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이자 내렸다더니 커피 한 잔 값?”… 0.01%p ‘찔끔 인하’에 대출자 허탈

주형연 2026. 4. 27. 08:3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담대 금리 0.01%p 내려도 5억 대출자 월 절감액 4000원
코픽스 하락에도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은행 ‘가산금리’ 올려 대응
금융당국 "속도보다 안정"… 체감도 높일 보완책 필요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45) 씨는 2년 전 5억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다. 최근 은행으로부터 변동금리가 0.01%포인트(p) 인하됐다는 안내 문자를 받고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바뀐 납입 금액을 확인한 이 씨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씨의 적용 금리가 연 4.30%에서 4.29%로 낮아졌지만 연간 이자 절감액은 약 5만원 수준에 그쳤다.

월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100원 가량 줄어든 데 불과했다. 이 씨는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한 달에 적어도 몇만원은 줄어들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편의점 커피 한 잔 값 수준이라 오히려 허탈감만 커졌다"고 토로했다. 최근 은행들이 주담대 변동금리를 소폭 인하했다는 소식을 연일 전하면서 금융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씨처럼 정작 대출 창구와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제로'(0)에 가깝다. 지표금리가 0.01%p 낮아졌음에도 불구,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 등 꼼수로 인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최종 이자액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금리 내려도 대출금리 제자리?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의 핵심 기준점이 되는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는 2.81%로 전월(2.82%) 대비 0.01%p 하락했다.

지난 2월 0.05%p 반등했다가 한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코픽스가 내렸다는 것은 국내 8개 은행이 시중에서 자금을 조달해 오는 '원가'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연동해 대출금리도 순차적으로 낮아지는 것이 정상적인 구조다.

하지만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받아 드는 실제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거나 오히려 소폭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코픽스·금융채 등)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마진인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서 고객의 거래 실적 등에 따른 우대금리(할인율)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가장 큰 배경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주문이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억제해야 하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지표금리(코픽스)가 내려가 대출 유인이 커지자, 대출 문턱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슬그머니 올리거나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우대금리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표금리 인하분이 가산금리 인상분으로 상쇄하면서 금리 인하의 '착시 현상'만 남게 됐다.

은행권의 수익성 방어 전략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순이자마진(NIM) 축소 압력이 커지자, 은행들이 대출금리 하단을 관리하며 이익 감소를 방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와 장기채 조달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의 자금 조달 환경이 힘들어진 것도 대출금리 하방 경직성을 굳히는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양치기 소년' 된 찔끔 인하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국고채 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먼저 움직이며 대출금리 전반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 자금이 예금에서 증시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은행들은 이탈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수신(예금) 금리를 높이거나 더 비싼 이자를 주고 은행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자금을 끌어오는 비용 자체가 올라가면 은행은 이를 최종 대출금리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동결이 곧바로 대출금리 안정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절대 아니다"며 "당분간 시장금리의 널뛰기 장세와 은행의 깐깐한 리스크 관리 기조가 맞물려 대출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이번 0.01%p 인하 조치는 금리 인하 기조를 형식적으로 반영한 '상징적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가계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최소 0.1%p 이상의 체감 가능한 인하 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러한 미세 인하가 반복될 경우 소비자들이 통화 정책 변화에 둔감해져 향후 한은이 의미 있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내수 진작 등 정책 기대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금리 디커플링(괴리)'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더라도 가계대출 규제와 은행의 건전성 관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대출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표금리 하락에도 실제 대출금리가 따라 내려오지 않는 괴리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은행별 가산금리와 우대금리 정책 차이가 커진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리 비교와 조건 점검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가산금리 꼼수 점검 강화"

금융당국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정책적 대응이 절실하지만, 섣부른 금리 인하 시그널이 자칫 영끌족을 다시 자극해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 시장 과열이라는 뇌관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기준금리 방향성과 거시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점진적인 금리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속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될 경우 조달 원가 하락분이 시장금리에 투명하고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은행권과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물가 안정과 가계부채 관리,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므로 금리 정책은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지표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해 차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지 않은지, 산정 체계의 합리성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