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문화·예술·체육이 일상이 되는 제주

1. 예체능이 중심이 되는 삶
AI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될까.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까. 인간의 노동을 로봇이 대폭 덜어준다는 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대미문의 AI 시대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AI가 항차 인간을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AI가 인간의 통제하에서 발전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보다 더 안정적이고 윤택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가 보다 일반적이 아닐까. 아직은 이러한 기대와 희망으로 2020년대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AI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기업가들은 노동력 절감과 로봇 비용을 저울질하느라 바쁘다. 노동자들은 일감이 줄어들면 생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는 예를 들면 기본사회의 기치 아래에 어떻게든 국민들의 기본적 삶을 유지해 주어야 하는데, 그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청소년과 학생들은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게 될 때,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을지 막막해 한다.
로봇으로 상징되는 AI 시대에 확실한 건, 지난날 일벌레로 소문난 우리네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게 아닌 세상이 되었다는 것. 우리에게 주어진 여유 시간을 앞으로 어떻게 보내야 할지. 돌이켜 보면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예체능을 배워 왔다. 다만 단편적으로 찔끔찔끔 접하는 바람에 예체능은 그냥 지나가는 커리큘럼의 하나로만 남아있다. 돈이 안 되는 예체능을 학교든, 학부모든, 학생이든 다 공부에서 주변의 것으로 치부해 왔다. 아들딸이 예체능을 하면 집 안이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세상이 변했다. AI 시대일 뿐만 아니라 100세 운운하는 장수 시대다. 예체능을 통해서 우리네 삶의 방식과 내용을 전면 재편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예체능이라고 하여 방대한 영역의 음악·미술·체육을 다 다룰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여기서는 예체능 가운데 대표적으로 노래, 그림, 당구, 유튜브에 한정하여 일상에서 예체능이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의 정책 대안에 집중하기로 한다.
제주는 지난 20년간 많은 걸 꿈꾸어 왔다. 그 중 청정환경은 기본이다. 굳이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청정을 훼손시키면서 다른 꿈을 얘기할 수는 없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에는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지정받아 나름 청정 제주를 가꾸어나가고자 애를 쓰고 있다. 어차피 굴뚝 산업은 시장 여건과 물류 부담으로 제주에 적합하지도 않고 또 청정에도 어울리지 않기에 일찍부터 회피되어 왔다. 관광정책도 마이스(MICE)라고 해 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등 청정에 어울리는 관광 아이템 늘리기에 초점을 맞추어져 왔다. 대정의 영어교육도시도 일부의 논쟁에도 불구하고 청정제주에 어울리는 교육산업의 일환으로 정당화되고 있다. 세계평화의 섬 비전에서도 평화산업이라고 해 제주의 청정 환경에 기대는 국제포럼을 적극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청정 제주에 어울리는 보다 '오래된 미래'의 삶의 방식이 문화예술+체육이다. 누구나 쉽게 문예를 논하고 문예에서 미래를 찾아 혹여는 '문화예술의 섬 제주'를 읇조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문예와 체육 진흥에 얼마나 크게 관심과 동참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면, 말과 구호가 앞서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제 세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노동 못지 않게 그리고 의식주에 준할 정도로 문예+체육이 일상이 되고 생활이 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이건 제주에게는 기회이다. 인구가 70만이 채 안되는 제주도에서도 누구나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보람있게 지낼 수 있는 게 문예+체육이기 때문이다. 청정 제주와 긴밀히 호흡을 맞추면서 돈벌이도 될 수 있다. 이건 조금도 새로운 게 아님에도 그동안 담대하면서도 꾸준한 실행이 없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신발 끈을 단단하게 매여보기로 하자.
