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도 그런 시기 있었다” 레전드 예언대로 이뤄지나… 중원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랜 기간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중견수 수비수로 뽑히는 박해민(36·LG)과 정수빈(36·두산)은 각자 가진 최고의 영역이 있다.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겠지만, 야구계에서는 앞으로 떨어지는 타구는 정수빈, 뒤로 넘어가는 타구의 처리는 박해민이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 두 선수의 조합을 가진 선수의 출현이 기대를 모았던 시기도 있었다. SSG의 중원을 지키는 최지훈(29·SSG)이 그 주인공이다. 최지훈은 입단 당시부터 수비는 이미 최고수 레벨의 평가를 받았다. 넓은 수비 범위, 슬라이딩 및 다이빙 기술, 그리고 강하게 정확한 송구까지 중견수 수비의 종합 선물 세트라는 ‘극찬’을 받았다.
최지훈 이전에 오랜 기간 인천의 중원을 지킨 ‘수비 레전드’ 김강민 현 해설위원 또한 최지훈의 입단 당시부터 수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SSG에 입단한 모든 외야수들의 수비 비교 대상이 ‘김강민’이 됐듯이, 이제는 모든 외야수들의 수비력은 ‘최지훈’과 비교되어 평가되곤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 최지훈의 수비력이 흔들린다는 평가가 적지 않게 나왔다. 예전보다 좁아진 듯한 수비 범위, 예전보다 떨어져 보이는 듯한 집중력이 간혹 나온 까닭이다. 올 시즌에는 이미 수비에서 1~2차례 큰 실수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타격은 슬럼프와 그래프가 있어도 수비는 그래서 안 된다. 오히려 더 큰 우려를 모든 게 바로 수비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강민 해설위원은 후배의 수비력이 금세 반등할 것이라 장담했다. 잠실구장에서의 ‘사건’이 있었던 뒤, 김강민 해설위원은 최지훈이 누구나 겪는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은 “지금 최고의 수비수로 불리는 박해민 또한 한창 수비를 잘하다가 약간 침체됐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고 떠올리면서 “최지훈도 그런 시기를 겪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수비도 미세한 슬럼프가 있고, 매 시즌 최고의 수비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본적인 실력이 있는 선수는 그 고비를 이겨내고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다. 김 해설위원의 말대로 최지훈의 수비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타격이 안 되다 보니 잡생각이 많아지고, 이것이 수비에도 영향을 미친 시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2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는 최지훈이 다시 인천의 슈퍼맨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 근래 들어 수비에서도 활기가 돈다는 느낌을 준 최지훈은 이날 9회 결정적인 슈퍼 캐치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적어도 이날 그 어떤 안타나 홈런, 탈삼진보다 더 큰 탄성을 자아낸 순간은 바로 이 장면이었다.
SSG는 3-1로 앞선 9회 마무리 조병현이 등판했지만 선두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 오윤석의 잘 맞은 타구가 중앙 담장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인 ‘트랙맨’에 따르면 이 타구의 속도는 시속 163.2㎞로 잘 맞은 타구였고, 발사각도 22도라 두둥실 뜬 타구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라인드라이브로 담장을 직격할 타구였다.

오윤석은 전형적인 홈런 타자가 아니다. 수비가 뒤에 물러나 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맞는 순간 자신의 머리 뒤로 넘어갈 것이라 예상한 최지훈이 전력 질주로 담장 앞까지 가 딱 한 번의 타이밍에 올 낙구 지점을 찾았다. 그리고 감각적인 캐치로 122.8를 날아온 공을 잡아냈다. 기가 막힌 수비였다. 경기는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 KT의 공격 흐름은 조병현이 끊은 것이 아닌, 최지훈이 막아낸 셈이다.
이 타구의 체공 시간은 단 4.51초로, 비거리와 체공 시간을 고려했을 때 수비 위치가 담장 앞에 있지 않는 이상 중견수가 잡아낼 확률은 매우 희박했다. 메이저리그 스탯캐스트 시스템의 분류와 견줘도 단연 ‘파이브 스타’급 호수비였다. SSG에서 최지훈의 수비력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는 여전히 없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타격에서도 최근 네 경기 연속 안타를 뽑아내면서 점차 반등하고 있다. 타격 밸런스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며 심리적으로 흔들리던 시기가 있었다. 다만 조금씩 결과가 나기 시작하면서 안정을 찾고 있고, 그 심리적 안정은 수비에도 좋은 영향을 줄 개연성이 있다. ‘레전드’의 예언대로, 최지훈이 그렇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