 투병을 할 때, 암에 좋다는 도미조림을 사 주러 부산에 내려오기도 했다. “댁에 갔을 때도 도미조림을 해주셨어요(웃음). 제가 암 수술로 입원했을 땐, 저 대신에 부산 중앙성당 특강을 해 주시기도 하셨지요. 선생님께 강연을 대신해주시길 부탁 드렸더니 따님(호원숙 수필가)과 함께 가셔서 해주신 것이지요. 그러고는 그 강연료를 병원으로 들고 와 ‘수녀님과 반반씩 나눠야 한다’며 주고 가셨어요.”

박 작가는 해인 수녀가 암 투병을 하는 동안 “나를 두고 세상을 떠나면 안 된다”며 격려를 했다. “그러시더니 당신이 먼저 가버리시니…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분은 세상에 작품과 함께 따뜻한 인간애의 메시지를 남기고 가셨어요.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본받고 싶은 분이었어요. 선하게 살면서도 꼿꼿하게 양심을 지키려고 애쓰셨지요.”

한편 ‘박완서 아카이브’는 서울대가 작가 타계 15주년을 맞아 만든 것이다. 이달 말까지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면서 2개월 연장했다.

장재선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