2. 예술인복지기금 1000억 & 탐라문예아카데미
당연한 얘기이지만, 문화+예술+체육을 하나로 묶어 퉁치면 안 된다. 광범하고 복잡하기도 하지만, 그 각각의 세부 영역에 깃들여 있는 다양한 역동성을 한마디에 담아 넣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는 제주도의 미래 찾기에서 그게 작가, 예술인, 체육인으로 불리든 관계없이 이른바 이들 전문가들을 어떻게 제대로 대우해 줄 것인가부터 시작해 보기로 하자. 왜냐하면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지 않고 문화예술의 섬 제주를 지향하고 스포츠 관광을 외치는 건 사상누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대표적 지원기관으로 문화예술재단(이하 문예재단)이 있다. 제주도와 문예재단이 손을 잡고 2025년의 수혜자 150명 포함, 2021년부터 5년간 해마다 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440명에게 1인당 200만원을 후원해 오고 있다. 2026년 올해까지 매해 20억 정도씩 모아나가는 제주도의 예술인복지기금 100억원도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주춤하기도 했지만, 전국에서 최초로 예술인 지원 복지기금 조성에 나선 것은 장한 일이다. 그러나 100억에 멈춰서는 안 된다. 지원 대상과 지원금 액수의 확충이 필요해서다. 작지만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섬 제주! 70만 제주도민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미래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할 것이기에 그렇다.
앞으로는 창작준비금 지원대상도 예술인에서 문화예술인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지원 대상이 제주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에 한정되지 않도록 하는 데서 제주의 미래가 있다. 이 점에서 지난 8년간 남모르게 매년 경향 각지 미술인 16인에게 16개의 창작실을 무료로 제공해 준 이방훈 대표의 선행은 크게 박수받을 만하다. 담소창작스튜디오를 책임 맡아 진행해 온 김순관 작가의 수고도 함께. 담소창작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미술 전시가 실내에서만이 아닌 거리전시(로드갤러리, Road Gallery)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제주도와 문예재단이 한몫 거들어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2010년대 제주로의 이주 붐에 이어 2030년대에는 문화예술체육인의 제주 이주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건설된 게 아니다. 전문 작가들을 포함 은퇴 후 문예와 체육에서 새로운 터를 찾고자 하는 60~70대 시니어들까지 제주에서 1달이든 1년이든 지내다 가고 싶도록 해보자. 문화예술체육인들이 제주에 와서 지내는 데 불편이 없도록 유무형의 인프라를 마련해 나가는 남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청정 제주에서 다양하게 문화예술+체육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데서 제주 이주는 큰 매력으로 다가올 터다. 아름다운 청정 제주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자 하는 문화예술인들을 포함 뒤늦게라도 문화예술을 벗삼아 지내고자 하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제주는 1년에 두어 번 잠시 지내다 가는 관광지 이상을 넘어서는 터전이 되도록 한다. 이렇게 보면 단기적으로 창작지원금 액수를 연 3억원에서 30억으로 늘려서, 1000명 x 300만원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걸 크게 부담으로 여겨서는 안 될 터이다. 문화예술인복지기금도 100억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해 나가는 건 물론이다.
이재명 대통령, 최휘영 문체부장관 그리고 위성곤 후보 모두 문화예술인에 대한 기본소득을 천명하고 있다.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은 어려운 문화예술인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는 것이다. 제주의 경우 문화예술인이 3000명 정도라, 월 30만원씩 예술인 수당으로 주기로 한다. 향후 제주로 발길을 향하는 문화예술인들의 행렬을 바라보고 함께 하는 가운데 제주도민들도 서당개 3년의 풍월을 읊을 수 있을 때, 비로서 제주가 문화예술의 섬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인이 많이 제주로 오가노라면, 자연스럽게 제주에 '탐라문예아카데미'(가칭)를 운영하자는 얘기가 나올 터이다. 굳이 전문대학 등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이유는 대학처럼 자격증과 커리큘럼 중심의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든 즐기고 배우고 실습하는 학습터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생성형 AI'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하루아침에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탐라문예아카데미'는 생성형 AI를 십분 활용하면서 문화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나가는 오픈형이자 평생학습형으로 운영될 터이다.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관광객까지 누구나 탐라문예아카데미에 들어와서 경향 각지의 다양한 문화예술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무언가 짧지만 굵게 한 수 배울 수 있도록 하면, 그건 금상첨화이다. 문화예술체육이 자격증을 따서 즐기고 말고 하는 그런 사안이 아닐 것이기에.
