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67] 씨름에서 왜 '밭다리걸기'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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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만기, 이준희와 함께 '모래판의 3이(李)'로 활약했던 '인간 기중기' 이봉걸은 큰 키(2m5)을 활용하면서도 의외로 유연한 다리 기술을 사용했다.
씨름 기술 밭다리걸기는 이름 그대로 동작에서 유래한 순우리말 표현이다.
따라서 밭다리걸기는 '상대의 바깥쪽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라는 의미가 된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경기 규칙과 기술 명칭이 표준화되면서 밭다리걸기도 공식 기술명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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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 기술 밭다리걸기는 이름 그대로 동작에서 유래한 순우리말 표현이다. 한자어나 일본식 명칭이 아니라, 실제 모습에 빗대어 만들어진 말이다. 밭다리는 ‘밭’ + ‘다리’의 합성어로 보이지만, 여기서 ‘밭’은 농사짓는 밭이라기보다 ‘바깥’ 또는 ‘옆으로 벌어진’이라는 옛말에서 온 것으로 해석된다. 즉, 상대의 바깥쪽 다리를 의미한다. 걸기는 말 그대로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는 동작을 뜻한다. 따라서 밭다리걸기는 ‘상대의 바깥쪽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라는 의미가 된다.
밭다리걸기가 언제부터 쓰였는지 정확한 최초 사용 시점은 문헌으로 딱 찍어 확인되지는 않는다. 다만 사용 시기를 꽤 좁혀서 추정할 수는 있다. 씨름 기술 이름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한 건 근대 스포츠로 정착한 시기(일제강점기~해방 이후)이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경기 규칙과 기술 명칭이 표준화되면서 밭다리걸기도 공식 기술명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한씨름협회에서 사용하는 공식 용어이다.
이 기술은 겉으로 보면 단순하다. 상대를 당기며 바깥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그러나 실제 승부에서는 훨씬 복잡하다. 상대의 체중이 어느 쪽 다리에 실렸는지,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순간이 언제인지, 샅바를 당기는 힘의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밭다리걸기는 다리를 거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의 ‘중심 이동’을 읽는 기술인 것이다.
이 기술이 성공하는 순간은 상대가 밀고 들어올 때다. 상대는 자신이 공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 이미 중심은 앞으로 쏠려 있다. 그때 바깥다리를 걸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밭다리걸기가 성공하면 넘어지는 것은 ‘힘이 약한 쪽’이 아니라,‘이미 균형을 잃은 쪽’이다.
그래서 밭다리걸기는 종종 작은 체급의 선수들이 큰 상대를 무너뜨릴 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힘으로 밀 수 없다면, 순간을 걸어버리는 것이다.
밭다리걸기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씨름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술이다. 힘이 아니라 타이밍, 공격이 아니라 유도, 그리고 동작이 아니라 순간을 거는 것이다. 모래판 위에서 진짜 승부는, 결국 그 한 순간에 달려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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