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 한국 관광…서울 숙박비 뉴욕의 20% 수준

김명상 2026. 4.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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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싱가포르보다 30% 숙박 싸
택시비 런던·도쿄 대비 75% 낮아
팁 없는 식문화, 실질 가성비 최고
세계은행 PLI 0.59... 아시아 최저
고환율, 인바운드 관광 ‘바겐세일’
한식을 먹는 외국인 이미지 (챗gpt 생성)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한국의 관광 물가가 해외 주요 도시에 비해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한국 관광 물가에 ‘바가지’라는 인식이 있고,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소비 프레임이 퍼져 있지만 사실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여행·관광 산업 전문 민간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국제 비교를 통한 한국 관광도시의 가격 경쟁력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이나 싱가포르 등 주요 글로벌 관광 도시보다 낮은 물가 수준으로 객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숙박비면 한국서 항공권에 미식까지 해결
주요 도시 평균 숙박 가격 (자료=야놀자리서치)

야놀자리서치가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클룩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평균 숙박비는 89.9달러(약 13만 3000원)로, 뉴욕(419.4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파리(332.7달러), 바르셀로나(271.8달러), 로마(257.4달러) 등 서구권 주요 도시 대비 65~73%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이는 서구권 관광객이 자국에서 숙박비 한 항목만으로 지출해야 할 예산으로, 한국에서는 항공권은 물론 며칠치 숙박과 미식을 추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 내에서도 서울의 숙박 경쟁력은 뚜렷하다. 주요 경쟁 도시인 도쿄(140.5달러)나 싱가포르(127.8달러) 대비 30% 이상 낮은 가격대며, 홍콩(86달러)과는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부산(53.0달러)이다. 해양 관광의 중심지로서 고급 리조트와 대형 호텔 체인이 밀집해 있음에도, 부산의 평균 숙박비는 조사 대상 도시 중 하노이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모텔이나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은 대형 스마트 TV, 초고속 무료 Wi-Fi, 무료 스타일러 등 서구권 4성급 호텔에서도 보기 드문 첨단 시설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숨은 부가가치까지 고려하면 서울과 부산의 실질 숙박 가성비는 단순 가격지표 이상의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택시비·대중교통도 글로벌 최저 수준
주요 도시 평균 대중교통 가격 (자료=야놀자리서치)

관광객의 이동 편의성을 결정짓는 교통 물가에서도 한국은 비교 대상 도시 중 독보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물가 통계 플랫폼 넘베오(Numbeo)의 데이터 기준으로, 10㎞ 이동 기준 서울의 택시비는 8.65달러(약 1만 2830원)로, 런던(39.03달러)이나 베를린(36.53달러)의 약 4분의 1 수준이며 도쿄(34.65달러)와 비교해도 75% 이상 낮았다. 부산의 택시비(10.05달러)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편도 요금에서도 서울(1.05달러)과 부산(1.01달러)은 도쿄(1.32달러), 홍콩(1.44달러)보다 저렴하며, 서구권 도시들과 비교하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야놀자리서치는 “한국의 대중교통이 단순히 저렴할 뿐 아니라 청결도, 정시성, 다국어 안내, 무료 Wi-Fi 등 서비스 품질도 세계 최상위권”이라며, 최근 정부의 구글맵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조건부 허용으로 디지털 장벽까지 서서히 해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팁·봉사료 없는 K-외식, 가성비 좋아
주요 도시 평균 외식 가격 (자료=야놀자리서치)

외식 부문에서 서울의 일반 식당 1인 평균 식사 비용은 8.79달러(약 1만 3040원)로, 런던(26.80달러), 뉴욕(25.00달러), 샌프란시스코(25.00달러) 등 서구 주요 도시의 3분의 1 수준이다. 부산은 6.76달러(약 1만 원)로 서울보다도 약 30% 낮았다.

아시아 시장 내에서는 도쿄의 7.57달러(1만 1230원), 홍콩의 7.66달러(1만 1360원)보다 소폭 높지만, 보고서는 수치화되지 않는 ‘반찬 리필 문화’, ‘무료 식수 제공’, ‘팁(Tip) 및 봉사료 부재’ 등 한국의 비가격 요소들이 K-푸드 경험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선 59센트로 1달러 가치 누리는 셈
미국 물가 대비 국가별 물가 수준 (자료=야놀자리서치)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한국의 저물가 우위는 두드러진다. 세계은행의 국가 간 가격수준지수(PLI) 분석 결과, 2024년 한국의 PLI는 0.59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에서 1달러인 재화와 서비스를 한국에서는 59센트에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아시아 인접 경쟁국인 홍콩(0.72), 일본(0.62), 싱가포르(0.60)보다도 낮다. 프랑스(0.74), 이탈리아(0.65), 스페인(0.61) 등 유럽 대표 관광지와 비교해도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PLI는 2019년 약 0.73에서 2024년 0.59로 5년 새 19%나 하락했다. 고환율·원화 약세의 구조적 기조가 강화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실질 구매력이 대폭 증폭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24년 평균 1,364원에서 2025년 평균 1,422원, 2026년 1분기 1,465원으로 추가 상승 중이다.

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은 “세계은행의 PLI 등 객관적 거시 데이터를 보면 한국은 아시아 경쟁국은 물론 서구권 선진국보다도 낮은 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부 성수기나 특정 지역의 사례로 형성된 ‘정서적 고물가’ 프레임을 데이터로 걷어내고, 한국의 가격 경쟁력을 인바운드 마케팅의 핵심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가격제 도입하는 일본과 격차 벌려야
경복궁 (사진=한국관광공사)

보고서는 특히 외국인에게 차등 가격을 부과하기 시작한 일본과의 입체적 비교를 제시했다. 현재 일본은 히메지성 입장료를 시민(1,000엔) 대비 외국인 방문객에게 2.5배(2,500엔) 징수하고 있으며, 교토 시내버스 역시 시민은 200엔으로 내리는 반면 관광객에겐 350~400엔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홋카이도 니세코는 1인당 하루 최대 2,000엔의 숙박세를 신설했고, 도쿄도와 오사카도 외국인 대상 관광세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한국 관광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동일한 요금 체계를 유지하는 ‘가격 투명성’, 원화 약세와 낮은 PLI가 뒷받침하는 ‘가격 경쟁력’, 내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통해 더욱 매력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일본은 외국인 대상 차별 요금으로 ‘오모테나시’ 브랜드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며 “‘투명한 정찰제’ 시스템을 K-관광만의 신뢰 자산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정 시기의 일부 바가지요금 사례가 전체 관광 시장의 모습인 것처럼 부풀려져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행위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마치 명절 연휴의 암표 가격을 보고 그 나라 교통 시스템 전체가 비싸다고 결론짓는 것과 같은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미국 퍼듀대학교 교수)은 “몇몇 관광업자의 바가지요금을 일반화해 스스로 부화뇌동하는 것은 한국 관광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훌륭한 가격 경쟁력을 외국인에게는 적극적인 마케팅 자산으로 삼고, 내국인의 오해를 풀어 국내 여행 신뢰를 되찾는 근거로 활용하는 ‘투 트랙(Two-Track)’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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