<제주의 미래찾기 5탄>에서 제주시 칼호텔을 제주도가 인수해 도민호텔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바로 음악·미술·체육 분야의 전문가를 제주에 초청할 때 가장 큰 부담이 숙박비이다. 칼호텔을 인수해 제주도가 단기 초청한 문화예술가들을 칼호텔에 묵게 하면, 초청비용도 적게 들 뿐만 아니라 삼성혈 일대가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인들이 같이 자리하는 문화예술 거리로 바뀌어 나가지 않을까. 칼호텔 1~2층 라운지는 문화예술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에 딱이다. 여기서 전국 각지에서 초청받은 문화예술인들이 특강도 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각자의 기량을 조금이나마 선보여주기도 한다. 경향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이 탐라문예아카데미에 초청을 받는 게 하나의 로망이 되도록 하는 부수 효과도 있을 것이다.
3. 거리공연 & 거리전시, 국제당구장, 유튜브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제주 타운홀미팅 캐치프레이즈는 2개다. 하나는 기술이 성장하는 제주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이 문화가 되는 섬 제주이다. 전반적으로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대전환 그리고 녹색문명을 키워드로 하는 기술 성장이 주가 된 경청 투어였다. '일상이 문화'가 되는 제주 구상이 어떤 것인지 은근히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컸다. K-컬처를 활용한 관광 활성화와 지역 주민의 주인이 되는 협동의 무대를 얘기했지만, 무언가 도민의 피부에 와닿는 새로운 정책 아젠다가 보이지 않아서 공허함마저 들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제주가 문화예술의 섬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목에서의 빈틈을 조금이나마 메우기 위한 일환으로, 제주도민의 일상에서 예체능이 어떻게 살아날 수 있는지에 4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문화예술의 모든 것을 다 논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풀뿌리 도민이 보다 쉽게 접근 가능한 음악, 미술, 체육, 영상 가운데 하나씩 선택해서 명세화 해 보고자 한다. 거리음악공연, 거리그림전시, 제주생활체육 1호 당구, 유튜브 4가지가 그것이다.
버스킹(Busking)으로 널리 알려진 거리공연은 크게 낯설지 않다. 영화에서 가끔 보았던 것처럼, 가난한 젊은 음악인이 악기를 켜고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잡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굳이 관객이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들 어떠한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누군가와 즐길 수 있으면 된다. 이게 거리공연의 진수이다. 불확정이고 미완성이지만 부담 없이 길 가다 잠시 멈춰서서 분주함에서 벗어난 휴식이자 평온한 낭만이다.
언제부터인가는 제주에서도 여기저기서 거리공연이 열린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신제주로터리 삼다공원에서 10년째 이어가고 있는 야간콘서트도 일종의 거리공연이다. 다만 제주관광공사가 제주도와 함께 상당한 예산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조금은 행사성이 짙다는 흠이 있다. 이 외에도 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누웨마루거리와 칠성로 등지에서 꾸준히 거리공연이 이어져 왔다. 2026년에는 제주시 아트플랫폼 앞과 서귀포시 칠십리야외공연장에 연중 버스킹 무대를 마련한다고 한다.
거리공연이 각광받고 있는 흐름에 편승하면서도, 행사 차원을 넘어서서 문화가 일상이 되는 제주를 위해 '일반 도민의,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르는' 거리공연으로 차근차근 확대해 나가길 제안하고자 한다. 43개 읍면동에 문화예술체육 담당을 둬 각 마을 대표적인 거리공연을 마련해 연 2~3회 거리공연을 열 수 있도록 음악진흥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제주도가 유명 가수나 연예인을 초청하느라 들어가는 돈을 조금 줄여서 읍면동 주민들이 모여 노래하고 악기를 공연하는 그런 풀뿌리 거리공연에도 지원을 해 주자는 것이다.
원래 백의 동이족 우리네는 문화예술에서 앞서 있는 역사를 갖고 있다. 엘리트 전문예술가 못지 않게 노동을 하든 관혼상제 때이든 음악을 가까이 하며 살아온 기록들이 많다. 가라오께 이후 최근 노래방까지 우리 모두 '노래는 나의 인생'까지는 못하더라도 각자 18번이라 칭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인생사의 서글픔과 아픔을 달래곤 한다. 굳이 가수가 아니더라도 좋다. 노래를 좋아하면 된다. 밤 무대에서의 노래를 거리로 나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쑥스럽겠지만, 한두 번 준비하다 보면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생기고, 나도 해볼까 하는 도민들이 하나둘 늘어날 때, 비로소 문화예술의 섬 한 축이 마련되는 것이 아닐까.
