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 방시혁 사태로 본 K-IPO 문제점-①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방시혁 사태'는 개인 이슈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낸 사건이다.
상장 전후를 둘러싼 투자 행태, 공모가의 형식적 기능, 그리고 단기 차익 중심의 자금 흐름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 왔지만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사례는 그 누적된 문제가 특정 사건을 통해 표면화된 것에 가깝다.
이 사태가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은 하나다.
"누가, 어떤 근거로, 이 가격을 믿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방시혁 사태에서 시장이 분노한 지점은 그저 고가 매각이 아니었다. 상장 전 지분 구조와 공모가가 일반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채 이미 짜인 판 위에서 게임이 진행됐다는 불신이었다. 공모가는 형식적으로 존재했지만,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증하는 주체가 없었다. 이것이 한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고질적 문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코너스톤 투자자'(Cornerstone Investor) 제도 도입 및 사전 수요예측 허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 단계에서 6개월 이상 보호예수를 전제로 IPO 물량의 일부를 전문투자자에게 사전 배정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IPO 과정의 공모가 산정 방식을 선진화하고 상장 직후 주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금투협도 "이번 개정안은 IPO 과정의 공모가 산정 방식을 선진화하고 상장 직후 주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여야 협치로 글로벌 수준의 IPO 제도를 법제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코너스톤 투자자 개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시장이 스스로 답하지 못하는 질문, 즉 '이 공모가를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 자신의 자금과 신뢰를 걸고 답하는 존재다.
코너스톤 투자자란 앞서 밝힌 대로 IPO 이전 단계에서 공모가로 일정 지분을 사전 매입하고, 상장 후 일정 기간(통상 6개월) 보유 의무를 조건으로 참여하는 대형 기관투자자를 말한다. 홍콩 증권거래소(HKEX)가 공식 제도화한 개념으로, 이들의 존재 자체가 시장에 강력한 신뢰 신호(trust signal)로 작동한다.
제도가 시행되면 전문투자자의 사전 투자계약을 통해 기업의 실질 가치가 반영돼 합리적인 공모가 형성이 가능해지며, 유망 기업들이 상장 전부터 우량한 장기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자금 조달 환경이 안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새로운 개념의 투자 주체가 아니다. 이들은 공모가의 적정성을 보증하는 '가격의 닻'(price anchor)이자, 상장 초기 시장의 과열과 급락을 완충하는 '유동성 완충재'(liquidity buffer)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주관사가 기업 가치를 임의로 부풀리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견제 기능도 내포하며, 시장 참여자에게 '이 가격에 신뢰할 만한 근거가 있다'는 암묵적 보증을 제공한다.
현재 한국 IPO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가격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공모가는 존재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 상장 직후 가격은 기업 가치가 아니라 수급과 기대 심리에 의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단기 투자 자금이 몰리고, 급등락이 반복되며, 시장은 일종의 이벤트성 구조로 굳어졌다. 장기 투자자는 소외되고, 기업 가치에 대한 평가보다 단기 수익 가능성이 우선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장기 자금을 유도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기 때문에 형성된 결과다.
홍콩·싱가포르의 해법: 제도화된 신뢰
반대로 홍콩과 싱가포르는 이 지점을 제도로 보완해왔다.
홍콩은 IPO 단계에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정착시키며 상장 초기 시장을 안정적으로 설계했다. 일정 기간 지분을 보유하는 조건으로 참여하는 이들은 투자자만이 아니라 가격 형성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시장은 이들이 설정한 초기 신뢰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싱가포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장기 투자 구조를 제도화했다. 싱가포르의 양대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 싱가포르 재무부 산하의 투자 지주회사)과 GIC(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 싱가포르 투자청)는 시장의 방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책임지는 존재다(2024년 기준 세계 6위와 10위의 운용자산 펀드).
이들은 시장에서 '누가 기준이 되는가'를 명확히 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규제가 아니라 구조 설계를 통해 신뢰를 확보한 사례다.
웹 3.0 정신과 코너스톤 투자: 모순이 아닌 진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웹 3.0이 지향하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소유권의 민주화(Democratized Ownership), 신뢰의 코드화(Trustless Verification)는 코너스톤 투자자라는 기관 중심의 구조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언뜻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두 개념은 오히려 상호 보완적이다.
먼저 신뢰의 코드화와 공모가 문제를 들 수 있다. 웹 3.0에서 신뢰는 제3자 기관이 아니라 스마트 콘트랙트와 온체인 공시(on-chain disclosure)를 통해 구현된다. 코너스톤 투자자의 보호예수 의무를 스마트 콘트랙트에 인코딩하면, 별도 감시 없이도 이행이 보장된다.
'공모가는 존재하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는 한국 시장의 고질적 문제는, 코너스톤 투자자의 약속을 블록체인에 기록함으로써 구조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이것이 웹3.0이 말하는 '코드가 법이 되는 세계'(Code is Law)의 실질적 적용이다.
그런 다음 소유권의 민주화와 STO(토큰증권)의 이슈가 있다. STO는 웹3.0 정신의 가장 직접적인 제도적 표현이다. 부동산, 미술품, 콘텐츠 등 고액 실물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분할해 소액 투자자도 소유권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웹 2.0에서 플랫폼 기업이 가치를 독점했다면, 웹 3.0과 STO 구조에서는 커뮤니티와 소액 투자자가 가치의 공동소유자가 된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이 시장에서 초기 유동성과 신뢰를 공급함으로써, 탈중앙화 소유 구조가 안착하기까지의 '신뢰 가교'(trust bridge) 역할을 맡는다.
마지막으로 탈중앙화와 신뢰의 역설적 결합을 들 수 있다. STO처럼 참여자 기반이 제한적인 초기 시장에서는 탈중앙화 메커니즘만으로 가격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다. 네트워크 효과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까지 코너스톤 투자자는 필수적 매개 역할을 한다.
나아가 코너스톤 투자자 그룹 자체를 DAO(탈중앙화자율조직) 구조로 설계한다면, 기관 신뢰와 탈중앙화 거버넌스를 동시에 구현하는 세계 최초의 혁신 모델이 가능해진다. 기관이 주도하되 운영 규칙은 온체인 거버넌스로 결정하는 구조다. (2편에서 계속)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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