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청구서…미국 젊은층은 왜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외치는가[송호창의 워싱턴 인사이드]

한경비즈니스외고 2026. 4. 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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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의 강경 노선과 4달러 유가가 부른 동맹의 균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연합뉴스



유대인의 역사는 종교적, 인종적으로 상당히 복잡하다. 유대인과 유대교 신자가 다르고, 성경의 이스라엘과 현존 국가인 이스라엘도 종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반유대주의로 사용되는 안티세미티즘(Anti-Semitism)도 게르만족의 적대세력인 셈족을 겨냥한 인종적 표현인데 현대의 유대인에 대한 차별로 사용되어 더욱 혼란스럽다. 아브라함의 후손, 유대인들의 고난의 역사는 예수의 죽음 이전부터 시작되었는데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민족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후 더욱 심해져 나라 없이 전 세계로 흩어져야 했다. 흑사병이 돌 때 우물에 독약을 풀었다는 누명으로 마녀사냥을 당했고 중세 십자군 전쟁 때도 수천 명이 살해당했다. 600만 명이 학살당한 홀로코스트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가해진 온갖 차별과 핍박은 상식적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천형이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듯 왕따당하는 유대인 학생이 ‘나는 잘못한 것 없다. 왜 수천 년 전 일을 내가 사죄해야 하나’라는 항변은 그들의 솔직한 심정을 대변한다. 

인구의 60% 이상이 기독교도인 미국인들은 2%밖에 안 되는 유대인에게 복잡한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다. 매일 저녁 예수에게 기도하는 독실한 사람들은 유대인을 종교적으로 불편한 민족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백성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다수 참가하고 있는 기독교 복음주의 종파는 유대인에 대한 반감이 크지만 이스라엘에는 강한 연대감을 갖고 있어 더욱 복잡하다. 이런 종교적 기초 위에 그 후손들이 부당하게 핍박받았다는 인간적인 동정심이 추가되었다. 미국인들의 복잡한 감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건국된 이스라엘을 둘러싼 세계질서와 지정학적 요소와 결합하면서 긴밀한 동맹관계와 함께 발전했다.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국가인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폭적 지원으로 소련, 중국 사회주의와 아랍 세력 확대를 막는 요충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정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자연스럽게 미국의 가장 끈끈한 동맹국이 되었고 국제적 지원하에 핵무기까지 보유한 군사대국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온 이스라엘

미국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데엔 이스라엘 건국 직후 1950년대 만들어진 정치로비단체 AIPAC(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이 단체는 현재까지 미국 정치권에 가장 영향력이 큰 로비조직 중 하나다. 많은 선출직 출마자들은 이 단체의 후원을 받으려 애썼고 후원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훈장처럼 여겼다. 그러므로 이 단체가 추진하는 친이스라엘 정책은 민주, 공화 양당의 전폭적 지지하에 쉽게 의회를 통과해왔다. 원래는 초당파적 입장이었으나 트럼프 시대에 들어와서 공화당과 더욱 긴밀해졌다. 오랫동안 부와 권력을 쌓아온 미국 유대인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엘리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친이스라엘 정치인을 후원, 육성해온 결과이다. 로마시대부터 토지를 소유할 수 없었고 정상적 상업활동이 금지되어 고리대금업 같은 터부시되는 일만 해왔던 유대인들이 역설적으로 금융업에 일찍 눈을 떠 큰돈을 모을 수 있었고, 동족끼리 굳게 뭉쳐 현대에 이르러 강력한 이스라엘과 로비조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특정 민족 또는 국민을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은 극히 위험스럽다. 해당 국가의 지도자만 보고 그 나라의 국민성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로 옳지 않다. 하지만 극단적 시온주의자인 네타냐후 총리의 등장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인들의 일반적 시각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20년 넘게 집권하면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을 확대하면서 갈등을 키워왔다. 급기야 2023년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전으로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까지 살해했다. 뇌물, 사기 등으로 국내 법원의 재판을 받는 와중에 전쟁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가 체포영장까지 발부한 상태이다. 팔레스타인 침공은 미국 내에서 반이스라엘 감정에 불을 붙였고 젊은층과 대학가에서 군사행동 중단,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전국적으로 확산케 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전쟁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 되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들끓던 반이스라엘 정서는 이제 미국인에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추세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상승으로 민생불만이 높아진 상태인데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4달러를 훨씬 뛰어넘었고 그 모든 책임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모아지고 있다. 퓨리서치를 비롯한 미국의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들이 전쟁 발발 한 달 후인 3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의 60%가 이스라엘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는데 4년 전에는 42%였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반이스라엘  정서가 더 두드러졌다. 4월 들어 급기야 워싱턴 정치권까지 그 불길이 퍼지기 시작했다.