노래만이 아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도민들이 악기를 배우고 있다. 색소폰, 기타, 드럼, 아코디언 등등. 각자 취미 삼아 동호회에 들던 개인적이든 악기를 배우고 있는 도민들에게 제주도에서 강사료 지원으로 연 20만~30만원을 문화쿠폰으로 지원해 주면 어떤가. 노래와 악기를 배우도록 하는 유인이기도 하고, 일상이 문화가 되는 제주로의 길목을 넓히는 방책이기도 하다. 행사 치르느라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도민 피부에 와닿는 문화예술 도정이 될 것이다.
항차 제주도민 모두가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있지만 악기 하나는 다루고 있다며 여기저기서 부러움을 갖게 되는 날, 그때가 인구 70만밖에 안 되는 소규모 공동체이지만 자긍심만은 가득한 문화예술의 섬 제주가 될 터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미리 신청해 두었다가 제주 곳곳에서 열리는 거리공연에 동참해서 도민과 함께 노래 부르고 악기 연주를 하면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이게 제주가 선보일 문화관광의 진수가 아닐까. 이를 위해서 43개 읍면동에 별도의 거리공연 지원 예산을 책정해 출연진 1인당 10만원씩 100만원 내외로 지원해 주면 좋겠다.
미술은 음악보다 일상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노래방은 여기저기 있어도 화방은 찾기 어렵다는 걸 보면 그렇다. 어쩌다 미술전 연다고 연락이 와도 선뜻 다가가기가 어렵다. 그만큼 미술은 창의적인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사에 미적 감각을 얘기하고, 조금은 주저하다가도 미술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바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등의 창작은 못하더라도 미술품과 조금은 더 가까이하도록 하는 여건의 조성은 미래 제주의 모습이 아닐까. 하루아침에는 안 되겠지만, 제주도 곳곳에 미술품이 걸려 있고, 시간 되는대로 도민들이 미술품을 감상하는 걸 보면서 관광객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품격 있는 도민의 일상적 삶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만 할까.
가파도에서 바라본 한라산이 화폭에 담기에 가장 좋다는 김국주 화가. 은행장 이력인데도 그림책 <나는 시간을 그린다> 1-2권을 냈다. 가파도에서 그린 그림이 바로 그 현장에 걸려 있도록 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보자. 하나도 좋고, 둘~셋이면 더 좋겠다. 비바람에도 흔들림이 없도록 부스를 설치해 그 안에 그림을 넣으면 될 터이다. 가파도의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에 따라 달리 보일 한라산과 가파도 풍광을 담은 그림으로 가파도 길 모퉁이를 다 채우면, 그건 탄소제로의 섬 가파도 못지않은 '그림 섬'으로도 널리 알려질 터이다. 가파도만이 아니다. 성산일출봉과 차없는 누웨마루거리가 있고, 천지연 길목도 있다.
도민과 관광객이 올레길 걷다가 만난 그림 길. 그림 한번 보고, 주변 풍광 한번 더 둘러보고, 사진 찍고, 동영상 날리고. 그리곤 제주섬과 바다, 한라산, 오름을 다시금 눈여겨 보면서 커피 한잔, 이게 문화관광이 아닐까. 성산일출봉으로부터 차귀도까지 제주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스케치한 그림들과 나름의 스토리로 가득하게 한 걸음씩 가보는 건 어떤가. 경향 각지의 화가들이 자기 작품도 제주에 걸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는 날, 제주는 지금과는 다른 이름의 브랜드로 선 보이게 될 터이다.
