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다음은 K의료...쇼핑 코스 대신 '치료 플랜' 짜는 한국행 외국인들

이재아 기자 2026. 4. 27. 10:5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부·성형 너머 암·난임·치아로…외국인 환자 '고난도 이동'
병원·플랫폼 총출동…사전상담부터 회복까지 '전주기 경쟁'
치료에서 체류까지…숙박·이동 묶은 K의료관광 산업 확장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짧은 일정의 피부 시술에서 출발한 의료관광이 이제는 진단과 수술, 회복까지 포함하는 치료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출처=오픈AI]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의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짧은 일정의 피부 시술에서 출발한 의료관광이 이제는 진단과 수술, 회복까지 포함하는 치료 중심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K뷰티로 형성된 신뢰가 의료 전반으로 확장되면서 한국은 단순한 시술 목적지를 넘어 치료를 위해 찾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흐름이다.

과거 의료관광이 빠르고 간편한 미용 시술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치료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전 상담부터 수술,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환자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의료기관들도 서비스 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분위기다.

◆미용 중심에서 치료 중심으로…현장에서 확인되는 변화

27일 의료업계 및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17만여 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201만 명 수준까지 증가하며 1년 만에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2009년 6만 명 규모에서 출발한 시장은 누적 700만 명을 돌파하며 팬데믹 이전을 넘어서는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이 같은 성장 속에서 의료 수요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여전히 피부과와 성형외과 비중이 높지만, 최근에는 암 치료나 난임 시술 등 고난도 의료를 위해 한국을 찾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몽골,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에서는 종합병원과 내과 중심 진료 비중이 높아지며 '치료형 의료관광'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국가별 의료 환경 차이와 맞물린다. 고비용 구조의 미국, 긴 대기 시간이 일상화된 유럽과 달리 한국은 비교적 빠른 진료와 높은 치료 성과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 환자들은 사전에 검사 자료를 공유하고 원격 상담을 진행한 뒤 입국하는 등 치료 목적 방문이 점차 일반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서울아산병원은 외국인 환자가 사전에 CT·MRI 등 검사자료를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하고, 비대면 상담과 원격진료를 통해 치료계획을 수립한 뒤 입국해 치료를 받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들도 국제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접수부터 사전 상담, 원격 진료까지 이어지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며 치료 이전 단계부터 환자 관리에 나선 것이다.

난임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마곡차병원 난임센터는 공항 접근성이 좋은 입지를 바탕으로 외국인 환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외국인 전용 진료 공간과 1대1 맞춤 상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 치료를 넘어 이동과 체류까지 고려한 설계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사례다.
외국인 환자 증가는 의료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숙박, 이동, 통역, 플랫폼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의료 넘어 '체류 산업'으로…의료관광 생태계 진입하는 기업들

외국인 환자 증가는 의료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고 숙박, 이동, 통역, 플랫폼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료관광 소비 규모가 10조 원대를 넘어선 배경에는 이러한 연관 산업의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이 흐름에 맞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차바이오그룹은 글로벌 병원 네트워크와 난임·세포치료 등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환자 유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정 질환 중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치료 목적의 국제 환자 수요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플랫폼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강남언니는 성형·피부 시술 중심에서 시작해 상담, 예약, 후기, 가격 비교까지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외 환자 유입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치료 분야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며 의료관광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자체까지 가세하고 있다. 서울시는 통역 코디네이터를 대폭 확대하고 장기 체류 환자를 위한 '의료 친화형 숙박' 도입을 추진하는 등 의료와 관광을 결합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병원 중심이던 의료관광이 도시 단위 산업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성장세 이면에는 과제도 존재한다. 지난해 말 종료된 외국인 대상 미용·성형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는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목되며 업계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 환자 입장에서는 그간 제도적으로 환급받을 수 있던 진료비 10%가 사실상 인상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K의료관광이 각광받는 상황이지만 비용 민감도가 높은 미용 수요가 다른 국가로 이동할 것이란 유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치료형 의료관광은 환자 1인당 체류 기간과 소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산업 파급력이 훨씬 크다. 예전에는 외국인 환자들이 2~3일 일정으로 피부 시술만 받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처음 상담 단계부터 검사 자료를 보내고 치료 계획을 확정한 뒤 입국하는 케이스가 눈에 띄게 늘었다. 병원들도 단독 경쟁을 넘어 플랫폼, 숙박, 모빌리티까지 연결된 생태계를 설계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