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1위 오른 ‘부리 잃은 앵무새’… 36전 모두 이긴 공격 기술

정채빈 기자 2026. 4. 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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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 부리를 잃은 케아 앵무새 브루스./커런트 바이올로지

위쪽 부리를 잃은 멸종위기종 앵무새가 자신의 장애를 독창적인 공격 기술로 활용해 무리 내 서열 1위가 된 사례가 확인됐다.

2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등에 따르면, 부리에 장애가 있는 13살 수컷 케아 앵무새 ‘브루스’가 아래쪽 부리를 활용한 자신만의 공격 기술을 개발해 무리 내 최상위 수컷이 된 사례를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알렉산더 그래브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확인했다. 이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최근 공개됐다.

연구팀은 뉴질랜드 윌로우뱅크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수컷 9마리와 암컷 3마리로 구성된 무리의 행동을 4주간 관찰했다. 관찰 기간 동안 162회의 수컷 간 싸움이 일어났는데, 브루스는 이중 총 36회의 싸움에 참여해 모두 이겼다. 수컷과의 서열 경쟁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은 브루스는 먹이에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고,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개체로부터 깃털 손질을 받았으며,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쪽 부리가 없는 브루스가 다른 앵무새와 마주보고 있다./커런트 바이올로지

브루스는 아래쪽 부리를 창처럼 활용해 공격하는 기술을 터득해 최강이 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브루스는 근거리에서는 목을 쭉 뻗어 아래쪽 부리로 찌르듯 공격하고, 원거리에서는 달리거나 점프를 해 앞쪽으로 무게를 실어 공격한다.

또 대부분의 케아 앵무새가 위쪽 부리로 상대의 목을 물어 공격하는 것과 달리 브루스는 상대의 머리와 등, 날개, 다리 등 다른 개체들보다 다양한 부위를 공격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러한 브루스의 공격 방식은 73%의 싸움에서 상대를 즉시 물러서도록 해 발로 차는 공격 기술(48%)보다 강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는 부리가 온전한 다른 개체들이 하지 않는 움직임”이라며 “브루스는 행동 혁신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무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브루스가 어릴 적 쥐덫 등에 다쳐 부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케아 앵무새는 길고 구부러진 형태의 위쪽 부리로 깃털을 다듬고 기생충을 제거하며 씨앗 등 먹이를 찾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비엔나대 수의과대학 인지생물학자 앨리스 아우어스페르크는 NYT에 “(케아 앵무새가) 위쪽 부리를 잃으면 야생에서 기본적인 생존조차 매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루스는 새로운 행동을 개발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다. 앞서 2021년에도 브루스는 잃어버린 위쪽 부리를 대신해 조약돌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브루스는 혀와 아래쪽 부리 사이에 조약돌을 끼워 돌 끝으로 깃털을 다듬는 것으로 관찰됐다.

그래브엄 박사는 “브루스는 장애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른 개체를 능가했다”며 “이는 장애를 가진 동물이 행동 혁신만으로 최상위 수컷 지위를 유지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행동 혁신이 동물의 장애를 극복하고 결과를 극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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