도민의 미적 감각을 어떻게든 차근차근 높여나가려는 평생학습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 미술이 일상에서 녹아 나가도록 하는 데서 제주도내 거리와 건물 등을 저비용고효율의 시장 논리나 담당부서의 행정적 편의에 맡겨서는 안 된다. 자타가 인정하는 국제관광지는 차도를 잘 뽑는 데에 있지 않다. 제주도 내 구석구석 거리와 건물에서 남다른 멋과 미를 보여줄 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도민의 미적 감수성이 피어나야 한다. 당연히 미술과 건축 분야 대가들의 도움이 있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도민들이 창조적이면서 아름다운 제주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꺼이 동참하려는 아래로부터의 호응과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미적 감각이 어울려지도록 하려면 그에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러한 비용을 도정이 조금이라도 메워주려는 생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국제관광지 제주는 도민의 삶의 질이라는 내면 못지 않게 외관도 중요하다. 제주의 거리와 건물에서 다른 지역과는 다른 환경미화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의 건물에 다양한 색조를 띠도록 사전·사후에 조정할 수는 없을까. 눈이 즐거운 제주는 자연환경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흉물처럼 보이는 오래된 집과 건물을 재단장한 할 필요가 있다. 읍면별로 차근차근 단정하면서도 이쁜 집과 건물로 이어지는 동네를 선보이는 것이 바로 일상에서의 미적 감수성 발현이 아닐까.
거리공연과 거리전시에 이어 당구를 제주도 생활체육 관광의 1호로 정하는 건 어떤지를 제안한다. 탁구나 골프 등 그 많은 체육 종목 중에 왜 당구인가? 당구는 탁구처럼 체육 종목 중에 전천후 실내경기로 웬만한 곳에 사설 당구장이 없는 데가 없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용이하다. 탁구에 비해 당구는 큰 체력 소모가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 시니어들은 물론이고 여성과 장애인들도 운동과 친교를 겸해 같이 플레이할 수 있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골프가 귀족적이라면 당구는 서민적이다. 최근 파크골프도 서민적이라 각광받고 있지만, 접근성과 전천후에서 당구에 비할 수가 없다.
<제주미래 찾기 7탄>에서 연동 누웨마루 주차장 위에 추가로 건물을 더 올려서 거기에 국제당구대회를 열 수 있을 정도의 당구 전용 국제경기장을 만들어 연중 당구대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제주도와 행정시, 교육청, 도의회, 경찰청 등 공공기관만이 아니다. 각각의 여건에 맞춰 제주도내 대학교, 상공회의소, 각급 학교 동문회, 여성·노동·노인·대학생 등 다양한 단체들이 1년에 1~2회 당구대회를 열기로 한다. 1년 내내 진행되는 다양한 주최의 당구대회에 도민만이 아니라 경향 각지로부터의 관광객도 미리 신청을 받아 당구경기에 참가를 할 수 있다. 당구 좋아하는 관광객에게 당구대회에서의 우승은 가장 기억나는 관광이자 또 제주를 찾도록 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 저비용의 스포츠 관광으로 당구만 한 게 없다. 한중일 동아시아 국제당구대회를 포함 다양한 전국 규모의 당구대회를 유치함으로서 스포츠 관광의 메카로 자리하도록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도민이든 관광객이든 예선은 제주도 내 사설 당구장으로부터 2인 정도 추천을 받도록 함으로써 제주도 자영업 당구장의 살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승-준우승-장려상 등의 상금은 선수만이 아니라 예선을 추천한 당구장에도 지급하도록 한다. 그러면 당구장 사장은 실력 있는 선수를 예선 통과 추천 선수로 보내기 위해 남다른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은 당구대회 열기가 뜨거울 수 있다. 당구대회 결선은 국제대회를 치를 정도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당구 전용 국제경기장에서 치르는 만큼 선수들도 규칙, 매너, 복장 등을 깔끔하게 갖추도록 해 방송사나 예체능 전용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할 수도 있다.

기존 제주도 내의 다양한 유튜브들로부터 다양한 채널의 예체능 동영상을 도민과 관광객에게 선사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제공하는 것은 당근이다. 제주도민들이 너도나도 유튜브를 만들어 각자 독특한 맥락으로 일상의 삶과 다양한 정보 그리고 제주풍광을 담아내는 흐름을 적극 지원해 주자는 것이다. 유튜브마다 월 10만원 정도 지원을 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많은 도민들이 직간접으로 유튜브를 제작·운영해 나가면서 일상의 점검과 기록을 함께 해 나가는 데서 또 하나의 제주의 미래가 있는 게 아닐까. / 양길현 전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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