40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이스라엘에 군용 불도저 판매금지 결의안(Joint Resolution of Disapproval)’의 본회의 상정표결이 이뤄진 것이다. 물론 결의안은 척 슈머 원내대표를 포함한 7명의 민주당 지도부와 52명의 공화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져 40대 59로 부결되었으나 지난해 7월에 두 개의 유사한 결의안이 각각 27대 70과 24대 73으로 부결됐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이다. 

하원의 반이스라엘 분위기는 더욱 큰 바람으로 일고 있다. 민주당 진보파의 리더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이 “이스라엘 아이언돔 프로그램 지원예산에 더 이상 찬성하지 않겠다”고 먼저 입장을 밝혔다. 진보성향 의원들이 이스라엘 원조를 반대한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스라엘 ‘방위’에 근간이 되는 아이언돔 프로그램 지원마저 반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에 뉴욕 10지역구 연방하원에 출마한 브래드 랜더 후보가 유대계 정치인 최초로 같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맥스웰 프로스트 하원의원은 “4년 전만 해도 이스라엘 아이언돔 방어 시스템을 위한 미국의 자금지원에 당연히 찬성했고 반대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군사지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21년에는 전체 하원의원 435명 중 민주당 207명이 공화당 210명과 함께 아이언돔 자금지원에 찬성했었다. 당시 이스라엘 지원에 찬성했다가 이제 반대로 돌아선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은 “지금까지 어떤 이슈도 반이스라엘 정서만큼 빨리 커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역사엔 영원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2028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민주당 정치인들 또한 AIPAC으로부터 후원을 거부한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로비단체 흐름 변화로도 확인된다. AIPAC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후원 조직으로, 진보적인 친이스라엘 로비조직 J스트리트(J Street) 또한 이스라엘 군사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워싱턴 정가에 떠돌기 시작했다. AIPAC이 팔레스타인에 반대하는 강경 입장의 로비라면 J스트리트는 팔레스타인과 공존해야 한다(two-state solution)는 입장의 친이스라엘 로비조직이다. 최근 소집된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AIPAC 규탄 결의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결의안, 이스라엘 지원 전제 조건 결의안 등이 발의된 것도 민주당 내에서 반이스라엘 분위기를 보여준다.

물론 3건 모두 부결되었지만 당내에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시이다. 아직 미국 정치권의 주류는 친이스라엘 경향이 강하고 특히 공화당은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반이스라엘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커지는 것 또한 분명하다. 반이스라엘 분위기는 네타냐후 정부가 이란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에 강경하게 대응할수록, 또한 트럼프 정부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깊숙이 개입하면 할수록 더 강해지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종래 반유대주의가 종교적, 인종적 기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최근의 반이스라엘 분위기는 정치외교적,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인한 경향이 강하고 이런 이해관계는 물질적이고 직접적이므로 훨씬 빠르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역사에서는 영원한 가해자도 영원한 피해자도 없다. 수천 년 동안 핍박의 역사를 살아왔던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현대에 와서 갈등과 전쟁 유발하는 가해자로 변하고 있는 새로운 역사를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송호창 대륙아주 미국전략본부장(변호사,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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