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런던 '서브2'가 바꾼 러닝화 전쟁…아디다스가 나이키의 왕좌 깨뜨렸다.
- 아디다스 아디오스 프로 에보 3, 남자 1· 2위와 여자 기록 동시 견인
- 나이키가 연 슈퍼슈즈 시대, 이제는 아디다스가 매출 성장 서사로 연결

마라톤의 2시간 벽은 더 이상 상상의 영역이 아닙니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는 26일 2026 런던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로 우승하며 공식 대회 사상 처음으로 2시간 벽을 깼습니다. 고 켈빈 킵툼이 2023년 시카고에서 세운 종전 세계기록 2시간 00분 35초를 65초 앞당긴 기록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도 마라톤 데뷔전에서 1시간 59분 41초를 기록해 2위에 올랐습니다.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는 2시간 00분 28초로 3위를 차지해 종전 세계기록보다 빠른 세 명이 한꺼번에 나온 역사적인 레이스가 됐습니다.
이번 기록은 한 선수의 위대한 질주인 동시에 스포츠 비즈니스의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사웨와 케젤차는 아디다스의 아디오스 프로 에보 3를 신었습니다. 여자부에서도 티그스트 아세파가 2시간 15분 41초로 여자 단독 레이스 세계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디다스는 하루에 남자 공식 첫 서브2, 남자 1·2위, 여자 세계기록을 동시에 가져갔습니다. 기록의 뉴스가 곧 브랜드의 뉴스가 된 셈입니다.

마라톤 신발 전쟁의 출발점은 나이키였습니다. 2017년 브레이킹2,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의 1시간 59분 40초 비공식 레이스는 나이키 베이퍼플라이와 알파 플라이를 장거리 혁신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킵툼의 2023년 시카고 세계기록도 나이키 슈퍼슈즈 시대의 정점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2023년 베를린에서 아세파가 아디다스 아디오스 프로 에보 1을 신고 여자 세계기록을 세운 뒤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런던은 그 변화가 폭발한 무대였습니다.
스포츠마케팅 관점에서 이 기록은 단순한 '호재'가 아닙니다. 러닝화 시장에서 세계기록은 가장 강력한 제품 실증 자료입니다. 최근 러닝 열풍 속에서 소비자는 사웨처럼 뛸 수는 없지만, 사웨가 신은 브랜드는 살 수 있습니다. 특히 마라톤 동호인 시장에서는 기록 단축 욕구가 매우 직접적인 구매 동기로 작동합니다. 40만~60만 원대 슈퍼슈즈가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디다스의 실적 흐름과도 맞물립니다. 아디다스는 2025년 브랜드 매출이 13% 성장했고, 신발 매출도 12%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러닝 카테고리는 아디제로 제품군 효과로 30% 이상 성장했습니다. 반대로 나이키는 2025 회계연도 매출이 463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습니다. 여전히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지만, 러닝 전문성의 상징성에서는 아디다스, 호카, 온, 브룩스, 뉴밸런스 등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기술의 힘도 분명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달리기화 분석에서 "신발 무게 100g이 늘면 에너지 비용이 약 1% 증가한다"라는 연구자 바우터 호그카머의 설명을 소개했습니다. 아디다스 프로 에보 계열은 무게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고탄성 폼과 탄소 구조를 결합해 추진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습니다. 이번 런던에서 신발은 선수의 능력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선수의 능력을 더 오래, 더 빠르게 유지하게 만든 장비였습니다.
그렇다고 기록을 신발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런던의 조건도 맞아떨어졌습니다. AP는 이날 런던 코스가 비교적 평탄했고, 기온은 섭씨 15도 안팎으로 마라톤에 이상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사웨는 후반 하프를 59분 01초로 달리는 네거티브 스플릿을 기록했습니다. 날씨, 코스, 페이스 경쟁, 급수와 에너지젤 보급, 그리고 런던 특유의 관중 분위기가 모두 맞물렸습니다.

영국 육상해설가 스티브 크램은 이 기록을 로저 배니스터의 1마일 4분 벽 돌파와 비교했습니다. 사웨의 코치 클라우디오 베라델리는 사웨가 아직 완성형이 아니며 더 빠른 코스에서는 1시간 59분 안쪽도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마라톤의 다음 경쟁은 이제 '2시간 돌파'가 아니라 '1시간 58분대 진입'이 됐습니다.
나이키가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슈퍼슈즈 전쟁은 앞으로 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첫째는 더 가벼운 신발입니다. 둘째는 에너지 반환율이 높은 폼과 카본 구조입니다. 셋째는 선수 개인의 주법에 맞춘 맞춤형 레이싱화입니다. 세계육상연맹의 40mm 밑창 규정과 플레이트 제한 안에서 어느 브랜드가 더 큰 효율을 뽑아내느냐가 승부처입니다.
이번 런던마라톤은 아디다스에 엄청난 마케팅 자산을 안겼습니다. 나이키가 "인간은 2시간 안에 마라톤을 뛸 수 있다"라는 상상력을 열었다면, 아디다스는 "공식 레이스에서 그것을 실현했다"라는 문장을 가져갔습니다. 기록은 언젠가 깨집니다. 그러나 브랜드 역사에서 첫 공식 서브2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는 오래 남습니다.
이번 세계기록이 아디다스 러닝 매출에 강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미 성장 중이던 아디제로 라인에 '세계 최초 공식 서브2'라는 결정적 서사가 붙었습니다. 러닝화 경쟁은 이제 기능의 싸움을 넘어 신뢰의 싸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런던의 1시간 59분 30초는 아디다스가 그 신뢰를 가장 빠른 방식으로 증명한 순간이었습니다.
김종석 채널A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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